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임형주와 함께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 ‘크로스오버’

한은정 2023. 12. 18.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팝·오페라 넘나드는 팝페라로 ‘행복하길 바래’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드는 퓨전 요리, 퓨전 패션 등은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끕니다. 음악에서도 두 개 이상의 장르를 결합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크로스오버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아요. 연말을 맞아 열리는 다양한 공연 중에선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공연을 빼놓을 수 없죠. 크로스오버 음악의 대표적인 예로는 ‘팝페라’를 들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올해 국내 데뷔 25주년, 세계 데뷔 20주년을 맞은 팝페라테너 임형주를 만나 국내 팝페라 대중화에 앞장선 그의 음악 인생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또 최근 크로스오버 열풍을 이끈 JTBC ‘팬텀싱어’ 김형중 PD에게 제작 뒷얘기도 전해 들었죠. 지금부터 다채로운 크로스오버 음악의 매력에 빠져볼까요.

박리안 학생기자·박서현·이예준 학생모델·한재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의 대표적인 팝페라테너 임형주(가운데)를 만나 크로스오버 음악과 팝페라에 대해 알아봤다.


크로스오버(Crossover)는 ‘활동이나 스타일이 두 종류 이상에 걸친 것’을 뜻하는데요. 어떤 장르의 음악에 다른 종류의 음악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음악을 가리켜 크로스오버 음악(Crossover Music)이라고 하죠. 클래식과 팝, 재즈와 록, 블루스와 레게 등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 세계를 추구하려는 아티스트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점차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로는 ‘퓨전 음악(Fusion Music)’이 있죠.

미국에서는 1970년대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와 록을 결합해 퓨전 재즈를 선보였고, 1980년대 초 민요를 부르던 컨트리 가수들이 대거 팝차트에 진출하며 크로스오버란 말이 음악적 의미로 보편화했어요. 1980년대 중반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국 포크 음악 가수 존 덴버가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를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크로스오버가 음악적 장르로 널리 퍼졌죠. 음악 장르 전반에서 크로스오버 현상이 일어나면서 문화적 현상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현재는 음악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을 흔히 크로스오버라고 표현합니다. 국내의 경우 국악을 이용한 크로스오버 음악이 시도되었는데, 1990년대 국악과 랩을 조화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많은 호평을 받았어요.

크로스오버 음악은 어려운 장르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의 경우 크로스오버를 통해 클래식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죠. 그 대표적인 예가 팝페라(Popera)입니다. 팝(Pop)과 오페라(Opera)의 합성어로, 대중적이지 않은 오페라를 팝처럼 부르거나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 또는 대중화한 오페라를 뜻하죠. 팝 음악이 가진 장점과 정통 클래식 성악이 가진 장점을 섞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팝페라의 선구자’ 팝페라테너 임형주를 만나다


한국의 대표적인 팝페라테너로 손꼽히는 임형주는 크로스오버 장르가 더욱 대중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팝페라의 선구자’라고도 불리죠. 임형주는 삼성그룹 산하의 삼성영상사업단 내 삼성뮤직(삼성클래식스) 레이블에 스카우트되어 1998년 만 12세에 첫 독집 앨범인 ‘위스퍼스 오브 호프’(Whispers Of Hope)를 발매하며 국내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어요.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2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한 초6 어린이는 미성의 맑은 목소리로 앨범 타이틀곡 ‘난 믿어요’를 불러 단번에 유명해졌죠.
한재민 학생기자·박서현 학생모델·박리안 학생기자·이예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학생모델이 2023년 데뷔 25주년을 맞은 팝페라테너 임형주(가운데)를 만나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알아보고 팝페라의 매력에 빠져봤다.

1999년 예원학교 성악과에 합격하며 정통 성악을 전공한 임형주는 2002년 미국 뉴욕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성악과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하며 음악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갑니다. 팝페라 정규 1집인 ‘샐리 가든’(Salley Garden)을 낸 2003년엔 세계적으로 그의 존재감을 알리게 됐는데요. 2월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헌정 사상 역대 최연소 나이(만 17세)로 애국가를 불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6월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남성 성악가 중 최연소로 독창회를 열며 세계 데뷔를 했어요.
임형주는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에 올라 애국가를 불러 다시 한번 그의 존재감을 알렸다.

