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성이 포착한 미세먼지 유입…NASA와 연합해 아시아 대기질 조사
" “여기 서해상에 빨간 띠가 보이죠? 중국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넘어오고 있는 겁니다.” "
6일 인천 서구의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관측 모니터를 살펴보던 이동원 환경위성센터장이 말했다. 매일 아침 사무실의 큰 모니터 화면부터 보는 게 그의 일과다. 환경위성이 관측한 아시아 지역의 대기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그는 더 면밀히 화면을 살폈다. 중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넘어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화면을 가리키면서 “전날까지만 해도 남풍이 불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막는 역할을 했는데 오늘부터 서풍이 강해지면서 황사가 섞인 중국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성이 관측한 미세먼지 정보를 대기질통합예보센터와 공유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쪽 지역부터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질 정보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쁨(36~75㎍/㎥)’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낮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84㎍/㎥로 ‘매우나쁨(76㎍/㎥~)’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주서 미세먼지 감시하는 ‘눈’ 생겨
특히 중국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난방을 시작하는 겨울철이 되면 국외 대기오염물질의 유입이 잦아지기 때문에 환경위성의 역할도 더 중요해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겨울에 엘니뇨 등 불리한 기상요건으로 인해 작년보다 미세먼지가 짙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실제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정도 높다.
환경위성은 미세먼지의 농도, 이동 방향뿐 아니라 어떤 높이에서 들어오는지도 볼 수 있다.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 등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인 대기오염물질들도 잡아낸다. 이 센터장은 “과거 굴뚝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에 의한 미세먼지는 많이 잡아냈지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좀 더 정교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환경위성을 통해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2월에 NASA와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
환경위성센터는 내년 2월에 미 항공우주국(NASA)과 아시아 대기질 국제공동조사(ASIA-AQ)에 착수하는 등 국가간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다. NASA의 ASIA-AQ 프로젝트 책임자인 제임스 크로포드 박사는 “NASA에서는 두 대의 항공기가 참여해 도시 지역의 주요 오염 물질을 지도로 나타내는 연구를 수행한다”며 “오염원부터 화학 반응, 이동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중요한 오염 물질을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와 함께 지상에서 아시아 전역에 대기질 관측망을 설치하는 판도라 아시아 네트워크(PAN)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간 관측만 가능한 환경위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야간 자료를 생산하고, 화산 분화나 산불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이동을 자동 탐지하는 등 위성의 활용도도 더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대기질 감시의 컨트럴타워가 되는 게 목표다.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올해 발사하거나 발사 예정인 미국, 유럽의 환경위성과 전지구 동시 관측을 협력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아시아 대기환경 감시 및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환경위성 자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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