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2023년의 재발견, K리그에서 기량발전상 후보를 뽑는다면?

서호정 기자 2023. 11. 29. 12:53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이명재.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3년 K리그가 막바지다. 잔류, 승격 등을 놓고 최후의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12월 4일 열리는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초청을 받은 주인공도 가려졌다. K리그1, 2의 MVP, 영플레이어, 감독상, 베스트11이 이날 가려진다. 한 시즌 동안 팀 안에서 개인이 기울인 노력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받는 자리다.


여기에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추가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야구, 농구 등 타 종목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큰 폭의 기량발전을 이룬 선수들의 가치도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량발전상(MIP)이다. 개인의 노력과 성장은 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시스템이다. 팀이 성적을 낸 데 대한 절대적인 기여치 외적인 조명도 점점 필요해진 시점이다. 


만일 K리그에도 기량발전상이 있다면 2023년에는 어떤 선수가 눈길을 끌었을까? '저 선수는 여기까지야'라는 외부의 시선으로 새겨진 한계치를 깬 개인의 마음가짐과 노력을 주목해 봤다. MVP, 그리고 영플레이어 후보를 제외한 선수들 중 선택해봤다. 기록은 K리그1의 경우 37라운드, K리그2의 경우 정규라운드(36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확인했다.


■ 이명재(울산현대, 30세) ■
2022시즌: 19경기(1549분) 3도움
2023시즌: 29경기(2648분) 5도움
울산의 두터운 스쿼드를 생각해 보자. 비약적인 출전 시간 증가 하나 만으로 이명재가 올 시즌 어떤 경쟁력을 보여줬는지가 쉽게 설명된다. 임대 기간 동안 K리그2 최고의 윙백으로 성장하고 돌아온 조현택이 명함을 들이밀기가 어려웠을 정도. 이명재가 왼쪽 측면의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울산의 오른쪽 측면은 설영우, 김태환 두 국가대표 풀백이 경쟁하는 전장이 됐다. 장기인 왼발 크로스는 과감한 돌파가 더해지며 더 위력을 높였다. 얼리 크로스 뿐 아니라 파이널 써드와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도 위협적인 풀백임을 증명한 시즌이다.


■ 김준호(포항스틸러스, 21세) ■
2022시즌: 7경기(104분)
2023시즌: 24경기(1086분)
김준호는 올 시즌을 통해 김기동 감독의 아들이라는 굴레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성인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세기, 템포가 더해진 결과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한찬희가 트레이드를 통해 오고, 김종우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기 전까지 오베르단의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던 포항이 찾은 답이 김준호였다. 여름 이후의 빡빡한 일정 속에 포항이 2위 경쟁을 치고 나가는 데 기여가 높았다. 오베르단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된 뒤에도 김종우, 한찬희와 로테이션을 통해 중원 조합을 꾸려 갔다.


■ 이희균(광주FC, 25세) ■
2022시즌: 23경기(955분), K리그2 광주
2023시즌: 33경기(2220분) 2득점 1도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떤 선수가 개막전을 앞두고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정효 감독은 망설임 없이 이희균을 지목했다. 그는 김종우가 갑작스럽게 이적한 공백, 더 버거운 1부 리그 수비력 등을 고려할 때 2선에서 이희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팀의 성공 가능성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작은 체구에도 좋은 축구 지능과 오프 더 볼 움직임, 볼 간수 능력으로 정호연과 함께 하프스페이스 공략의 선봉에 섰다. 자신이 만든 찬스에 비해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이 내년에 채워야 할 숙제.


■ 김정훈(전북현대, 22세) ■
2022시즌: 9경기(686분) 6실점, K리그1 김천
2023시즌: 28경기(2798분) 24실점
지난 5년 간 주전 골키퍼로 맹활약한 송범근이 일본으로 떠나며 전북의 골문 앞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정민기를 영입하며 외부에서 보강을 했지만, 결국 주전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스 출신 김정훈의 차지였다. 개막전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안정감과 선방 능력을 보여줬다. 리그 20경기 이상을 소화하고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골키퍼는 김경민(광주)과 김정훈 둘뿐이다. 무실점 경기 기록도 10회로 조현우(12회), 김경민, 황인재(이상 11경기)에 이은 4위다.


인천 김도혁. 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도혁(인천유나이티드, 31세) ■
2022시즌: 34경기(2489분) 2득점 3도움
2023시즌: 31경기(2210분) 1득점 3도움
이번 리스트의 최고령 선수. 출전 기록은 지난 시즌보다 줄었지만, 올 시즌 중반까지 그가 윙백으로의 포지션 변경이라는 힘든 도전을 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인천이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한 데 무고사의 복귀도 컸지만, 김도혁을 윙백이 아닌 본래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시킨 선택도 중요했다. 김도혁은 "윙백 포지션의 고충을 알게 됐고, 그게 중앙으로 돌아와서 경기 운영을 하는 데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잠시간의 외도(?) 후 한층 여유 있고, 정교한 플레이를 펼치자 인천 팬들은 "우리가 알던 그 선수가 맞느냐"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이다. 