데뷔 후 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 ‘최연소’가 줄곧 따라붙었습니다. 2005년 한국 클래식 음악가 최초로 일본 NHK ‘홍백가합전’ 트로피 수상, 2010년 역대 최연소이자 한국인 최초 ‘UN 평화메달’ 수상, 한국 국적 음악가로는 역대 최초이자 만 24세의 나이로 뉴욕 카네기홀에 존재하는 모든 홀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공연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2015년엔 영국 BBC 프로듀서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페라가수 TOP5’에 선정됐고요.
2003년 6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남성 성악가 중 최연소로 독창회를 열며 세계 데뷔를 한 임형주.


이 밖에도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그가 벌써 국내 데뷔로는 25주년, 세계 데뷔는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9월 16일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그의 음악 인생을 총망라하는 단독 콘서트 ‘킹 오브 팝페라’(King Of Popera)가 성황리에 열렸고, 11월 30일엔 정규 9집 앨범 ‘라이프 온 에어’(Life On Air)가 발매됐죠. 그리고 데뷔 25주년인 2023년을 마무리하는 인터뷰를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과 만났습니다. 박리안 학생기자와 박서현·이예준 학생모델, 한재민 학생기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녹음 스튜디오를 찾았죠. 이번 9집을 비롯해 임형주 앨범의 곡을 녹음하는 곳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팝페라테너 임형주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반가워요. 특별한 해에 여러분과 만나 더 뜻깊네요.”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 임형주와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전, 학교·나이·좋아하는 아이돌·MBTI 등 다양한 주제로 스몰토크를 했죠. “제가 딱 여러분 나이인 5학년 때 앨범 준비해서 6학년에 데뷔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초등학생이 그렇게 어른들 세계에서 일하고 방송했는지 신기해요. 정식 발매일은 내일이지만 오늘 9집이 나왔는데, 이게 20번째 독집 앨범이에요.” 지금까지 그가 낸 앨범들을 천천히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임형주는 이번 9집 앨범에 직접 사인해 선물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팝페라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You Raise Me Up’을 불러주고 있는 팝페라테너 임형주.


‘천개의 바람의 되어’를 비롯한 그의 음악을 평소 들어봤고, 인터뷰에 앞서 애국가 제창 영상, 공연 영상 등을 미리 보고 왔지만 팝페라에 대해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죠. 팝페라가 무엇인지, 크로스오버 음악은 무엇인지 소중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답해주던 임형주가 직접 노래를 한 곡 불러주겠다고 했습니다. 실제 공연하는 것처럼 마이크를 체크하고, 반주 음악 MR을 튼 다음에 ‘You Raise Me Up’을 불렀죠. 중후한 저음부터 맑고 청아한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열창에 모두 숨을 죽이고 음악에 젖어 들었어요. 평소 그를 수식하는 '영혼을 치유하는 목소리' '천상의 목소리'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팝페라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You Raise Me Up’을 불러주고 있는 팝페라테너 임형주.


곡이 끝나자 소중 학생기자단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이렇게 딱 네 분 앉혀놓고 노래하는 거 데뷔 이후에 처음이에요. 가장 작은 콘서트였어요. 여러분 어땠어요.” 그의 질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고 되게 좋았어요” “와! 대박이에요” “감미로워요” 등의 소감이 쏟아졌죠. “목소리가 큰데 부드러웠어요”라는 감상에 임형주는 “되게 좋은 포인트를 짚었어요, 그게 팝페라의 매력"이라고 설명했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백 번 얘기해도 한 번 보여주는 것보다 못하다, 보통 마이크를 쓸 때는 부드럽게 부를 수 있어서 대중적인 ‘You Raise Me Up’ 같은 노래를 해요. 근데 오페라 곡 같은 경우는 발성을 하니까 마이크가 필요 없죠.”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직접 불러주는 노래도 듣고, 같이 소리도 내보며 피아노 연주도 하면서 팝페라와 한결 더 가까워진 소중 학생기자단.


그가 ‘오 솔레미오’(O Sole Mio)의 한 소절을 부르는데 마이크가 없는데도 스튜디오가 쩌렁쩌렁 울렸어요. “오페라는 소리를 멀리 보내야 하니까 더 거친 창법을 쓰죠. 팝페라는 이런 거친 창법을 조금 덜 쓰고 감미롭게 부를 수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듣고, 같이 소리도 내보며 팝페라와 한결 더 가까워진 소중 학생기자단은 본격적으로 팝페라테너 임형주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팝페라테너로 손꼽히는 임형주는 크로스오버 장르가 더욱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팝페라의 선구자’라고도 불린다.

서현: 어떻게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마리아 칼라스라는 성악가의 앨범을 생일 선물로 받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성악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예원학교는 유명한 예술중학교인데, 입학 오디션이 있어요. 예술중학교 입시 두 달 남기고 처음으로 성악 개인 레슨을 받은 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악 발성을 배우는 게 힘들긴 했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신기했죠.

