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유방암 수술, 가슴 모양 지키고 재발 위험도 낮출 수 있어"

신은진 기자 2023. 12. 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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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수술 명의' 은평성모병원 유방외과 최승혜 교수
 
우리나라 여성암 1위는 단연 유방암이다. 전체 5년 생존율이 93.8%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는 하나, 치료과정이 결코 순탄한 질환은 아니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가슴 절제 수술은 환자의 자존감에 영향을 준다. 유방암 수술 후 우울감, 상실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방암 환자가 매우 흔할 정도다.
그렇다고 가슴 모양을 지키는 치료를 하면 암 재발 위험이 커진다 하고, 가슴을 완전히 포기하면 여성성은 물론 어깨 움직임마저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유방암 수술은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치료법인 걸까? 유방암 수술 명의인 은평성모병원 유방외과 최승혜 교수를 만나 최신 유방암 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은평성모병원 유방외과 최승혜 교수/신지호 기자
-유방암 치료에서 가슴 절제 수술은 필수인가?
그렇다. 유방암 치료는 크게 전신치료와 국소치료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신치료는 항암제치료, 항호르몬치료 및 표적치료 등의 약물치료이며, 국소치료에는 수술과 방사선치료 등이 있다. 유방암 치료법은 굉장히 다양하게 발전했고, 특히 많은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전신치료 효과가 개선됐다. 그럼에도 무엇보다도 유방의 원발암을 외과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는 유방암 치료의 핵심이며, 필수라 할 수 있다.

-유방암 수술법은 무엇이 있나?
우선 유방암 수술의 목적을 알아야 한다. 유방암수술은 유방이나 흉벽에 잔여 암 조직을 남기지 않고, 잘 절제해내는 것이다. 유방암 완치를 위한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치료 과정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술방법으로는 유방 조직을 모두 절제하는 '전절제술'과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이 있다.

전절제술은 유방 조직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로 절제 범위에 따라 다시 근치유방절제술, 변형근치유방절제술, 피부보존유방절제술, 유두-유륜복합체 및 피부보존유방절제술 전절제술 등 총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전절제술은 미용적인 면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술 범위를 줄여가는 시술들이 많이 시도되었고,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며 암 조직을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이 등장했다. 부분절제술은 암 주변 조직을 포함한 유방을 부분절제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이다. 종양의 주변 2~3cm 정도의 정상조직을 포함해 절제하면서 피부와 근막을 동시에 절제하는 '사분획절제술'과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을 포함해 절제하면서 피부와 근막은 절제하지 않는 '광범위 절제술' 방법이 있다. 부분절제술이라도 정상 유방 조직을 함께 절제하게 되는데, 기술발전으로 함께 절제하는 정상조직 범위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과거엔 정상조직이라도 종양 주변 2~3cm는 함께 절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엔 2mm만 절제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유방암 수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부분절제술 후 다른 유방조직을 추가이식해 모양을 유지하는 등 종양 성형수술까지도 시행하고 있다.

-부분절제술을 받는 환자는 얼마나 되나?
1990년대만 해도 전절제술을 받는 환자의 비중이 70~90%였으나, 최근엔 부분절제술을 받는 환자가 70~80% 정도다. 0~1기의 조기유방암 환자가 30~40% 수준에서 60~70% 수준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겠으나, 치료법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부분절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있나?
물론이다. 유방암 수술의 목적은 종양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과 만족할만한 미용적인 효과를 얻는 것이다. 결국 부분절제술로 종양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거나, 미용적인 결과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면 전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전절제술을 할지 혹은 보존술을 할지 결정할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방 종양의 특징이다. 환자 유방의 크기와 종양의 다발성 유무 및 위치, 분포 범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종양의 크기가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cm 종양이라도, 유방이 큰 사람이라면 부분절제술을 해도 되지만, 유방 크기가 작다면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부분절제술이 의학적으로 금기인 경우이다. 보존술 후에는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임신 중 방사선조사가 필요한 임산부의 유방암인 경우, 악성이 의심되는 미세석회화가 넓게 퍼져 있는 경우(diffuse), 방사선치료 이후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는 자가면역성 결체조직질환이 있는 경우, 과거에 유방이나 흉벽에 방사선조사의 병력이 있는 경우 등에는 전절제술을 선택해야 한다.

-개인차가 크다는 건가?
개인차가 크다기보단, 유방암 치료는 유방 종양 자체의 특성, 크기, 분포 위치, 다발성 여부,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반 질환 등에 따른 치료 가이드 자세하게 마련되어 있다. 검사를 통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이면서 미용적인 효과까지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부분절제술 금기 대상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유방 모양 보존이 가능한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신지호 기자
-진단 당시 전절제수술 대상자면,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한가?
가능할 수 있다. 종양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경우 수술 전 항암치료로 크기를 줄인 후 보존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차례 항암제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줄면 항암제 치료를 계속해보고, 마무리로 수술을 한다. 만일 항암제 효과가 없으면 약제를 바꾸거나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바로 수술을 진행한다.

