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도, 병원도 불편한 '똑닥'…대기시간·민원 증가

유채리 2023. 12.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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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소아 전문 의료기관 로비 전경.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박선혜 기자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똑닥을 두고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장 대기 없이 병원 진료를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편의성을 높여줄 거란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현장 접수만 할 때보다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등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똑닥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은 과거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말한다. 예약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한 소아과를 두 자녀와 방문한 A씨(45)는 “똑닥으로 병원 예약을 하려면, 예약이 열리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병원에 와서 대기하는 시간도 이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B(44)씨는 “늦어도 예약 시간이 열리기 20분 전부터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진료 접수에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선 밤에 잠 못 자고 똑닥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누리꾼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똑닥에서 접수 가능한 시간대가 뜨는지 확인하는 것에 불편을 호소하는 글도 많다. 아예 똑닥 앱의 시간을 초 단위로도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도 생겼다. 

예약에 성공해도 끝난 게 아니다. 자신의 순서에 맞춰 병원에 도착해 있지 않으면 예약이 자동으로 취소되기 때문이다. 예약 취소를 피하려면, 접수 시간 전까지 수시로 대기 인원수와 알림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장 대기 시간이 줄었어도 대기시간으로 분류할 수 없는 ‘그림자’ 대기 시간이 존재하는 셈이다. 6세, 9세 자녀를 키우는 박모(39‧자영업)씨는 “거의 1분 꼴로 대기 인원을 확인하다가 8명 정도 남았을 때, 병원으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대기 시간이 늘어난 건 똑닥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한 곳에 몰리는 병목현상이 일어나서다. 최근 똑닥 이용자가 늘어나며 병목현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시간 말고 남는 시간에”…똑닥 기피 현상도

똑닥은 환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병원 접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상은 원하는 시간이 아니어도 진료 예약이 가능한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 박씨는 “오전에는 똑닥 예약 마감이 빨리 돼 오후 시간대를 노리는 편이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접수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예약한다”고 말했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원래 이용하던 병원이 아닌 진료가 빠른 병원으로 가거나, 아예 똑닥을 이용하지 않는 병원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똑닥 이용료가 월 1000원이지만, 언젠가 큰 폭으로 오를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유료화로 전환하려던 카카오택시나 배달료가 꾸준히 오르는 배달의민족 같은 앱처럼 될 거란 예상이다. 현장 접수와 앱 접수를 같이 받아서 혼란이 빚어지거나, 앱 접수만 받아서 문의할 곳이 없는 등 불편도 제기되고 있다.

똑닥 앱에서 확인한 병원 대기 정보. 진료 예약이 마감된 병원도 있다. 똑닥 캡처

그럼에도 사람들이 똑닥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똑닥으로 예약하지 않고, 현장에 와서 대기하면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도 당일 예약이 마감돼 진료를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산에 사는 윤모(31)씨는 “두 돌 정도 된 아이가 병원에서 기다리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라며 “계속 대기를 확인해야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있다가 출발하는 게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몫 된 민원…“민영화 논란, 근본 원인 짚어야”

병원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예약 관리에 드는 에너지나 혼란을 덜어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병원 수입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똑닥 이용자들의 민원이 증가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일부 이용자들은 똑닥 구독료를 병원이 받는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영수증 리뷰나 카페 등에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똑닥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도 이해관계에 따른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민들들은 근본적으로 공공 서비스인 의료를 민간 기업이 사적 이익을 취득하며 병원 이용에 문턱을 만드는 건 민영화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SNS 등에선 “똑닥이 의료 민영화 시작 아니냐” “의료 서비스에 사기업이 끼어들어 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등 비판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의료 업계에선 똑닥으로 혼란이 불거지게 된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 회장은 “똑닥 앱이 나오게 된 원인엔 소아과 대란 등이 있다”라며 “병원에 대한 제재보다는 앱에 대한 개선, 더 나아가 지금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앱으로 예약받은 환자만 진료하는 건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며 행정 지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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