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작지만 강한 도시, 구리의 재발견 [스페셜리포트]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2.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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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입지에도 개발 묶여 덜 주목받았던 구리시
신규 택지지구 지정과 함께 수도권 핫플레이스 우뚝
도로 교통망 확충과 GTX-B노선 정차는 해결 과제

서울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워커힐아파트와 함께 그랜드 워커힐 호텔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서울의 끝자락이다. 오른쪽에는 한강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을 지나 1~2분 더 달렸을까. “어서오세요. 경기도 구리시입니다”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행정구역상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이다. 위로는 아차산 자락, 아래로는 한강변과 이어진다. 아천동 일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이렇다 할 건물이나 시설 등이 보이지 않는다.

아천IC를 지나 조금만 더 가다 보면 토평삼거리가 등장한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리시 토평동이다. 토평동은 아래로 한강변과 구리한강시민공원, 위로는 토평고와 토평중, 구리여중 등까지 길게 이어진다. 토평동 북쪽은 여러 학교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지은 아파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강변과 붙어 있는 남쪽은 여전히 시골 농촌 같은 분위기다. 주변은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으로 이뤄졌으며 현장 곳곳에서 컨테이너와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창고나 소규모 공장 등이 눈에 들어온다.

한적한 시골 마을 토평동 남쪽 일대가 세간 관심을 받는 이유가 있다. 최근 정부가 구리시 토평2지구를 공공택지 후보지 5곳 중 하나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토평동 남쪽 한강변에 위치한 토평2지구는 여러 이유로 개발이 묶여 있었지만 그야말로 알짜배기 땅이다. 강동대교나 구리암사대교를 건너면 바로 서울시 강동구다. 광진구 역시 차로 5분 거리다. 용마터널만 지나면 바로 서울 중랑구다. 경기도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서울과 가깝다. 한강뷰는 보너스. 정부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 후 예비 청약자 관심이 온통 토평2지구에 쏠린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후속 조치로 전국 5개 지구 8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에서는 구리 토평2지구와 오산 세교3지구, 용인 이동읍 등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 최대 수혜지가 구리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리시는 그동안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워낙 작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덜 주목받았다. 토평2지구가 공공택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구리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토평2지구는 구리시 교문·수택·아천·토평동 일대 292만㎡(88만평) 규모 부지로 조성된다. 정부는 우수한 입지적 장점을 살려 1만8500가구 규모 주거 단지를 한강 조망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변의 여가·레저 공간을 활용한 리버프런트(Riverfront) 시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사전청약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벌써부터 토평2지구 청약을 노리고 전입하거나 거주 지역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구리시에 거주하겠다는 수요도 일부 감지된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당첨자를 가릴 때 지역 주민을 우선 선정한다. 올해 구리 내 공공분양 단지인 ‘구리갈매역세권지구’ 한 단지는 당첨자 중 30%를 구리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토평2지구 당첨을 위해 구리시로 전입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경기도 하남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과 비슷한 구조다.

지난해 분양해 2024년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구리역은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사례다. 최고 경쟁률 44.79 대 1을 기록했다. (윤관식 기자)
경기도 구리시는 어떤 곳?

‘구’ 제외하면 지자체 중 가장 작아

33.33㎢.

경기도 구리시 총면적이다. ‘구’를 제외한 전국 시·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작다. 작은 도시 대명사로 불리는 경기도 과천시(35.9㎢)나 광명시(38.5㎢)보다 규모가 작다. 서울 송파구(33.88㎢)와 비슷한 규모다.

그 작은 면적 중에서도 동구릉(조선 역대 왕릉군)이 자리 잡고 있는 구리시 북쪽은 개발이 불가능하다. 남서쪽에는 망우산과 아차산이 있다. 때문에 구리시에 거주지는 대부분 최북단 갈매지구나 구리시청 인근 구도심, 지하철 경의중앙선 구리역 일대에 모여 있다.

인구는 올해 10월 기준 약 18만7000명. 갈매지구 입주가 완료되면서 2017년 한때 2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조금씩 감소 추세다.

입지만 보면 구리시는 경기도 그 어떤 도시보다 서울과 가깝다. 동쪽과 북쪽은 남양주시, 남서쪽은 한강을 끼고 서울시 강동구, 남동쪽은 경기도 하남시, 서쪽은 서울시 중랑구와 광진구 광장동, 노원구에 각각 접한다.

서울시 광진구 끝자락에 있는 아차산 면적의 약 절반은 구리시에 속해 있다. 중랑구 신내동과 갈매신도시 아파트는 400m 거리다. 노원구 개발지로 거론됐던 태릉과 육군사관학교 부지 중 일부는 구리시 땅이다. 게다가 면적도 작아 지도만 놓고 보면 서울의 26번째 구라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정도다.

구리시는 경기도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광명시와 비교된다. 두 지역 모두 지역번호 ‘02’를 쓰고 서울과 인접하면서 규모가 작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남 접근성이나 한강변 장점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구리시가 광명시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광명시는 광명뉴타운 등 각종 재개발 사업 등으로 화제가 된 반면 구리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적은 인구와 좁은 면적 등과 함께 서울과 구리의 경계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구리시는 상당수 지역이 그린벨트는 물론 상수원보호구역, 군사보호지역,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과밀억제권역 등으로 묶여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던 구리시 입장에서 이번 토평2지구 신규 택지 조성 사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부터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구리시 한강변 개발 사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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