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휴머니즘 갖춘 AI로 첨단과학 선도하겠다"

이동혁 2023. 12.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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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 '이대 그린' 색상의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 김 총장은 “녹색은 배꽃의 잎새를 상징하는 색상이며 동시에 생명을 의미한다”며 “총장 취임 후부터 자연스럽게 이화인을 대표하는 녹색 옷을 입게 됐는데,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등록문화제 14호인 이화여대 본관(파이퍼홀)에서 만난 김 총장은 ‘전통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토대로 이화여대의 혁신을 주도하며 한국과 글로벌 사회를 리드할 여성 인재 양성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총장 취임 당시 '이화 비전 2030+'를 제시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선도하고 창의,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까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궁금하다.

‘프런티어 10-10 연구 사업’을 통해 창의연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양자물질연구, 저탄소·그린에너지, 감염병 치료 및 대응, 메타버스 기반 커뮤니케이션 융합연구, 디지털 미래교육 등의 사업단 선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선도 8개, 도전 12개 사업팀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지능형반도체공학전공 등 4차 산업 시대의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첨단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학생지원 시스템, 지능형 학사지원 시스템 E-벗,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 사이버캠퍼스 고도화, 지식 콘텐츠 레파지토리 구축 등 디지털 학사관리 및 가상 캠퍼스 구축을 통한 교육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 1964년에 지어진 학관을 리모델링 및 일부 신축공사를 통해 21세기형 학습공간으로 구축했다. 우리 대학 최초의 도서관이었던 헬렌관은 이화첨단도서관으로 거듭났다. 캠퍼스의 상당 부분을 융합·연구 및 산학·창업 공간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현재 첨단과학과 공학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인문·예술에 강한 기존 이화여대 이미지와는 달라 보인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혁신의 최일선에는 인공지능(AI)과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위 10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50%에 육박하지만, STEM을 전공하는 여학생은 21%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연구자 중 여성은 21%에 그치며, 국내 12개 주력 산업의 여성인력 역시 12%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문화적 고정관념, 성별 편견과 차별, 여성 역할 모델의 부족, 구조적 장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성이 소외되지 않고 기여할 수 있도록 첨단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이화여대의 시대적 과제이다.

첨단 과학 분야에서 이화여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화여대의 강점인 인문, 사회, 예체능 전공을 토대로 한 과학기술 융복합 학문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대학이 개발하는 AI는 젠더 이슈나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융합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이화여대의 인공지능(AI)대학은 공학 전공만이 아닌 다학제 연계를 통해 AI 분야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AI 분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전 과정을 갖추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실무형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상 STEM 분야는 다른 학문 분야보다 여성 인재 비중이 훨씬 낮다. 이화여대는 최우수여성 STEM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 사회 남녀 역할의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다.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인문계 등 전통적으로 이화여대가 강점인 분야에 대한 비전은 어떤가.

전통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와 AI를 융합해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점은 공대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다른 종합대학에 비해 이화여대가 가진 확실한 강점이다. 이화여대는 휴머니즘에 기반하고 젠더 감수성을 감안한 AI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여자대학이라는 우리 대학의 특성을 반영해, AI를 활용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 세대 차이 등을 해결하고 화합하는 인본주의적 첨단 테크놀로지를 개발하고있다.

이화여대의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이며, 이대의 글로벌화 전략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리 대학은 2만3000명의 여성 재학생과 1000명에 가까운 교수진을 갖추고 있다. 연면적 55만㎡가 넘는 캠퍼스에 85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학부 전공만 79개에 이른다.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2곳, 사범대학 부속 및 병설학교 6개교가 우리 대학에 속해 있다. 이런 규모의 여자대학은 세계에서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동문은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인재의 글로벌화에 주력하는 것과 함께 해외 인재를 이화 캠퍼스에서 글로벌 인재로 길러내려고 한다. 현재 재학생의 5% 수준인 외국인 학생 비율을 10%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화여대가 원하는 학생상과 이대에서 길러내고자 하는 여성 인재상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롤모델을 찾지 말고 스스로가 롤모델이 되라고 강조한다. 개척자가 되라는 말이다. 직접 길을 만들고, 길이 안 보이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어가는 여성을 길러내는 것이 이화여대의 목표이다. 한국 역사에서 이화인은 어느 분야이든 첫 번째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 대학은 이런 진취적인 인재를 원한다.

북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해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등 해외 석학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함양을 위해서이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등 외국 국빈이 이화여대를 방문했으며, 올해는 제인 구달 박사가 우리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받았다. 이는 이화여대 재학생들이 해외 석학의 식견을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를 조망하는 시각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매년 30여개국 100여개 대학에 1000명이 넘는 학생을 보내 교류한다. 교환학생, 계절학기 프로그램, 교수인솔 해외파견프로그램, 단과대학별 전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우리 대학 신입생이 매년 3000명 선임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은 매년 글로벌 경험을 하는 것이다. 1971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국제 하계대학 프로그램과 이화하버드 서머스쿨 등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해외 경험, 해외 학생들의 이화여대 캠퍼스 경험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저개발 아시아 각국과 아프리카 지역 여성에게도 소중한 학업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도상국 여성 인재를 선발해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며 교육하는 세계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을 운영 중이다.

이화여대의 미래 구상은 무엇인가.

이화여대의 역사는 사립대 한곳의 역사가 아닌 한국 여성교육과 여성 인재 양성의 역사이다. 역대 총장 구술기록화 사업, 이화 파견 선교사 자료집 출간, 이화 창립 150주년 기념 학교사 편찬 등을 통해 이화여대의 역사적 가치를 재정립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여성 최초'를 달성한 영역이 많이 있다. 여성 롤모델이 없었던 영역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드는 대학으로 더욱 발전시키겠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7년 모교에 부임했고 2021년 3월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국제개발협력학회장과 한국대학국제교류협회장을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 집필에 참여하고, 게이츠재단 연구 과제로 소녀 건강과 소녀 교육 연구를 수행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이동혁 사회부장 dong@asiae.co.kr
정리=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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