밤9시부터 서울 전역 한파 경보…꽁꽁 언 출퇴근길 지각·정체

김민정, 김정은, 이아미 2023. 12.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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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20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울 모든 지역에 한파경보를 발령했다. 21일에는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체감 온도는 영하 21까지 떨어질 예정이라 동파 사고를 비롯한 각종 재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한파 피해에 대비해 종합지원상황실을 운영하고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길 ‘꽁꽁’…차량 미끄러지고 지각자 속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이날, 시민들의 출·퇴근길도 꽁꽁 얼어붙었다. 전날 밤사이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강한 추위가 덮친 탓에 길이 얼어붙어 차량이 미끄러지는 등 곳곳에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고, 시민들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평소랑 똑같이 나왔는데…10분이나 지각하게 생겼다”며 빙판길을 가로질러 버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주요 환승역 등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며 열차 3~4대를 그냥 보내는 경우도 흔했다. 잠실로 출근하기 위해 사당역에서 환승을 기다리던 직장인 박유성(30)씨는 “열차 3대를 놓쳤다”며 “길은 좀 막히겠지만 오늘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퇴근길에는 택시를 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승강장에선 초록색 조끼를 입은 안내 요원들이 쉼 없이 호루라기를 불며 “앞사람을 밀면서 타시면 모두가 위험하니 질서 있게 승하차해달라”고 소리쳤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시민들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선 경우가 많았다. 인천 주안역에서 만난 김정호(25)씨는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왔다. 길이 미끄러워 천천히 걸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민들이 이처럼 보폭을 좁혀가며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아예 “눈이 쌓여 있는 인도보다 열선이 깔려 있는 도로가 편하다”며 차도로 내려와 걷는 사람도 있었다.

20일 오전 행인들이 눈이 쌓인 인도 대신 열선이 깔려 눈이 녹은 차도로 걷고 있다. 김정은 기자


제설차량이 지나기 어려운 골목이나 언덕길 등에선 차량이 뒤로 밀려 내려가는 등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앞서 서울시는 19일 오후 1시부터 제설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1160대를 시내 곳곳에 투입해 큰 도로나 도심 중심지 등은 무리 없이 통행이 가능했지만, 골목길의 경우 이미 얼음판으로 변한 곳도 많았다.

이날 오전 은평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최모(60)씨는 “이런 날은 차를 가지고 나오는 시민들도 적어서 큰 길은 특별히 막히지 않았지만, 골목이 문제”라며 “경사진 골목에 눈이 쌓여서 차를 출발시킬 때 헛바퀴가 돌았다. 그런 데선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니 손님 실어 나르는데도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8시 56분쯤 마포구 성산대교에서 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져 가드레일에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오후 2시 17분쯤 송파대로에서도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부분 통제됐다.

한파주의보가 덮친 20일, 인천 주안역 출입구 계단에 '누수가 발생한 곳이 얼었다'고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있다. 박종서 기자

더 추워진 퇴근길, 곳곳 정체…“동파 경계” 발령


오전보다 더 큰 추위가 덮친 오후 퇴근길 풍경 역시 비슷했다.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며 오후 4시 기준 서울시 전체 차량 주행속도는 시속 20.8㎞ 정도에 그쳤다. 또 주안역 등 몇몇 지하철역은 출구 계단이 얼어붙은 상태라 일부 통행이 제한됐고, 버스 정류장에는 온열의자가 설치된 곳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두꺼운 옷과 장갑·모자 등으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이 빙판길을 피해 발길을 재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일 오후,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행인들이 잠실역 7번 출구 앞 정류장 온열 의자에 앉아 있다. 김정은 기자

한편 서울시는 영하 15도의 강력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 21일부터 23일까지 수도계량기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뉘는 수도계량기 동파예보 중 3단계에 해당한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미만의 날씨가 이틀 이상 지속돼 동파 위험이 클 때 발령된다. 서울시는 수도계량기 유리가 깨지거나 부풀어 오르는 등 동파가 의심될 때는 상수도 민원상담 채팅로봇 '아리수톡'이나 서울시 다산콜재단(120번)으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김민정·김정은·이아미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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