재민: 팝페라테너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입학시험 앞두고 만났던 음악 관계자분들이 저에게 정통보다는 오페라틱 팝을 추천했어요. 미국에서는 팝페라를 오페라틱 팝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크로스오버 장르에 가면 포스트 안드레아 보첼리가 될 수 있다고, 그런 과찬을 들으면서 시작하게 됐죠. 대중과 교감하고 호흡할 수 있는 클래식 아티스트가 꿈이었기 때문에 이 장르를 과감하게 선택했어요.

2012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관 이래 최연소로 독창회를 열었다. 오페라극장은 까다로운 대관 심사 탓에 서기 어려운 무대로 알려져 있다.

리안: 어떻게 하면 팝과 오페라를 조화롭게 연결시킬 수 있나요.
열린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오픈 마인드라면 팝페라를 하는 데 수월할 것 같아요. '나는 정통 클래식을 배운 성악가니까 이런 음악은 부르기 어려울 거야' 혹은 '이런 음악을 부르기에는 좀 가벼워' 뭐 이런 생각을 아예 갖지 않아요. 음악을 클래식·팝·재즈 이렇게 나누기보다는 그냥 듣기 좋은 음악, 듣기 싫은 음악으로 구분하죠. 팝페라를 하고 싶은 후배들께 조언을 드릴 수 있다면 오픈 마인드와 음악에 어떤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팝페라테너 임형주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준: 팝페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오페라는 조금 무거울 수 있고 대중과 살짝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데 팝페라는 대중적인 느낌이 섞여 있는 장르기 때문에 조금 더 친숙하게 오페라의 세계로 초대할 수 있고, 팝의 어떤 편안한 감성이 깃들어 있는 점이 매력 같아요. 또 오페라는 어느 정도 줄거리가 숙지되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거든요. 근데 팝페라는 그런 거 몰라도 음악이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팝페라테너 임형주는 2023년 국내 데뷔로는 25주년, 세계 데뷔는 20주년을 맞았다.

재민: ‘목소리가 그대로다’라는 얘기를 듣는 비결이 있나요.
술·담배를 안 하는 게 가장 큰 비결 같고요. 또 제가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서 커피·홍차·녹차 이런 계열을 아예 못 먹어요. 그런 점이 목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023년 몽골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특별 알현하는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고 무반주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불렀다.

예준: 가장 아끼는 앨범이나 곡을 꼽는다면요.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사랑을 받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저에게 있어 가장 아끼는 곡이 됐어요. 아무래도 팝페라테너 임형주를 수식하는 노래, 대표곡 하면 그 노래가 돼버렸거든요. 내년이 벌써 세월호 참사 10주기예요. 여러모로 많은 분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고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난 9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몽골을 방문했는데, 제가 집전 미사에 초청받아 식후 행사 엔딩 무대에 섰어요. 또 다음 날 교황님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고 무반주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불렀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죠. 그래서 ‘아베마리아’도 인생 노래가 된 것 같아요.

2010년 역대 최연소이자 한국인 최초로 ‘UN 평화메달’을 수상한 모습.

서현: 음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 이유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2005년부터 18년째 대한적십자사 친선대사 활동하고 있고요.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도 10년이 넘었고 유네스코 친선대사도 내년이면 10주년이에요. 오랜 시간 나름대로 사회봉사 활동을 해온 것은 제가 많은 국민께 받고 있는 과분한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 겁니다. 또 제가 평생 음악만 한 사람이다 보니까 조금 음악 외적인 거에 대한 갈증이 많아요. 여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런 게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자선·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이제는 문화예술 행정 쪽을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고 길을 터주는 선배 역할을 해드리고 싶은데 후배나 업계 종사자들의 어떤 복지,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런 것을 다루는 문화 행정가가 음악가 출신이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 많거든요. 제 꿈은 이루어졌으니 어느 정도 남의 꿈을 위해서 조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자격으로 필리핀 오지마을인 칼레스를 방문해 카와얀 고등학교 합창단의 지휘 및 재능기부 공연을 진행했다.


리안: 평소 쉴 때나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요.
OTT 보는 거 되게 좋아하고요. OTT가 이렇게 대중화되기 전에는 극장 가서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도 가요. 스트레스도 영화 보는 걸로 해소합니다. 책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예준: 최근 방송 ‘팬텀싱어’로 팝페라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어요. 앞으로 꾸준하게 사랑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천개의 바람이 되어’ ‘행복하길 바래’ 이런 노래들은 임형주 하면 바로 떠오르는 노래잖아요. 이렇게 본인을 대표하는 이른바 오리지널 송이 없으면 저는 절대 오래 못 간다고 봐요. 조수미 선생님 하면 ‘나 가거든’, 김동규 선생님 하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본인만의 대표곡이 없으면 롱런하기 힘든 것 같아요.

