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방산… 미국도 뚫을까

황민혁 2023. 12. 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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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전방위 공략… 10대 무기 수출국 거듭난 한국
한국 방산기업이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FA-50 전투기. 뉴시스


한국 방위산업계가 '육 해 공'을 가리지 않고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면서 한국이 10대 무기 수출국 대열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군비 지출 증가, 러시아산 무기 수입을 대체하려는 움직임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들은 방산 ‘탑 4’ 도약을 위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시도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9위권에 머무르는 국내 국방기술력을 높이고 글로벌 방산 동향을 고려한 한국군 무기 체계 운용 등이 뒷받침돼야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년 만에 74% 증가한 무기 수출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로 9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74%로 10위 안에 든 국가 중 1위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업체의 수주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96조4000억원으로 2019년 60조9000억원과 비교해 58.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지난해 폴란드발 대형 수주를 계기로 육 해 공 가릴 것 없이 한국 방산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이어 호주 정부와는 3조1649억원 규모의 장갑차(레드백)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의 대형 방산 수출은 K-9 자주포, K-2 전차 등 한국군이 이미 전력화했던 ‘검증된’ 제품 중심이었다. 그런데 레드백은 도면조차 없던 제품이다. 민간 업체가 5년간 수출 목적으로 연구 개발 제작해 선진 방산 시장 진입까지 성공한 사례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1차 계약에서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했고,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진행 중이다.

K-9 자주포. 뉴시스


바다에서는 조선업체들이 군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D현대는 필리핀으로부터 지난해 6월 2400t급 원해경비함 6척, 2021년엔 3100t급 초계함 2척 공급을 수주했다. 현재 모두 8척을 건조 중이다. 한화오션은 2019년 인도네시아 해군에서 발주한 1400t급 잠수함 3척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내년 3000t급 잠수함 2~3척을 발주할 예정인 폴란드 해군 현대화 사업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두 회사는 캐나다에서 최대 12척 규모의 잠수함 교체 사업도 노린다.

한·미 연합 훈련 중인 해군 잠수함. 뉴시스


항공 방산 분야에선 KAI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KAI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27.69%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0.71%로 올랐다. KAI는 지난해 폴란드에서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의 경전투기 ‘FA-50’ 4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 2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9억2000만 달러(1조2000억원) 규모로 18대를 수주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국방비가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이고 세계 2위 수출국인 러시아의 방산 경쟁력은 훼손됐다”며 “한국, 튀르키예 등 신흥 수출국이 반사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두드리는 K-방산


한국 방산업계는 4대 방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군비 지출의 39%를 차지하는 방산 대국이다. 현재까지 한국 방산기업의 미국 수주 사례는 없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에서 “약 50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수출 증대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AI는 FA-50으로 미국 시장을 뚫으면 우방국 수출 확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 시장에서 1300대의 FA-50 판매, 점유율 50% 이상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사가 500대 규모로 예상되는 내년 미국 훈련기 시장 진출에 도전하는 이유다.

LIG넥스원 역시 해안방어용 유도무기체계인 ‘비궁’의 미국 수출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목표로 ‘로봇 군견’ 기업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장거리 자주포(ERCA) 사업 수주를 타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인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방위산업은 계약 상대국을 둘러싼 정치 변화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례로는 한국 방산 수출의 물꼬를 텄던 폴란드가 꼽힌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야권 연합의 승리를 이끈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 전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신임 총리로 확정되며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내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는 지난 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 체결한 방산·군비 계약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폴란드 정부의 자금 부족까지 겹치며 계약 무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는 “계약 추진에 가시적인 차질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원천 기술력 향상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략개발센터장은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수준 순위는 세계 9위로, 무기 수출 순위와 같다”며 “결국 기술력에서 세계 4~5위권으로 진입해야 이미 시장을 선점한 방산 선진국을 제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호주 등 선진 방산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갖춘 무기를 한국군에서 채택해 운용하면 국내 방산기업들은 이 경험을 토대로 해외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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