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순간이 치유, 다른 이들에도 그랬으면"

최미향 2023. 12. 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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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을 잊어버린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유병일 작가의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전시를 보기 위해 14일 충남 서산시 석지2길 21에 있는 하녹카페갤러리를 찾았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커피향 가득한 실내에는 한눈에 봐도 예술할 것 같은 모습의 유병일(66세) 작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차향과 함께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작가도 시민들도 그냥 모두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비록 겨울이지만 곧 우리 앞엔 다시 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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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녹카페갤러리 전시하는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유병일 작가

[최미향 기자]

▲ 유병일 작가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초대전  .
ⓒ 최미향
 
계절을 잊어버린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유병일 작가의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전시를 보기 위해 14일 충남 서산시 석지2길 21에 있는 하녹카페갤러리를 찾았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커피향 가득한 실내에는 한눈에 봐도 예술할 것 같은 모습의 유병일(66세) 작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하회탈 로프타이에 눈길을 주며 하회탈 웃음을 가진 100만 불짜리 미소라고 하자 그는 겸연쩍은 모습으로 먼저 자리를 권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듣고자 왔다고 말하자 그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차도 마시고, 문화 예술도 공유하는 이런 공간은 작가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녹에서 전시하게 되어 영광이다. 그런데 꼭 이것저것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하면 그림 전시도 못 하고, 본인 스스로 힐링도 안 된다. 그러면 인생 자체가 빡빡하다. 내게는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황금, 소금, 지금 중에서 지금이 제일 좋다지 않은가. 

차향과 함께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작가도 시민들도 그냥 모두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비록 겨울이지만 곧 우리 앞엔 다시 봄이 올 것이다. 모두 잘 추스르며 그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속상함 치유해준 그림 
 
▲ 유병일 작가 작품 '여행 중에' 지난 10월 양평 여행 중에 너무 여유로운 곳을 발견하고.
ⓒ 최미향
   
- 체리농사를 짓는 걸로 안다. 이번 작품활동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 됐나?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부러 시간 내서라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니까 준비랄 것도 없다. 사실 체리 농사만 지어서는 안 된다. 수확량이 늘 생각 밖으로 턱없이 안 나오니까. 내가 죽기 살기로 뭘 해야 먹고 살고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려 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가져가니까 생활에는 많은 보탬이 된다. 올해도 그림 때문에 먹고 살았다."

-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냉해로 수확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데.
"30년 만에 오는 냉해가 온 걸 모르고 나무를 식재했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안 된다. 현재로선 체리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 정도만 하면 된다고 마음을 내려놨다. 그래야 병이 안 오지 그렇지 않고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속만 상하더라.

그림은 속상함의 치유이기도 했다. 그림은 계속할 거지만 체리는 좀 더 두고 보다가 이도 저도 안 되면 싹 갈아엎고 다른 걸 하든가, 체리 품종을 다시 심든가 고민 중이다. 내년에 결정할 예정이다."
 
▲ 유병일 작가 작품 '여유' .
ⓒ 최미향
 
- 그림은 곧 치유라고 하셨다.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치유다. 문을 열면 삭막한 겨울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하얀 여백의 세상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겨울임에도 봄꽃이 피고, 아름다웠던 찰나의 순간들이 작품으로 탄생하면서 나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짜릿한 힐링을 느낀다.
하녹을 찾는 손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차 한잔을 앞에 놓고 벽에 걸린 작품을 바라보면서 행복했으면 싶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거는 것이고, 그러다 진짜 좋아하면 소장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홍목단이 팔렸는데 구매하신 분이 아주 좋아하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았다." 
  
▲ 유병일 작가 작품 '홍목단' .
ⓒ 최미향
  
- 홍목단이 부를 불러온다는 말이 있어 그런가? 그림 중에서도 작가님을 행복하게 하는 그림은 어떤 작품인가?
"맞다. 옛날 사람들은 시집갈 때 대개 베개나 이불에 다 홍목단을 수놓아 들고 갔다. 그거 말고도 잉어를 좋아하는데 대개 출세 원하는 사람들 방에 가 보면 잉어 그림을 걸어놓고 계신다. 옛날에는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 잉어 그림을 소매에 넣고 가곤 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십장생을 좋아하곤 한다. 나는 그중에서 주로 소나무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이 살면서 커 온 개심사와 해미읍성 인근 소나무. 내 삶을 늘 가까이서 지켜봐 줬으니 그런 것 같다.
성질나면 소나무 있는데 가서 막 발로 퉁퉁 차면서 욕을 했고, 좋은 일 있으면 가서 소나무를 껴안고서 좋아 가지고 뻘뻘 거리고. 희로애락을 같이 했으니 소나무는 내 평생 비빌 언덕이라고 봐야지."
 
▲ 소나무 작품 앞에 선 유병일 작가 .
ⓒ 최미향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그림을 잠 안 올 때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 그리느라 잠을 못 잔다. 그저께는 갑자기 그림 그리려고 야심한 밤에 화실에 올라갔다. 그러다 대충 접고 보니 아침 6시 반이더라.

치매를 앓으시는 아버지는 상태가 더 심해지셔서 얼마 전 요양원에 들어가셔서 집에는 이제 어머님만 계신다. 좀 한갓져서 훨씬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무겁다. 오늘도 오후에 면회 가기로 했다. 얼른 (인터뷰) 마치고 준비해야 한다. 하녹에 걸린 작품을 보면서 많은 분이 행복한 12월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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