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25년 철옹성’ 함락될까?… 위기의 법인택시, 새 수장 선거 눈앞
부산조합 3선 장성호 이사장 첫 출사표
사흘 앞두고 후보 고발 사태, 내홍 예고
첫 도전자가 25년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지 수장 선거를 눈앞에 둔 전국 법인택시 업계가 떠들썩하다.
전국 연합회장 선거를 사흘 앞두고 출마 후보 중 1명이 택시회사 대표 2명으로부터 각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혼돈에 더 빠져들고 있다.
법인택시업계에 따르면 경남 진주와 진해지역의 모 택시회사 대표자가 지난 4일 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박복규 연합회장과 경리직원을 상대로 법인업무 차량을 휴일에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오는 7일 선거가 치러지지만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법인택시 업계에 승패와 상관없이 내홍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제30대 회장 선거에선 25년째 롱런 중인 박복규 현 회장에게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이 도전하고 있다.
박 회장은 1999년 제21대 연합회장의 잔여임기를 이어 지금까지 9대째 25년여간 회장으로 재임해왔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자는 2명이고 전국 16명의 지역조합 이사장과 연합회장 1명 등 총 17명이 무기명으로 표를 던질 예정이다. 9명 이상 과반수를 얻으면 3년 임기를 맡게 된다.
25년간 전국택시사업조합을 이끈 박 회장의 철옹성을 깨뜨리기 위해 처음 도전장을 내민 부산조합의 장 이사장은 현재 서울·대구·대전·충북·경남 등 투표권을 가진 시·도 조합 이사장으로부터 지지 선언을 끌어냈다.
이들은 “현재 법인택시는 많은 업체가 부도와 휴업 등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25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이런 사태에 책임져야 할 현 회장이 버젓이 이번 선거에 또 출마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또 “지난해 택시 부제 해제와 2021년 개인택시 양도수 제도 등 개인택시 위주의 정부 정책에 대응하지 못해 법인택시를 벼랑에 내몬 장본인이 또 임기를 연장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택시요금이 물가상승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택시기사들이 타업종으로 떠나면서 회사택시의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개인택시의 운영 제한 요일을 풀어주면서 회사택시는 경영난에 직면했다는 게 택시업계의 시각이다.
또 기존에는 3년 이상 무사고 경력의 택시기사에게 개인택시 운영을 허가했지만 현재는 면허만 있으면 개인택시를 살 수 있어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법인택시 종사자나 일반 면허를 가진 이도 개인택시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장성호 부산조합 이사장은 “법인택시 업계에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경고신호’가 떴는데도 마땅한 정책 대응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해온 현 연합회 지도부에 회사택시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고 출마 동기를 알렸다.
장 이사장은 “올해 서울의 한 택시회사 대표가 극단 선택을 할 정도로 전국 곳곳의 사업장이 문 닫거나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현재 상황을 만든 박복규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부산조합 이사장으로 최근 3선에 오른 장성호 후보는 ‘택시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절대 왕조시대 군주처럼 군림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박 후보를 저격했다.
또 “택시연합회와 공제조합의 부적정한 예산집행, 공채를 빙자해 자신의 친인척들을 연합회 산하 공제조합에 채용한 인사부정 등 부조리와 부패로 국토교통부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가 상당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장 후보는 “1인 왕국을 무너뜨리고 연합회와 산하기관 입사를 공채로 바꾸겠다”며 “박 회장의 취업비리와 경비 유용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택시업계를 발전시키고 혁신해야 할 박 회장이 이미 4개의 버스회사를 소유하는 등 쇠락에 빠진 우리 택시산업에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장성호 후보는 “이번 선거는 택시업계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1650여개 택시사업자와 힘을 모아 택시면허정책을 법인택시 중심으로 바꾸고 임대제와 파트타임제 등 근로형태의 다변화를 이루겠다”고 출마의 변을 토했다.
박복규 회장은 1999년 제21대 회장의 잔여 임기를 맡은 이후 25년간 9대에 걸쳐 연임하고 있다. 그동안 박 후보가 구축한 철옹성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거의 없었다.
박 회장은 3년 전인 제29대 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해 당선됐으며 28대 선거에서는 한 일반 택시회사 대표가 도전자로 나섰으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27대 선거에서도 단독 입후보로 당선됐다.
박 후보 측은 ‘부자 몸조심’ 하듯 출마 입장을 들어보려는 취재진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회장 선출권을 가진 전국 시·도 조합 이사장 등 총 17표 가운데 장 회장의 1표와 지지선언을 한 5표를 합하면 6표의 향방만 정해진 상태이다. 장 후보가 판세를 뒤집으려면 나머지 11표 가운데 최소한 3표를 가져와야 한다. 박 후보 측은 연합회 운영의 오랜 경륜을 살려 이탈표 단속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쇠로 만든 독 일부가 풀어 헤쳐지고 있는 셈이지만 지난 25년간 난공불락으로 쌓인 철옹성이 이번에 함락될지, 다시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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