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35년, 덜 힘들게 살고 싶다면…" [헬스조선 젊은 명의]

이슬비 기자 2023. 12. 18.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경기 호르몬 치료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

 

45~55세 여성 4명 중 3명은 삶이 변한다. 폐경으로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다. 몸에 열이 올랐다가 내려가고, 기분도 좋았다 우울했다 반복되고, 기억력은 가물가물해지고, 자다가도 자꾸 깬다. 나중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 우리나라 평균 폐경 나이는 49.7세고, 기대수명은 85.6세인 걸 고려하면 35년이나 폐경 이후 바뀐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정말 다행히도, 폐경 전과 같게 여성 호르몬 수치를 맞춰주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건강도 지킬 수 있다. 폐경 후 호르몬 요법에 대한 모든 것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에게 물어봤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 폐경을 진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폐경은 난소가 기능을 다해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진단 기준은 12개월 동안 무월경이 지속되는 것이다. 보조적인 수단으로 혈청에서 난포자극호르몬(FSH)이라는 여성호르몬을 측정하기도 한다. 한 달 정도 간격으로 2번 이상 쟀을 때 40 이상이면 폐경으로 본다.

- 언제 폐경될지 몸의 변화로 예측 가능한가?
약 10% 여성만 월경을 규칙적으로 하다가 주기 변함없이 월경이 멎는 폐경을 맞이한다. 90%는 폐경으로 가기 전 월경 주기가 변화하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폐경이행기' 단계를 거치게 된다. 평균 46세에 시작되는데, 규칙적이었던 월경 주기가 일주일 이상 차이 나면 초기 폐경이행기에 들어섰다고 본다. 이때부터 폐경까지는 약 2~8년, 평균 5년 정도 걸린다. 주기가 60일 이상으로 길어진 후기 폐경이행기부턴 폐경까진 2~3년 정도 걸린다. 후기 폐경이행기 초반엔 두피, 얼굴, 목 주변에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열성 홍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분 변화, 수면 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비뇨 생식기 위축과 야간뇨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시간이 흐르면 뼈가 약해지는 게 보이는데, 이땐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다.

- 호르몬 요법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러나 열성 홍조, 발한, 수면 장애, 관절통, 근육통 등 폐경으로 인한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호르몬 요법을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매우 많다. 득과 실을 잘 따져봤을 때, 이득이 많으면 받는 거다. 폐경기 증상이 없는 여성은 반드시 호르몬 요법을 받을 필요 없다. 예외는 있다. 증상이 없어도 45세 이전에 폐경되는 이른 폐경 여성과 40세 이전에 폐경되는 조기 폐경 여성은 적어도 50세까지 호르몬 요법을 꼭 받아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우리 몸에 주는 여러 보호 효과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 호르몬 요법은 언제부터 받아야 하는가?
많은 여성이 폐경 후 호르몬 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폐경 2~5년 전 월경이 규칙적이지 않은 폐경 이행기일 때, 여러 가지 증상이 생겨 힘들다면 전문의와 호르몬 요법을 상의해 볼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여러 가지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폐경되면 혈당이 조금 상승하는데, 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혈당 조절이 잘 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가 자궁 모형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 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는가?
있다. 진단되지 않은 질 출혈이 있거나 유방암·자궁내막암 등 호르몬에 반응하는 질환을 진단받은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하면 안 된다. 질 출혈 환자는 먼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질 출혈의 원인은 자궁근종, 자궁경부 염증 등 다양한데, 진단 없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질환이 악화하거나 출혈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여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암종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치료를 다 마쳤더라도 호르몬 치료로 질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혈전 색전증, 간질환, 담낭 질환자도 호르몬 치료를 했을 때 실이 더 크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 대신 증상 자체를 조절하는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 호르몬 요법이 오히려 심혈관질환, 치매 위험 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잘 알고 진행하면 굉장히 안전한 치료 방법이다. 호르몬 요법의 위험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는 시기다. 폐경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60세 이전에 폐경·폐경이행기 증상이 있는 여성은 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오히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폐경된 지 10년 이상 됐거나, 60세 이상에 호르몬 치료를 새로 시작하게 되면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치료하지 않는 게 맞다.

