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조용히 나눔… 청년들 ‘사랑愛’ 사역 동행해보니… 80대 노부부 “우리 살아있을 때까지 계속 와줘”

최경식,양민경 2023. 12.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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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흩날리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6일 오전.

이들에게 한 무리의 청년이 찾아왔다.

청년들은 정성껏 준비한 쌀과 라면, 반찬 등 생필품을 전달했고 할머니의 시린 손을 꼭 부여잡았다.

청년들은 자리를 옮겨 한 빌라 꼭대기의 작은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80대 노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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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날씨에 교남동 일대 200가구
쌀·라면 등 전달… 온누리교회 대신
지역 교회·복지기관 이름으로 실천
온누리교회 청년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서 소외 이웃들에게 나눔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눈발이 흩날리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한 허름한 단칸방. 80대 노부부가 연탄불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3년 전 의료 사고로 건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쪽 눈도 실명한 상태였다. 평생 반려자인 할머니는 할아버지 곁을 굳건히 지켰다. 이들에게 한 무리의 청년이 찾아왔다. 청년들은 정성껏 준비한 쌀과 라면, 반찬 등 생필품을 전달했고 할머니의 시린 손을 꼭 부여잡았다. 청년들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여호수아 청년부에 소속된 형제자매들로, 교회 이름 대신 ‘사랑愛 나눔(사랑애)’으로 부르며 교남동 일대 이웃을 찾았다.

청년들은 자리를 옮겨 한 빌라 꼭대기의 작은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80대 노부부를 만났다. 할머니가 녹내장으로 실명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었다. 할머니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왔다는 얘기를 듣자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계속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년들은 오랜만에 고향 어르신을 만난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물품을 전달했다.

이날 청년들이 나눔을 진행한 곳은 총 200가구였다. 조상현 교남동장은 “이곳에 사는 어려운 분들이 일반 단체나 봉사자들에게 위로받는 것보다 종교적으로, 그리고 믿음으로 위로받을 때 더 큰 평안을 누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황정아(37)씨는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물품보다 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혜현(39)씨도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는 게 기다려졌듯 항상 이맘때가 기다려진다.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다.

온누리교회 대학청년부 공동체는 앞서 지난 2일과 9일에도 각 지역 교회 및 종합사회복지관 13곳과 협력해 소외이웃 1075가정에 생필품을 전달했다. 사랑애 활동은 2013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다. 특징은 해당 지역 교회와 사회복지기관의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은곡교회에서 관악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와 나눔 활동을 진행한 (온누리교회) 하늘대학부는 식료품 상자에 ‘은곡교회’라 적힌 스티커를 붙여 독거노인 80가구에 전달했다. 신앙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분이 있으면 인근 교회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온누리교회 대학청년부의 ‘조용한 나눔’은 성탄절 전후 전국 104개 교회를 대상으로 한 ‘크리스마스 블레싱’까지 이어진다. 교회 청년들이 도서 산간 지역 미자립교회와 쪽방촌 등을 방문해 성탄 예배와 전야제, 지역 전도 등을 돕는 사역이다. 이 역시 해당 지역 교회 이름으로 펼쳐진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양민경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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