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억 넘는' 제네시스 GV80 쿠페, 작정하고 만든 고급 스포츠카
펀드라이빙 최적화된 세팅과 날렵한 주행감
과하지 않은 인테리어에도 충분한 고급감
유튜브에 넷플릭스·웨이브까지… 즐길거리 가득
제네시스를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린 효자 모델을 꼽으라면 단연 GV80이겠다. 과하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모에 옆에 서있기만 해도 압도적인 차체가 훌륭한 시너지를 발휘해준 덕이다. 불티나게 팔린 탓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아지면서 판매량이 최근 떨어진 추세지만, 제네시스에 고급 이미지를 부착한 데는 큰 공을 세웠다.
똑똑한 제네시스는 GV80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바로 '쿠페' 모델의 출시다. 이미 얼굴은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일까, 외모 변화는 최소화하는 대신 날렵한 이란성 쌍둥이를 만들어냈다. 무려 1억을 넘기는 과감한 결정도 곁들였다. 럭셔리 수입차와 완전히 같은 위치에 서겠다는 결심처럼 느껴진다.
과연 GV80 쿠페는 독일 브랜드 쿠페형 SUV의 경쟁상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1억을 넘기는 국산 럭셔리 브랜드의 파격적인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제네시스 GV80 쿠페 가솔린 3.5 터보로, 가격은 1억 135만원이다.
시승차를 수령하기 위해 찾은 주차장. 멀리서부터 차를 찾는데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일부러 빨간색을 선택한 것은 아닌데, 하필 빨간색 GV80 쿠페를 받은 덕에 차에 가까워질 수록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됐다.
멀리서 볼 땐 색상 탓에 주목받는가 했더니 가까워지니 아니었다. 거구의 몸집, 두줄램프, 방패모양 그릴. 많이 보던 익숙한 디자인임에도 익숙하지 않은 실루엣이 누가봐도 신차임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어서였다. 부드럽게 툭 떨어지는 쿠페형상은 낯익은 얼굴도 낯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이한 점은 익히 알던 얼굴을 날렵한 루프라인과 조합하니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역동적 인상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기존 GV80 모델은 어두운 초록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쿠페 모델은 좀처럼 초록색 옷을 입은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 제네시스가 굳이 빨간색 시승차를 보내준 데에는 이 차와 최적의 궁합을 자랑하는 색이기 때문인 듯 하다.
차 문을 열어젖히면 외관보다 배로 젊어진 인테리어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기존 GV80이 중후하고 깔끔한 고급스러움이었다면, 쿠페는 젊고 화려한 고급감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좌우하는 색상은 블랙과 레드다. 마치 고급 스포츠카에 오른 것 처럼 스포티하고 섹시한 감성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온다. 안전벨트와 스티어링휠, 도어 등 다양한 곳에 빨간색이 사용돼 자칫 정적일 뻔 했던 내부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요즘차스러운 변화도 물론 적용됐다. 기존에 다소 작다싶었던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합쳐지면서 가로로 길어졌는데, 덕분에 대시보드를 비롯한 전방 시야가 더욱 넓어보였다. 공조조절부도 기존보다 그래픽이 깔끔해지고, 방향제와 같은 더 많은 기능을 담아내면서 신차에 탔음을 알게해준다. 그러면서도 온도 조절과 같이 운전 중 자주 쓰는 곳엔 물리다이얼이 유지돼 편의성까지 챙겼다.
깔끔한 고급감을 추구하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은 과하지않은 앰비언트 라이트에도 잘 드러난다. GV80 내부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컵홀더, 기어 변속 다이얼, 조수석 대시보드 등에 테두리에 은은하게 적용됐다. 기존이라면 아쉬웠을 정도로 보일 듯 말듯 하게 들어갔지만, 최근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를 앞세우는 럭셔리 브랜드 차량이 우후죽순 늘어난 탓에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만, 깔끔한 디자인에만 신경쓴 나머지 센터콘솔은 운전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못한 듯 하다. 기어 변속기를 포함해 드라이브모드, 인포테인먼트 조절까지 전부 다이얼식으로 구성되면서 물리조작 다이얼이 한 공간에 무려 3개나 된다. 특히 기어 변속 다이얼과 인포테인먼트 다이얼은 크기까지 비슷한 탓에 자꾸만 헷갈렸다. 익숙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길어진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OTT서비스는 기대 이상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유튜브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튜브로 재생한 축구 경기 속 손흥민 선수의 얼굴이 휴대폰만큼이나 선명하게 표시됐다. 이 정도 화질을 제공하면서 화면 끊김도 없다. GV80 쿠페 오너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일이 있다면 휴대폰을 내려놔도 좋을 듯 하다.
쿠페형 SUV를 구매를 망설이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2열은 특히 신경쓴 티가 많이 나는 부분이다. 럭셔리 수입브랜드의 쿠페형 SUV들마저도 툭 떨어지는 천장 때문에 2열 승차감은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GV80 쿠페의 헤드룸은 오히려 널찍하게 느껴졌다. 시트도 뒤로 꽤 젖혀지는 편이다. 물론 키 160cm 여성 기준이라 키가 큰 남성의 경우 다르게 느낄 수는 있지만, 여성이나 아이들을 뒤에 태울 패밀리카로 사용한다면 충분한 공간감이다.
젊은 감성의 내외관 변화만큼이나 주행감도 다를까.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예상보다는 평범한 느낌에 아쉬운 마음이 불쑥 들었다. 주행감은 기본적으로 아주 편안하고 신사적이지만, 생긴것 만큼 젊은 느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포츠모드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내를 주행하며 아쉬웠던 마음도 잠시, 고속도로에 진입해 드라이브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자 무늬만 젊은 것이 아니었음을 금세 깨닫게됐다. 가속페달을 밟는 힘을 아주 미세하게 달리해도 GV80 쿠페는 즉각적으로 반응해냈다.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선 스포츠 세단인 G70에서나 경험할 수 있던 날렵하고 반응 속도가 빠른 주행감을 거대한 몸뚱이 속에서 경험하니 짜릿함이 배가됐다.
잘 만들어진 비싼 차량들이 빠른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면, GV80 쿠페에서는 얼마나 빠른지를 운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묵직한 스티어링휠과 단단한 하체는 바닥에 붙어달리는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GV80은 스포츠모드로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임이 분명하다.
펀드라이빙에 최적화된 차량 답게 스포츠 모드에서도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세팅을 더욱 섬세하게 바꿀 수도 있다. 드라이브모드 다이얼을 통해 스포츠모드로 설정한 후, 디스플레이에서 스티어링휠과 서스펜션까지 모두 스포츠로 조정하자 마치 레이싱 전용 차량에 탄 것 처럼 단단한 느낌이 강해졌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를 켜면 엔진소리가 극대화되면서 고속도로가 순식간에 서킷으로 변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제네시스가 왜 1억 넘는 가격을 책정했는지 어느정도는 이해가 됐다. 단순히 제네시스 브랜드 최상급 SUV의 쿠페 버전이기 때문이 아니라, GV80 쿠페는 제네시스가 가진 기술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젊어진 외관과 인테리어는 가속페달 속 숨겨진 기술력을 경험하기 전 맛보기에 불과하다.
GV80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선 쿠페라는 이유로 가격이 과하게 비싸다고 생각했다면, 한번쯤 시승해볼 것을 추천한다. 시승 후 바라본 가격표는 어떤 수입차보다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충분하다.
▲타깃
-나이 들어 보일까 GV80 망설였다면 최적의 선택
▲주의할 점
-잔소리 듣기 싫다면 '얼마야?' 질문에는 함구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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