리안: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해보실 생각은 없나요.
제의는 많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에 등수를 매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주관적이잖아요. 제가 높게 평가한다고 그 뮤지션이 높게 평가받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건 대중이 판단할 문제기 때문에 심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2011년 모차르트 홍보대사로 위촉되고, 빈 모차르트 하우스 내 살라 테레나에서 열린 ‘빈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빈 모차르트 하우스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재민: 다시 태어나도 팝페라테너가 되고 싶나요.
다시 태어난다면 팝페라를 취미로 하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 유명하지 않고 정말 평균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특별한 삶을 사는 게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평균의 나이에 결혼하고 평균의 나이에 자녀를 부양하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더라고요. 그래서 평범한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보내고 싶어요.

2016년 제15회 대한민국 공로봉사상 시상식에서 사회공헌활동공로를 인정받아 영예의 전체대상 및 국회의장상을 동시 수상했다.

서현: 삶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 꿈을 이뤄보고 나니까 남의 꿈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꿔가는 꿈, 그리고 함께 클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치관도 나만이 행복한 게 아니라 너와 내가 행복한 세상이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조금이라도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준: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계획이 있나요.
크리스마스 겸 송년 콘서트로 12월 22일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임형주의 러브콘서트’ 올해의 마지막 공연 스케줄이 있고요. 이번에 20번째 독집 음반이 나왔는데, 내년이 저에게 또 뜻깊은 해예요. 일본 데뷔 20주년, 홍콩 데뷔 20주년, 대만 데뷔 20주년이 다 겹쳐요. 앨범 프로모션 열심히 할 겁니다.

박리안 학생기자·박서현 학생모델·한재민 학생기자·이예준(왼쪽부터) 학생모델이 2023년 데뷔 25주년을 맞은 팝페라테너 임형주(가운데)를 만나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알아보고 팝페라의 매력에 빠져봤다.

■ ‘팬텀싱어’ 김형중 PD 인터뷰



‘팬텀싱어’로 크로스오버 음악 감 잡기
최근 몇 년 사이 포르테 디 콰트로·포레스텔라·라포엠·리베란테 등 크로스오버 남성 그룹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내놓는 앨범마다 흥행하고, 콘서트마다 전석 매진시키며 크로스오버 장르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죠. 이들의 활동이 JTBC에서 방영된 국내 최초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팬텀싱어’ 각 시즌에서 우승하면서 시작되다 보니 ‘팬텀싱어’가 크로스오버 열풍을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즌 1부터 지난 6월에 끝난 4까지 ‘팬텀싱어’ 제작을 이끌고 있는 김형중 PD와 전화 인터뷰를 했어요. 바쁜 와중에도 소중 학생기자단이 보내준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줘 프로그램 뒷얘기를 풍성하게 들었죠.

국내 최초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JTBC ‘팬텀싱어’는 포르테 디 콰트로·포레스텔라·라포엠·리베란테 등의 팀을 배출하면서 크로스오버 열풍을 이끌었다.


서현: ‘팬텀싱어’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를 꼽으신다면요.
우리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민족이긴 한데 사랑받는 장르가 좀 치우쳐 있죠. ‘팬텀싱어’를 처음 기획할 때가 벌써 한 8~9년 전인데 그때도 그 생각이 있었어요. 접해보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하는 거지 경쟁력이 없어서 사랑 못 받는 게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던 프로젝트예요. 저는 주로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자는 게 기본적인 목적이었죠.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크로스오버 장르에 대한 접근이 조금 쉽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요. ‘팬텀싱어’를 통해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해보신 분들이 ‘나 이런 거 좋아하네’라는 생각을 좀 갖게 되신 것 같아요.

리안: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그리는 오디션이라는 게 차별되는 것 같아요. 팀의 색깔을 계속해서 여러 가지로 조합해보고 한 명씩 영입하고 하면서 결국 나의 음악적 방향성과 맞는 동료를 찾는데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또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재민: 심사위원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심사위원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조금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관점으로 음악을 봐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했어요. 과거의 오디션들을 봤을 때 ‘넌 이렇게 노래를 하고 있어’, ‘이건 노래를 잘못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더 좋아’ 하는 평가는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리스너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본인의 경험을 나눠주는 과정을 보면 대중이 좀 같이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예준: 누가 이길지 예측을 하시나요. 그 결과가 맞을 때도 있나요.
선곡이 되고 편곡이 되는 과정, 연습 과정을 다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서 이 팀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것 같다는 예상들을 하긴 하지만, 그게 100%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일의 컨디션도 다르고 또 음악이 진짜 신기한 게 뭔가 당일에 좀 더 진심을 다해서 하는 그런 무대들이 보통 잘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이야’라고 스스로 말했던 팀들이 1등을 하기도 해요.

