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아함의 상징! 트위드 재킷의 모든 것
그렇다면 이 트위드 재킷은 어떻게 처음 탄생하게 된 걸까? 트위드 재킷은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창조했다. 여자들에게 의복의 자유를 수없이 선사한 디자이너답게 트위드 재킷도 실용성을 위해 처음 디자인했다. 트위드는 굵게 가공된 양모를 거칠고 투박하게 방직한 원단을 뜻하는데,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트위드강’ 근처에서 생산돼 강의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튼튼하고 보온성과 통기성, 신축성이 뛰어나며 비와 물에 강해 17세기부터 영국 시골의 농부와 양치기들이 입기 시작했고, 이런 장점 덕에 19세기엔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다. 물론 여성이 아닌 상류층 남성들 말이다. 에베레스트산에 최초로 등정한 탐험가들도 트위드 옷을 입었을 정도로 트위드 소재는 기능적인 원단이다. 한편 직조 모양이 다양해진 이유는 1848년 에드워드 왕자가 스코틀랜드의 밸모럴성을 구입한 뒤 이를 기념해 밸모럴 트위드를 디자인하며 시작됐다. 자신만의 트위드 패턴을 만드는 일이 마치 문장을 만드는 것처럼 다른 성주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코코 샤넬은 지난달 소개한 카디건처럼 1920년대에 자신의 연인(카디건은 아서 카펠, 트위드 재킷은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낚시나 사냥을 할 때 입던 남성용 트위드 재킷에서 영감받아 여성용 트위드 재킷을 처음 디자인했다. 그는 1925년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스코틀랜드에 있는 트위드 공장에 직접 원단 개발을 의뢰했는데, 자신이 즐겨 여행한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담고 싶어 낙엽이나 식물들을 보여주며 트위드의 색감을 만들어내는 등 트위드 원단을 직접 디자인했다.
1929 Gabrielle Chanel
연인의 트위드 재킷에서 영감을 얻어 여성용 트위드 재킷을 창조한 디자이너 코코 샤넬.
1986 F/W Moschino
샤넬 스타일을 위트 있게 재해석한 아이템들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모스키노.브랜드의 설립자 프랭코 모스키노는 글램하게 트위스트된 트위드 재킷을 1985년 처음 선보였다.
2009 S/S Balmain
파워 숄더 트위드 재킷을 비롯한 로큰롤 감성의 룩으로 돌풍을 일으킨 크리스토프 드카르냉.
2021 S/S Ce´line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에 데님 팬츠, 트랙 팬츠와 같은 캐주얼 팬츠를 믹스매치한 에디 슬리먼.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트위드 재킷의 디자인은 1954년 탄생했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잘록한 허리 라인의 바 재킷과 풀 스커트로 구성된 ‘뉴 룩’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샤넬은 “디올은 여성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덮개를 씌워준다”라고 말했고, 이에 반하는 일자 허리 라인에 단추와 칼라가 없는 카디건 형태의 편안한 재킷과 H라인 스커트로 구성된 트위드 슈트를 디자인했다. 이후 트위드 재킷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패션 아이템의 대명사이자 품위 있으면서도 편안한 룩을 원하는 여성들의 유니폼이 됐다. 그리고 코코 샤넬의 뒤를 잇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디자이너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돼왔다. 〈스타일 북〉의 저자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은 자신의 책에 트위드 재킷에 대한 사랑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스키니 팬츠를 입은 그런지 스타일의 케이트 모스라도, 고독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아나 무글라리스라도 샤넬의 트위드 슈트는 언제나 여자를 가장 세련되고 품위 있고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 먼 미래에 …… 우주복을 입은 여성이라도 샤넬의 트위드 슈트만큼은 가장 입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그의 말처럼 트위드 재킷은 여자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패션계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3가지 아이템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바지, 화이트 셔츠, 그리고 샤넬 (트위드) 재킷이다.” 코코 샤넬의 뒤를 이어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랜 시간 일해온 칼 라거펠트가 남긴 이 유명한 말처럼, 트위드 재킷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여자들의 가장 멋진 친구로 패션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번 시즌의 런웨이엔 어떤 트위드 재킷들이 올랐을까? 먼저, 트위드 재킷을 창조한 가브리엘 샤넬의 계보를 잇고 있는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르는 코코 샤넬 시절의 기본적인 라운드 넥 트위드 재킷이 연상되는 베이식 디자인부터 샤넬의 상징 카멜리아 코르사주가 장식된 쿠튀르적인 디자인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트위드 재킷을 런웨이에 올렸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들은? 폴앤조 컬렉션에선 클래식 샤넬 레이디의 룩을 쏙 빼닮은 트위드 재킷을 만날 수 있었고, 지암바티스타 발리 역시 코코 샤넬 스타일의 트위드 재킷을 오버사이즈로 선보였다. 블레이저 형태로 모던하게 재해석된 트위드 슈트를 선보인 에밀리아 윅스테드의 디자인은 클래식한 레이디 룩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듯. 보다 베이식한 디자인을 원하는 이들에겐 셀린느를 추천한다. 이를 에디 슬리먼의 제안처럼 프렌치 감성의 스트리트 무드로 즐겨볼 것.
클래식한 하운드투스 체크 패턴의 트위드 패브릭으로 블루종 형태의 재킷을 디자인한 잉크, 과감한 슬릿과 트위드 끝단의 프린지를 길게 커팅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더한 사카이의 트위드 슈트도 주목해야 한다.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한 에트로의 재킷은 레트로 무드가 매력적이었고, 샤넬의 트위드 룩을 오마주한 디자인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는 모스키노는 과감한 장식과 아방가르드한 곡선 헴라인으로 이 아이코닉한 클래식 룩을 신선하게 재해석했다. 절제된 디테일의 모던한 맨스 트위드 재킷과 케이프 형태의 재킷을 선보인 코페르니, 바이커 무드의 가죽 패치로 러프함을 주입한 GCDS는 트위드 재킷을 그저 우아하기만 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온 이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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