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작지만 강한 도시, 구리의 재발견 [스페셜리포트]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1.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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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입지에도 개발 묶여 덜 주목받았던 구리시
신규 택지지구 지정과 함께 수도권 핫플레이스 우뚝
도로 교통망 확충과 GTX-B노선 정차는 해결 과제

서울 강변북로를 타고 구리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워커힐아파트와 함께 그랜드 워커힐 호텔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서울의 끝자락이다. 오른쪽에는 한강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을 지나 1~2분 더 달렸을까. “어서오세요. 경기도 구리시입니다”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행정구역상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이다. 위로는 아차산 자락, 아래로는 한강변과 이어진다. 아천동 일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이렇다 할 건물이나 시설 등이 보이지 않는다.

아천IC를 지나 조금만 더 가다 보면 토평삼거리가 등장한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리시 토평동이다. 토평동은 아래로 한강변과 구리한강시민공원, 위로는 토평고와 토평중, 구리여중 등까지 길게 이어진다. 토평동 북쪽은 여러 학교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지은 아파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강변과 붙어 있는 남쪽은 여전히 시골 농촌 같은 분위기다. 주변은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으로 이뤄졌으며 현장 곳곳에서 컨테이너와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창고나 소규모 공장 등이 눈에 들어온다.

한적한 시골 마을 토평동 남쪽 일대가 세간 관심을 받는 이유가 있다. 최근 정부가 구리시 토평2지구를 공공택지 후보지 5곳 중 하나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토평동 남쪽 한강변에 위치한 토평2지구는 여러 이유로 개발이 묶여 있었지만 그야말로 알짜배기 땅이다. 강동대교나 구리암사대교를 건너면 바로 서울시 강동구다. 광진구 역시 차로 5분 거리다. 용마터널만 지나면 바로 서울 중랑구다. 경기도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서울과 가깝다. 한강뷰는 보너스. 정부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 후 예비 청약자 관심이 온통 토평2지구에 쏠린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후속 조치로 전국 5개 지구 8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에서는 구리 토평2지구와 오산 세교3지구, 용인 이동읍 등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 최대 수혜지가 구리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리시는 그동안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워낙 작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덜 주목받았다. 토평2지구가 공공택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구리시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토평2지구는 구리시 교문·수택·아천·토평동 일대 292만㎡(88만평) 규모 부지로 조성된다. 정부는 우수한 입지적 장점을 살려 1만8500가구 규모 주거 단지를 한강 조망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변의 여가·레저 공간을 활용한 리버프런트(Riverfront) 시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사전청약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벌써부터 토평2지구 청약을 노리고 전입하거나 거주 지역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구리시에 거주하겠다는 수요도 일부 감지된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당첨자를 가릴 때 지역 주민을 우선 선정한다. 올해 구리 내 공공분양 단지인 ‘구리갈매역세권지구’ 한 단지는 당첨자 중 30%를 구리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토평2지구 당첨을 위해 구리시로 전입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경기도 하남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과 비슷한 구조다.

지난해 분양해 2024년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구리역은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사례다. 최고 경쟁률 44.79 대 1을 기록했다. (윤관식 기자)
경기도 구리시는 어떤 곳?

‘구’ 제외하면 지자체 중 가장 작아

33.33㎢.

경기도 구리시 총면적이다. ‘구’를 제외한 전국 시·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작다. 작은 도시 대명사로 불리는 경기도 과천시(35.9㎢)나 광명시(38.5㎢)보다 규모가 작다. 서울 송파구(33.88㎢)와 비슷한 규모다.

그 작은 면적 중에서도 동구릉(조선 역대 왕릉군)이 자리 잡고 있는 구리시 북쪽은 개발이 불가능하다. 남서쪽에는 망우산과 아차산이 있다. 때문에 구리시에 거주지는 대부분 최북단 갈매지구나 구리시청 인근 구도심, 지하철 경의중앙선 구리역 일대에 모여 있다.

인구는 올해 10월 기준 약 18만7000명. 갈매지구 입주가 완료되면서 2017년 한때 2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조금씩 감소 추세다.

입지만 보면 구리시는 경기도 그 어떤 도시보다 서울과 가깝다. 동쪽과 북쪽은 남양주시, 남서쪽은 한강을 끼고 서울시 강동구, 남동쪽은 경기도 하남시, 서쪽은 서울시 중랑구와 광진구 광장동, 노원구에 각각 접한다.

서울시 광진구 끝자락에 있는 아차산 면적의 약 절반은 구리시에 속해 있다. 중랑구 신내동과 갈매신도시 아파트는 400m 거리다. 노원구 개발지로 거론됐던 태릉과 육군사관학교 부지 중 일부는 구리시 땅이다. 게다가 면적도 작아 지도만 놓고 보면 서울의 26번째 구라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정도다.

