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6조4000억에 HMM 품는다…단숨에 재계 10위권 등극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 그룹이 선정됐다. 하림 그룹이 인수 주체인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 업체와 견줄 수 있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8일 보유 중인 HMM 주식 3억9879만주(57.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은 지난달 본입찰에서 인수 희망가로 약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인수전에 참여한 동원그룹 측이 적어낸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매각 측은 인수 희망 가격을 비롯해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하림 그룹이 지난 2015년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며 해운업 운영 경험을 쌓은 점도 정량 평가에서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자금 조달 면에서도 선박 등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팬오션만으로 3조2500억원 수준의 자체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점이 가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 그룹의 HMM 인수 주체는 팬오션이다. 인수 작업이 종료되면 하림 그룹은 국내 1위 벌크선 사인 팬오션과 함께 국내 1위, 세계 8위 컨테이너선 사인 HMM까지 거느리게 된다. 하림 측은 벌크선 사인 팬오션과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 재계 순위는 종전 27위에서 10위권 초반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다만 최근 해운업황이 악화한 상황인 점은 악재다. 올 3분기 HMM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하림은 논란이 됐던 매각 측에 제시한 요구 사항은 모두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매각 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인수 조건 등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상보다 지체됐다.
이날 우선협정대상자가 결정되며 HMM 민영화 성사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로 현대상선이란 이름을 가졌던 HMM은 해운업황 둔화에 따른 경영 악화로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다 2016년 이후 산은 관리하에 들어갔다. 그간 산은 등이 HMM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7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매각이 늦어질 경우 막대한 공적 자금 회수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산은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산은 측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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