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반도체 한파 견딘 삼성·SK…재계 덮친 사법리스크

한예주 2023. 12.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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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자·반도체 업계 주요 이슈

2023년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자·반도체업계에 유독 힘든 한해였다. 업계 선두 위치에 있으면서도 업황 악화로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 나타났고 대기업 총수들의 사법리스크까지 확산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설정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자의 늪 빠진 반도체업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부진한데다 세계 IT 기업들도 허리띠 졸라매기로 재고 감축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적자 실적을 견뎌내야 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램 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4분기엔 두 회사 모두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동안 누적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급 확대 대신 감산 기조를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AI 열풍과 HBM이 낳은 메모리 제2전성시대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에 희망을 품었다. HBM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 제품인 HBM3을 미국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 시장 점유율은 공급량 기준 95%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5세대 제품 HBM3E 역시 최근 엔비디아에 성능 검증을 위해 샘플을 공급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추격자인 삼성전자도 지난 10월 HBM3E 제품인 '샤인볼트' 개발을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차세대 제품 전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HBM3E 양산은 3사 중 가장 늦게 시작하지만 압도적 생산능력을 확보한 만큼 5세대 후속 모델인 32GB 버전도 내년 3분기 중에 곧바로 이어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에서 자체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해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고성능 D램 주문을 늘리는 흐름이 나타나며 내년 메모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용인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어간 대규모 투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올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단기 실적이나 수익성 계산보다는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 8조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 기간 역대 최대인 25조3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이 중 91%가 넘는 23조2473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집중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는 '제2 파운드리 공장' 건립을 마무리하고 있다. 공장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가 투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들여 아산디스플레이 캠퍼스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전용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연합뉴스]

전장이 탈출구…14년 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월한 LG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LG전자의 TV 등 주력 사업 부문이 어려운 국면을 지나는 동안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이 양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전장 사업 확대 덕에 14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전장 부문 자회사 하만은 올해 3분기 매출액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기록인 작년 4분기(3700억원)를 큰 폭으로 경신했다. 하만의 올해 누적 매출은 삼성전자 전체의 5.5%, 영업이익은 22%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법정에 간 재계 오너들

재계 총수들은 연거푸 터진 '사법 리스크'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검찰로부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받았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 만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며 내년 1월26일 선고만 남겨뒀지만, 이후 양측의 항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동안은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소송 이슈가 불거졌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소송을 낸 집안 사람들과 분쟁 중이다. 그간 경영 활동이 전무했던 세 모녀,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 씨가 경영권 참여를 이유로 기존 합의를 깨고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고 소송을 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으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관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공식 변경하고 출범한 가운데 9월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표지석 제막식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과 내빈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재도약 다지는 경제 맏형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기관명을 바꾸며 정경유착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를 했다. 1968년부터 55년간 사용한 전경련 간판도 내렸다.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한경협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협회장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맡았다. 새 협회장 선출과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복귀로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며 회원사 저변 확대를 통해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경협은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을 새 슬로건으로 발표했다. 또 ‘대한민국 G7 대열 진입 및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의 도약’이라는 비전과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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