구리시는 경기도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광명시와 비교된다. 두 지역 모두 지역번호 ‘02’를 쓰고 서울과 인접하면서 규모가 작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남 접근성이나 한강변 장점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구리시가 광명시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광명시는 광명뉴타운 등 각종 재개발 사업 등으로 화제가 된 반면 구리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적은 인구와 좁은 면적 등과 함께 서울과 구리의 경계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구리시는 상당수 지역이 그린벨트는 물론 상수원보호구역, 군사보호지역,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과밀억제권역 등으로 묶여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던 구리시 입장에서 이번 토평2지구 신규 택지 조성 사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부터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구리시 한강변 개발 사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 주택 많은 구리시

재개발·재건축 사업 본격화

구리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비교적 노후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구리시 내 준공 20년 이상 지난 아파트 비율이 6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는 군포, 안양, 동두천에 이어 4번째로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다.

구리시 인창동과 수택동 일대에서는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신규 공급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구리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인창C구역을 재개발한 구리시 인창동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는 올해 초 1순위 청약에서 3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690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7.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 분양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2층, 11개동, 전용면적 34~101㎡, 총 118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입주 예정일은 2026년 3월이다.

지난해 분양해 내년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구리역’도 성공적으로 분양을 한 사례다. 지난해 3월 1순위 해당 지역 청약 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구리역’은 13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967개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14.9 대 1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A타입으로 1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27건이 접수돼 44.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2021년 7월 준공한 수택동 한양수자인구리역, 2020년 8월 입주한 인창동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등이 무사히 분양을 마쳤다.

구리시 정비사업에서 정점을 찍는 것은 바로 수택동 재개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리시는 지난 7월 수택동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결정·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했다고 밝혔다. 고시문에 따르면 이 구역은 수택동 454-9번지 일원으로 면적이 34만2780.4㎡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장이다. 향후 신축 예정인 공동주택은 무려 6221가구. 재개발 사업만 놓고 보면 수도권 최대 규모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업 초기 단계고 조합설립이 진행 중인 단계로 입주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시 부동산업계는 향후 수택동 재개발구역과 토평2지구가 구리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본다. 워낙 해당 지역에서 관심이 높은 사업인 만큼 구리시청 역시 수택동 재개발과 관련 다양한 형태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호현 구리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수택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2~3월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지난해 12월 도정법 개정에 따라 올해 3~4월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를 다시 개최한 후 7월 14일 수택2동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고 설명했다.

구리시 토평2지구 일대가 공공택지 후보지 5곳 중 하나로 꼽히면서 구리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돈다. (윤관식 기자)
교통 호재도 있다는데

별내선 연장 내년 개통 예정

물리적 위치만 보면 구리시는 서울과 굉장히 가깝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바로 지하철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구리시 내에 정차하는 지하철역은 경의중앙선 구리역과 경춘선 갈매역 두 곳뿐이다. 이마저도 운행 간격이 길다.

내년 7월이 되면 이 같은 불편함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8호선 종점인 암사역에서 남양주 별내역까지 이어지는 별내선이 개통되면 구리시에는 3개 지하철역이 들어선다.

기존 지하철역인 구리역은 지하철 8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으로 탈바꿈한다. 구리역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동구릉역, 남쪽에는 장자호수공원역이 신설된다. 연장 사업이 마무리되면 구리시 중심가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역까지 환승 없이 30분대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구리역 환승센터 개발 사업도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2020년 타당성조사를 거쳐 2021년 7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발표한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의 환승센터 신규 사업으로 선정됐다.

지하철 개통 효과가 반영되면서 지하철역 인근 단지는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장자호수공원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토평마을e편한세상은 2001년 준공한 구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전용 84㎡가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같은 면적 매물이 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억원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장자호수공원역과 도보 1~2분 거리에 위치한 수택동 금호베스트빌2차는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 1년 후 초역세권 단지가 된다는 점과 함께 장자호수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전용 162㎡가 16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현재 같은 면적 매물은 호가가 대부분 20억원 전후로 형성됐다.

동구릉역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인창2차이편한세상 역시 가격이 회복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 단지 전용 59㎡는 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구리역 일대의 교통 호재가 있지만, 광역교통 대책 수립이 마련되지 않으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관식 기자)
별내선 개통에도 불구하고

광역교통 대책 수립이 관건

여러 호재로 주목받는 구리시지만 해결 과제도 있다.

특히 토평2지구 개발에 따른 교통 분산 대책은 남은 숙제다. 가뜩이나 출퇴근 시간 정체가 심한 강변북로 정체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발표 역시 교통 관련 대책이 함께 담겨 있기는 했다. 정부는 상봉역(7호선, GTX-B)·망우역(경의중앙선)·장자호수공원역(별내선)을 연계해 구리 시민의 철도교통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강변북로 교통량 분산을 위해 서울(청량리)과 구리, 남양주를 연결하는 동서 교통망 확충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역 사회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늘어나는 서울 동북부 일대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남양주 왕숙지구의 6만8000가구, 이주가 거의 마무리된 남양주 양정 역세권 재개발 사업 1만4000가구, 거기에 구리 토평(1만8500가구)까지 총 10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가뜩이나 강변북로 진입이 힘든 상황에서 유입 인구가 늘어날수록 교통 분산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숙원 사업인 GTX-B노선 정차 여부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GTX-B노선은 내년 착공해 오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근 남양주시 별내와 평내 호평 등은 정차하는 반면 갈매역은 무정차 구간으로 계획돼 구리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택지지구 규모 등을 고려하면 현재 정부에서 제시한 대안만으로는 분명 구리시 교통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GTX-B노선 갈매역 정차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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