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울먹인 정경심 "세상 물정 몰랐다…남편은 교육 무관심"

김현정 2023. 12. 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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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피고인 신문 자청
"아들은 아픈 손가락…고교 때 학폭 피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아들 조원씨의 수료증이나 상장은 실제 활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위조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이러한 행위가 '셀프 수여'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18일 정 전 교수는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증인석에 앉아 이같이 증언했다. 그가 피고인 신문에 응한 것은 2019년 9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래 4년여 만에 처음이다.

정 전 교수는 피고인 신문을 거부해 오던 입장을 바꿔 이에 응한 데 대해 "뭔가를 회복시키려고 한다기보다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정직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해보려 피고인 신문을 자청했다"며 "우리 가족은 다 잃었고 다 내려놨다"고 말했다.

자녀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는 아들이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해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정 전 교수는 조원 씨를 양육할 당시 자신의 유학 등으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면서 "늘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특히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타인으로부터 뒤늦게 듣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아들이 극단 선택을 하면 어떡하나, 살리는 데 주력하며 24시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 전 교수는 "아이가 극단 선택을 안 하도록 막는 것과 미국 대학 진학을 돕는 두 가지를 고민했다"며 "제가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자라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공부를 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지에서 당시 자신이 교수로 몸담았던 동양대 방학 프로그램에 아들을 실제로 참여시키고 수료증과 상장,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발급했던 것일 뿐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런 일을 왜 해서 재판받고 가족 모두 고생시키나 반성을 많이 한다"며 "감옥에서 깨달은 것은 '이런 게 '셀프 스펙'이고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만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원 씨의 출결 상황 허위 인정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아이가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했고 아들이 꿇어도(유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출석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했다"며 "학교도 사정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너그러운 학교였으며 미국 대학은 생활기록부상 출결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이를 부인했다.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1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에 대해서도 "내가 담당 교수에게 아들의 인적사항을 전달하며 발급 요청을 해 직접 받아왔으며 남편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1심에서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에게 부탁해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검사가 "이 진술은 재판 들어와서 처음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 전 교수는 "수사 때는 변호인이 진술을 거부하라 해서 안 했었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처음 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남편인 조 전 장관에 대해 "한국 남자 중에서도 가장 아이들 교육에 관심 없는 아빠 중 하나로, 부산 남자라 대화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원칙주의자로, 제가 거의 협박을 해야지 도와달라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 전 장관은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전 교수는 자신이 "일거수일투족 아들 스케줄을 챙기는 마녀 같은 엄마였다"며 "아들에게 많은 죄를 지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2개월 독방에 있으면서 인생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정 전 교수는 딸 조민씨의 입시 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아들 조원씨의 입시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허리 디스크 파열 및 하지마비 수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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