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자 나왔대" 학원 또 들썩…불법 피뎁방도 '떡상'했다
“A 학원 수학 강의 대기번호가 169번으로 나왔다. 수강생 정원은 120명이라 사실상 포기했다” 재수를 희망하자는 A군(18)의 말이다. 지난 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와 함께 수능 만점자와 최고 득점자가 킬러문제 훈련으로 유명한 A 입시학원 수강생인 사실이 알려지자, 사교육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입시 자료를 불법 공유하는 ‘피뎁방’(PDF방) 역시 덩달아 참여자가 급증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A 학원의 경우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 1주일도 채 안 됐지만, 이미 수험생이 몰려들어 등록도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A 학원은 정부가 ‘킬러문제 없는 수능’을 천명한 뒤 대표적인 ‘사교육 카르텔’로 지목된 곳 중 한 곳으로, 지난 10월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학원 수강생들이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자, ‘사교육 절감. 공교육 정상화’와 킬러문항 퇴출이라는 정부의 기조는 입시 현장에서 힘을 잃고 있다. 올해 수능을 본 고등학교 3학년 정모(18)양은 “킬러문제를 없앤다더니, 정부가 수험생 킬러가 될 줄은 몰랐다”며 “이번 수능이 ‘정답은 사교육’이라는 걸 증명해줬다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김모(18)군도 “불수능에 평소보다 점수를 받지 못한 친구들은 벌써 사교육 시장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입시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이란 구호도, 수능 결과도 결국엔 정부가 A학원을 홍보해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비싼 사교육비에 불법 피뎁방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다만 인기 입시 학원의 경우 진입 장벽도 높다. A학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논술 한 과목당 수강생은 127명, 4회 수강에 학원비는 177만원에 달한다. 월 학원비만 수백만원을 쓰는 경우가 흔하고, 시간당 100만원에 달하는 강의도 있다. 또 수강 대기 인원도 많으며, 지방 학생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피뎁방(입시 학원이 만든 수능 문제집을 PDF 파일로 만들어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과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눈길을 돌리는 입시생도 늘고 있다. 교재를 다운 받는 비용도 없고, 공간적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뎁방 운영자가 교재를 판매하거나 광고를 하는 등 금전적 이익도 얻지 않는다. 한때 13만명 넘는 참여자를 보유했던 최대 규모 피뎁방 ‘핑프방’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지난 7월 폐쇄되는 등 한때 뿌리가 뽑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 수능을 기점으로 오히려 부활하는 모양새다.
현재 이름이 알려진 피뎁방 중 가장 많은 참여자를 보유한 C 피뎁방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 회원 참여자 10만명을 돌파했다. 방이 열린 지 불과 5개여월 만이다. 특히 A 학원에 다닌 수능 고득점자들의 인터뷰가 공개된 8일부터 사흘간은 2300여명이 늘었다. 이전까지 하루 평균 200명 정도씩 참여자가 증가한 것을 고려했을 때, 평소보다 3배 이상 빠른 추세다. C 피뎁방 외 다른 피뎁방들 역시 참여자 증가폭이 평소보다 2~3배 높았다. 내년에 수험생이 되는 최모(17)군은 “수능 만점자와 최고 득점자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A 학원이었지만 지방에 살고, 학원비를 감당할 집안 형편도 안된다. A 학원의 킬러문항 대비 문제집을 얻으려면 피뎁방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체능 피뎁방 개설 움직임도…“불법행위 중단해야”
전문가들은 학생‧학부모들에겐 불법 피뎁방 이용 자제를, 정부엔 근본적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연구소장은 “피뎁방은 과도한 수능 성적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그렇다고 불법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피뎁방을 통해 문제집을 다운받기만 해도 저작권법상 불법행위”라고 말했다.또 박 교수는 “지역‧소득에 따라 교육 인프라 차이가 크다. 교육 인프라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며 “성적으로 한줄세우기 평가가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의 따로 줄 세우기가 필요하다. 이를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확대하고 기회를 넓히는 게 과제다”라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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