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 입고도 25분간 지휘…'연평 영웅' 이희완 차관 깜짝 발탁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이희완 해군 대령이 국가보훈부 차관에 임명된 데는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시각이 담겼다는 평가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현역 군인을 정부 요직에 전격 발탁해 ‘영웅이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행동으로 보였다는 의미다.
1976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이 차관은 2000년 해군사관학교 54기로 졸업한 뒤 해군 항해소위로 임관했다. 중위 진급 후 참수리 357정 부정장을 맡던 중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전투 중 윤영하 정장이 전사하자 부정장으로서 25분간 교전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은 북한군의 37㎜ 포탄을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치열한 사투 끝 제2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제2연평해전은 영화 ‘연평해전’으로 2015년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배우 김무열, 진구 등이 출연한 해당 영화에서 이완이 이 차관 역할을 연기했다.
부상으로 배를 탈 수 없게 됐지만, 이 차관은 현역 복무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신체장애가 된 군인은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는 군인사법 규정에 따라 해군사관학교로 자리를 옮겨 군 생활을 이어갔다. 2002년 말에는 제2연평해전 승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충무공무공훈장을 받았다. 이 차관은 현재 현역 군인 중 유일한 충무무공훈장 수훈자다.
2017년 중령으로 진급한 이 차관은 올해 12월부로 대령으로 진급해 현재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곧 전역할 예정이다.
차관 직위에 현역 군인은 물론 참전용사가 임명된 건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참전용사가 정부 고위직에 발탁된 사례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계급으로 봐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통상 대령은 국방부 기준으로 과장급 직위를 맡기 때문이다. 김선호 현 국방부 차관의 경우 육군 중장, 차관급인 이기식 현 병무청장은 해군 중장으로 각각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파격 인사에는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에서 이 차관과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등 8명의 상이군인과 자리를 함께했고, 6월엔 청와대 영빈관으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갖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상이군인이나 전쟁영웅의 활발한 정·관계 진출이 사회적 예우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미국 등 보훈 선진국 사례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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