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잃어버린 경이라는 세계를 찾아… “밤하늘 별을 바라보자”

우성규 2023. 12.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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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을 바라보자고 영성신학을 전공한 이종태(53) 서울여대 교목실장은 말한다.

이 교수는 별을 그저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로 바라보고 우주를 그저 텅 빈 세계로 인식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가스 덩어리에 불과한 세계는 곧 텅 빈 세계, 다시 말해 경이로움을 잃어버린 세계다.

'경이라는 세계'(복있는사람)를 저술한 이 교수를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교목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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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라는 세계’ 저술한 이종태 서울여대 교목실장
이종태 서울여대 교목실장이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교목실에서 ‘경이라는 세계’를 저술한 계기를 말하고 있다.


밤하늘 별을 바라보자고 영성신학을 전공한 이종태(53) 서울여대 교목실장은 말한다. 이 교수는 별을 그저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로 바라보고 우주를 그저 텅 빈 세계로 인식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가스 덩어리에 불과한 세계는 곧 텅 빈 세계, 다시 말해 경이로움을 잃어버린 세계다. 이는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마녀의 마법, 모든 걸 화석화된 돌로 만들어버리는 일과 같다. 한발 더 나아가면 과학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알 수 없는 대상에까지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고 과학 그 자체를 종교로 여기는 기계론적 세계관의 과학주의를 상징한다.

“루이스는 별이 그저 가스 덩어리에 불과한 세계에선 인간도 결국 단백질 덩어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던 인간이 폐지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폐지될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하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별을 그저 가스 덩어리 이상의 무엇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라고 루이스는 생각합니다. 이런 변증에 상상력을 더하기 위해 동화로도 읽히는 ‘나니아 연대기’를 저술했다고 봅니다.”


‘경이라는 세계’(복있는사람)를 저술한 이 교수를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교목실에서 만났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비롯한 정본 번역을 맡았고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 가운데 구약의 예언서와 신약의 로마서 요한계시록 등을 번역한 이 교수가 처음으로 펴낸 자신의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철학과 문학, 과학과 신학을 경이롭게 넘나드는 기독교 변증서다. 막스 베버의 탈주술화 개념에서 시작해 루이스의 여러 저작을 거쳐 2007년 종교계의 노벨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한 찰스 테일러 캐나다 맥길대 명예교수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까지 소개한다.

막스 베버, CS 루이스, 찰스 테일러(왼쪽부터). 국민일보DB


이 교수는 한국외대 영어과 재학 시절부터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는 학회를 만들어 영문학자이기도 한 루이스를 읽기 시작했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1학기 때부터 루이스 번역가로 이름을 얻게 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소재 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기독교 영성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당시엔 논문 탈고 시점을 1년 늦추면서 세계적 영성가인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 번역에 몰입했다. 이 목사는 생전 인터뷰를 극구 피하던 피터슨 목사의 호숫가 오두막을 찾아가 한국어 독자를 대표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교수는 “피터슨 목사는 글에서 받은 인상이 그대로 언행에 나타나던 분”이라며 “목회자로서의 소명과 자긍심을 지속해서 강조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리가 아닌 이야기, 종교가 아닌 영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종교 하면 떠오르는 체제와 제도를 담은 교리로는 다음세대를 끌어당기는데 한계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들의 초월 지향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한다. 교회에 나와 예배에 참여하면서 무언가 초월에 대해 생각하고 싶고, 영혼에 관한 마음을 키우고 싶은 모습을 인정해야 ‘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성에 관심 있는’(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또 “지금은 기독교 작가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140년 전 한국교회 개척을 위해 선교사가 필요했고 이후 토착화를 위해 지역 목회자가 필요했다면, 한국교회의 깊이를 위해 신학자가 필요한 시절을 넘어 이젠 기독교 이야기를 사회에 확산할 수 있는 스토리 텔러가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매혹적 이야기로 기독교 변증을 소화한 루이스 같은 작가를 일컫는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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