-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있을까?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경우가 따로 있어 예측이 가능하다. 항암제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3cm 이하로 감소하면 부분절제술로 수술법 전환을 고려할 수 있는데, 종양크기가 3cm 이하가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건 ▲호르몬수용체(ER) 음성인 경우 ▲처음 종양의 크기가 작을 때 ▲Ki-67 수치가 높을 때 ▲조직검사상 상피내암 성분이 없을 때이다. 이에 해당하면 항암제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커 항암 치료를 빨리 시작한다. 실제로 위의 지표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암 크기가 줄어 부분절제술로 수술법을 변경한다.

물론 부분절제술이 전절제술보다 우위에 있는 수술이란 건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술이 있을 뿐이다. 수술법은 환자가 앞으로 암 생존자로서 살아갈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부분절제술이지만, 암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부분절제술의 재발 가능성은 의사들도 오랫동안 의문을 가진 부분이라 대규모 임상 연구가 굉장히 여러 차례 진행됐다. 연구결과를 보면, 전절제술을 한 그룹과 부분절제술을 한 그룹을 20년 이상 추적검사를 해보니, 원격 전이(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것)와 생존율에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다만 부분절제술은 유방이 남아 있다보니 남아 있는 부위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수술방법보다 더 중요한 건 부분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였다. 부분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한 그룹의 재발률은 2~3% 수준이었으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의 재발률은 10% 내외였다. 즉, 부분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해 재발률을 충분히 떨어뜨릴 수 있단 것이다. 유방암은 항암제나 호르몬 치료법이 굉장히 많이 개발되고 발전해 부분 절제술 후 발생하는 국소 부위 재발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유방암 재발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전절제술을 하고 복원술을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재발률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부분절제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전절제술 후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은 암 재발 감지에 걸림돌이 되진 않나?
어떤 치료를 했을 때 월등히 재발에 영향을 주거나 생존율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준다면 그 치료법은 선택되지 않는다.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거다. 유방재건술은 유방암치료에서 환자의 정신적 문제와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유방암환자의 빈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치료의 발전으로 유방암 생존자가 증가하고 있어 중요성이 크다. 유방재건술도 발전하고 있어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종양학적인 측면에서도 연구 결과 재건술을 시행했을 경우 재발률과 5년 생존율이 차이가 없다고 보고됐다. 재발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유방암 수술 후 합병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개선된다. /신지호 기자
-유방암 수술 후 합병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유방암은 어떤 치료를 하느냐에 따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수술의 경우, 수술 범위에 따라 유방모양의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고 감각이상이나 운동 제한, 림프부종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수술 범위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운동 장애는 수술 직후부터 재활의학과와 협진을 통해 운동치료를 할 수 있고, 림프부종도 별도의 재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림프부종과 같이 계속 관리해야 하는 합병증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유방암 수술 합병증은 회복 가능하다.

-육체적 변화로 인한 심리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30년 가까이 진료를 보고 있음에도 아직도 가장 힘든 순간이 환자에게 유방암 확진을 알리는 순간이다. 환자 입장에선 유방암이란 소식을 듣는 게 얼마나 슬프고 당혹스럽겠나. 공포감과 절망감 등이 들고, 존재감이 흔들리는 일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러한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전문의에게 충분히 설명과 지지를 받는 게 좋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도 필요하다. 가족과 주변의 적극적인 정서적인 지지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유방암 수술을 앞둔 환자는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야 할까?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치료가 너무 힘들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일도 계속 하길 강력히 권한다. 유방암 확진을 받았더라도 치료만 끝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치료가 끝나면 언제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편안한 마음을 먹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주치의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듣고, 앞으로의 치료에 대해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유방암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든 부분이 있다면 꼭 주치의와 상의하길 바란다.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유방암 관련 정보를 얻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정보 중엔 너무 과장되거나 본인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게 많다. 그러한 얘길 듣다보면 괜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종종 과장된 정보 때문에 유방암 수술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치료 시기를 놓쳐, 나중에 굉장히 고생하는 경우를 본다.

지금 우리가 하는 유방암 치료는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최소한의 부작용과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진 치료법이니, 주치의를 신뢰하고 같이 이겨내 가길 바란다. 유방암은 완치율도 높고, 치료 효과도 좋은 질환이다.

최승혜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현재 은평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 외과 여의사가 10여 명에 불과하던 시절, 외과 전공을 선택한 최 교수는 국내 1세대 여성 외과 전문의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 3대 병원장과 제 1,2대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유방암 및 유방질환 치료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최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의 수술에 전념해 왔다. 암 조직을 정확하게 제거하는 것은 물론 피부에도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의 섬세하고 뛰어난 술기를 가진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환자 중심의 맞춤 치료'로 많은 환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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