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 권유도…내 아이에 전도 싫다는 엄마들

손동준 2023. 12.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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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북부 지역의 한 맘 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해당 글에는 지역의 한 교회 교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붙잡고 전도하는 모습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었다.

"집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성경 말씀을 전한다고 하고 아이에게도 간증 책 같은 것을 나눠주는데 부담스럽다", "000교회인가요. 저희 아이도 놀이터만 가면 늘 전도하는 할머니들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 "성당에 다닌다고 해도 자기네 교회로 나오라고 하더라" 등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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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신도시 전도 사회학> (상)맘 카페가 뿔났다

최근 경기 북부 지역의 한 맘 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길 위에서 행해지는 노방전도, 가가호호 방문하는 축호전도 때문이다.

지난 9일 인터넷 맘카페 게시판에는 ‘전도 진짜 너무 심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지역의 한 교회 교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붙잡고 전도하는 모습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교인들이 주말에 뭐하냐 어디에 사냐 등 아이들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더라. 판단력 없는 아이들한테 해선 안 될 행동”이라며 “교회에 악감정이 없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적었다.

댓글에도 비슷한 경험담이 이어졌다. “집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성경 말씀을 전한다고 하고 아이에게도 간증 책 같은 것을 나눠주는데 부담스럽다”, “000교회인가요. 저희 아이도 놀이터만 가면 늘 전도하는 할머니들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 “성당에 다닌다고 해도 자기네 교회로 나오라고 하더라” 등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미성년자약취유인으로 경찰에 신고하라”는 조언까지 이어졌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용인 남양주 김포 등 신도시의 경우 지역에 입주한 교회들의 무리한 전도가 입방아에 오르내린 사례가 적지 않다. 한정된 지역사회 안에서 다수의 교회가 동시에 전도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자칫 전도의 내용이 복음보다 ‘내 교회로 모시기’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이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전도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팬데믹 기간 교회 이미지가 악화한 것과 맞물려 전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타 지역에서 신도시로 이전해 온 교회라면 교회 주변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민원에 둔감해지기 쉽다. 한국교회생태연구네트워크 한경균 대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정서에 무관하게 물의를 일으키는 방식을 고수하다 보면 교회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방전도와 축호전도 등 전통적 전도 방식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국민일보DB


현지 교회들의 당면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도시 종교부지에 입주한 교회 가운데 많게는 건축비와 토지 구매에 50%까지 은행 대출에 기대고 있는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교회의 은행 대출액이 50억원 이면 금리가 2%만 올라도 매월 지출되는 이자로 1000만원 넘게 추가 지출이 발생다. 한 대표는 “펜데믹 기간 경제 주체인 3040 교인들이 적지 않게 교회를 빠져나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은 교회들은 치솟은 금리 때문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신도시 거주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3040 세대의 개인주의적 특성을 읽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가가호호 방문해 복음을 전하는 축호전도는 마을의 개념이 살아 있을 때는 유용한 전도 방식으로 통했다. 마을 구성원이 서로 관계를 맺고 얼굴을 알던 시절,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다 안다’고 하던 때에는 가정에 방문해 전도하는 것이 크게 예의를 벗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선일 웨신대(전도학) 교수는 “내가 할 말이 있으니 무조건 들으라는 식의 접근은 현대사회에서 예의가 아니다”라며 “요즘은 학교 폭력 문제로 아동과 청소년 인권이 민감한 시대다. 아이들에 대한 접근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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