- 호르몬 요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크게 자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뉜다. 수술로 자궁을 절제한 여성은 월경을 유발할 자궁 내막이 없기 때문에 에스트로겐 한 가지 약제만 사용해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면 자궁 내막이 두꺼워져,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게스틴이라는 또 다른 호르몬을 같이 투여한다.

- 호르몬 요법은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가?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열성 홍조가 가장 대표적인 폐경이행기·폐경기 증상인데, 이 증상은 시작되면 평균 7년 지속된다. 보통 3~4년 심하다가 완화되는데, 간혹 5년이 지나도 이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이땐 호르몬 요법을 더 오래 진행해야 한다. 주치의와 상의해 호르몬 요법을 지속하는 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호르몬 요법을 지속할 수 있다. 보통 5년 이상 진행하고, 10년이 지나가면 알려진 위험도가 있어서 약을 줄여 중단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짠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있는가?
가장 흔한 부작용은 초반 질 출혈과 유방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진다. 2~3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악화하면 추가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간혹 몸이 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용량을 좀 낮추면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드물지만 혈액에 혈전이 발생하면 ▲양쪽 팔다리 중 한쪽이 심하게 저리거나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는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땐 바로 호르몬 요법을 중단하고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호르몬 요법으로 살이 찔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폐경기에 살이 찌는 것은 맞지만 호르몬 요법으로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 최근 폐경기 호르몬 치료 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최근에는 비호르몬 방법으로도 폐경기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려는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로키닌이라고 하는 신경폡타이드 수용체가 성호르몬 농도, 체온 조절, 수면 조절 등에 관여하는 뉴런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뉴토키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약제로 얼마나 폐경기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추천하는 생활 습관 개선 방안이 있다면?
가장 곤란하고 조절하기 어려운 증상이 열이 올랐다 내리는 것이다. 많은 환자가 이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아온다. 평상시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실내 온도를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하고, 언제든지 체온 조절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다. 열성 홍조는 보통 아침보다 오후, 밤 등 늦은 시간대에 더 많이 일어난다. 자다가 열이 올라 깨기도 하는데, 이때 땀도 많이나 이부자리가 젖을 수 있으므로 몸에 직접 닿는 옷이나 이불은 면으로 된 소재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운동은 걷기, 달리기, 댄스, 에어로빅 등 체중이 실릴 수 있는 운동이 골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으로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식단은 칼슘,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선택해 먹으면 골 건강에 도움이 된다. 칼슘을 잘 흡수시키려면 적정량의 단백질이 꼭 필요하므로, 충분히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걸 추천한다. 또 칼슘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가공식품이나 탄산음료는 칼슘 배출을 유발하는 '인'이 포함돼 있어 삼가는 게 좋다.

- 폐경기 여성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한다면?
폐경은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신체에 많은 부분이 변화를 겪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여성은 성인이 돼서 살아온 25~30년 세월보다 더 긴 시간을 폐경 이후 보내게 된다. 그 폐경기를 누구는 조금 더 힘들게, 또 어떤 이는 조금 덜 힘들게 겪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공통점인 것은 이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현재 나의 삶과 질 그리고 내 미래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폐경 증상이 있으면서, 폐경 후 10년 이내거나 60세가 되기 전이라면 호르몬 요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면서 건강도 잘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식이요법과 운동까지 병행하면 더할 나위 없다. 만약 호르몬 요법이 맞지 않아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다른 약제와 다른 치료 방법이 많이 마련돼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상담해 관리하면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폐경 이후의 삶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고 노력하면 좋겠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강소연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강소연 교수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의대에서 산부인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다. 환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의사다. 환자의 증상을 탁월하게 완화하는 것은 물론, 숨길 수 없는 밝은 에너지를 품고 환자를 대해 환자가 정신적으로도 큰 힘을 얻도록 돕는다. 환자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학술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정책위원회 위원, 대한비뇨인과학회 수련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폐경학회 법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 환경 위해성 보건과학회 국제학술대회 우수논문발표상, 대한 산부인과내시경학회 우수구연상, 아시아 부인과 로봇수술학회 최우수 초록상,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