JTBC ‘팬텀싱어’ 김형중 PD


서현: ‘팬텀싱어’가 배출한 여러 팀들의 행보를 어떻게 보시나요.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팬텀싱어’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분들 중에서 뮤지컬이나 클래식 부분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는 분들도 많고, 팀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나가는 팀들도 많죠. 반면 팀으로서의 활동은 조금 뜸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는 활동을 잘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리안: 멋진 크로스오버 팀이 탄생하고, 팬덤도 많이 생겼는데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느낍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룰 안에서 굉장히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프로그램에 담으려고 하죠. ‘팬텀싱어’ 탄생 이후로 제일 뿌듯한 것은 이런 장르가 우리나라에 새로 생겨났다는 것, 마이너 장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은 거죠. 현재 ‘팬텀싱어’ 공연이나 ‘팬텀싱어’ 연계 공연들이 거의 매진에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보이거든요. 공연 순위도 상위권을 기록하죠. ‘팬텀싱어’를 통해 클래식이나 크로스오버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 다른 클래식이나 아티스트들의 공연들도 많이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저변이 좀 더 탄탄해지고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준: 앞으로 크로스오버 장르가 꾸준하게 사랑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희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배출된 참가자들, 팀으로 활동하고 있고 각 뮤지컬계나 클래식 업계를 대표하는 그 참가자들이 더 열심히 해야죠. 더 좋은 음악과 공연을 보여드리려고 계속 노력해야 하고, 앞 시즌의 팀들은 좋은 의미로 뒤에 새로 배출된 팀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재민: 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제작자로서 가치관이 무엇인가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회사에 갓 들어온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는데, 학교를 졸업해도 성적표를 매번 받아야 하는 직업을 택한 거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택했다고 얘기하죠. PD로서 어떤 생각과 일들을 하건 그게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하고 접근해야 하니까 올바르지 않으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현: PD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좋은 PD가 되는 친구들은 대부분 세상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 같거든요. 이런 얘기 싫을 수도 있지만 PD가 되기 위해서는 책 많이 읽는 게 명백히 유리해요. 인문학적 소양이 많은 친구들이 좋은 PD가 되더라고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세계적인 팝페라테너 임형주님을 만나 매우 기뻤어요. 제 꿈이 가수라 그런지 매우 흥미로운 취재였죠. 인터뷰를 하며 팝페라 가수가 되기 위한 노력부터 다양한 활동 얘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직접 ‘You Raise Me Up’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매우 아름답고 발성도 너무 좋았죠. 집에서도 임형주님이 부르신 수많은 노래를 다시 들으며 팝페라의 매력에 빠져볼래요.

박리안(서울 태랑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에서는 팝페라테너 임형주님을 만나 팝페라의 의미와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봤습니다. 좋은 공연을 하기 위해 평소 술·담배를 안 하는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시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죠. 현장에서 임형주님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보기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유명한 분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벅차 평소보다 훨씬 긴장해서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모를 정도였죠. 올겨울은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으며 따뜻하게 보내도 좋을 것 같아요.

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 학생모델

오페라와 팝을 결합한 팝페라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큰 성량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팝페라테너 임형주님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팝페라를 부르실 때와 말씀하실 때의 목소리가 바뀌어서 신기했죠. 특히, 큰 목소리로 부드러운 음색을 표현하시는 것은 정말 경이로웠고 다른 악기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형주님을 인터뷰하고 직접 노래하는 것을 들어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행복했어요. 타고난 재능에 열심히 노력하셔서 세계 최고가 되신 모습을 보고 저도 저의 재능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

잘 몰랐던 크로스오버 음악이 무엇이고, 팝페라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요. 팝페라테너 임형주님을 만났는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 주셨는데, 데뷔 이후 가장 적은 인원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하셨죠. 너무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가 깨끗해지는 것 같았어요. 팝페라가 어떤 음악인지도 느껴졌죠. 앞으로도 팝페라 가수들의 활약과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한재민(서울 상곡초 5)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디지엔콤·JTBC, 동행취재=박리안(서울 태랑초 5) 학생기자·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한재민(서울 상곡초 5) 학생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