■ 김주성(FC서울, 23세) ■
2022시즌: 12경기(987분), K리그1 김천+서울
2023시즌: 37경기(3594분) 2득점 1도움
기록이 다 말해준다. 데뷔 후 김주성은 한 시즌 최다 출전 기록이 13경기(1181분)였다. 올 시즌은 최종전을 남겨둔 현재 전 경기 선발 출전했고,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이었다. 김천에서도 주전이 아니었기에 올 시즌의 엄청난 변화는 더 미스테리하다. 왼발잡이 센터백으로서 4백, 3백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오스마르, 이한범 등 파트너가 바뀔지언정 김주성의 입지는 문제가 없었다. 첫 풀타임 시즌의 여파인지 시즌 말미 와서 집중력이 흔들렸지만 올해의 성장은 본인에게 큰 도약대였다. 클린스만호 소집에도 두 차례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 김인균(대전하나시티즌, 25세) ■
2022시즌: 35경기(1790분) 7득점 3도움, K리그2 대전
2023시즌: 28경기(1575분) 8득점 5도움
2021년 충남아산에서 10개의 공격포인트를 채우며 K리그2 영플레이어에 오른 김인균은 그 뒤로도 계속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으로 이적해서도 10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승격에 기여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1부 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총 13개의 득점과 도움을 올리며 공격포인트 랭킹 8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슈퍼서브로 주로 기용돼 왼발을 이용한 놀라운 결정력을 보여줬다. 출전시간 기준 105분마다 공격포인트를 1개씩 적립하며 경기의 향방을 수 차례 바꿨다.

■ 서진수(제주유나이티드, 23세) ■
2022시즌: 25경기(1383분) 5득점, K리그1 김천+제주
2023시즌: 33경기(2432분) 5득점 2도움
상무 입대를 통해 씨앗에서 거목으로 잘 성장해 돌아온 케이스. 지난 시즌 전역 후 제주에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더니 올 시즌은 초반부터 주전으로 등극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기록만 보면 유리 조나탄(10골 4도움), 헤이스(8골 5도움) 두 선수의 영향력이 더 커 보이지만, 실제 경기 기여 부분에서는 서진수의 존재감이 그들 못지 않았다. 올 시즌은 2선 공격수가 아닌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본인의 가능성을 더 확장했다. 


■ 이종성(수원삼성, 31세) ■
2022시즌: 27경기(2223분) 2득점, K리그1 성남+수원, 승강 플레이오프 포함
2023시즌: 21경기(1699분) 2도움
35경기를 소화했던 2017시즌 이후 이종성은 수원 팬덤조차 늘 한 끗이 모자란 미완의 선수로 평가했다. 이후 지속된 하락세였고, 2020시즌을 끝으로 성남으로 임대를 가야 했다. 작년 여름 수원으로 돌아온 뒤부터 이종성에 대한 평가는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많은 활동량, 공격 가담, 경기 운영의 장점을 지닌 미드필더는 많은 반면, 중원에서 경합해주고 공을 다시 찾아와 주는 유형의 미드필더는 없던 수원에겐 가뭄의 단비였다. 올 시즌도 후반기에 중원에서 큰 기여를 하며 희미해지던 잔류 가능성을 다시 살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김천 김재우. 한국프로축구연맹

■ 김재우(김천상무, 25세) ■
2022시즌: 17경기(1322분) 1득점, K리그2 대전
2023시즌: 33경기(2977분) 1득점 2도움
지난 시즌 대전에서, 올 시즌 김천에서 2년 연속 승격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김재우는 팀에게도 특별한 선수였다. 전문 센터백이 3명뿐인 상황에서 이상민과 임승겸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김재우가 유일하게 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큰 체구에도 빠른 발을 지닌 김재우는 K리그2 공격수들에겐 벽이었다. 저돌적인 K리그2의 공격 스타일에 능숙하게 대처하며 성장한 김재우의 전역을 이민성 감독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 김찬(부산아이파크, 23세) ■
2022시즌: 25경기(1289분) 2득점 2도움
2023시즌: 26경기(1850분) 8득점 1도움
한국 축구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등장을 늘 기다린다. 김찬은 연령별 대표 시절부터 모두의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프로 진출 후에는 만년 유망주에 그쳤다. 지난 4년 간 3개 팀을 거치며 기록한 골은 5골. 하지만 올해는 등번호(9)에 어울리는 결정력, 전방에서의 투쟁심과 포스트 플레이를 보여줬다. 김찬이 껍질을 깨고 나오며 부산은 최전방의 무게감까지 채우며 막판까지 K리그2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우승과 다이렉트 승격을 놓쳤지만, 김찬의 성장은 부산과 한국 축구의 새 자산이 됐다. 


■ 김이석(김포FC, 25세) ■
2022시즌: 29경기(2130분) 2득점, K리그2 안산+김포
2023시즌: 32경기(2747분) 4득점
지난해 여름 조용히(?) 안산에서 김포로 이적한 김이석은 올 시즌 고정운 감독의 지도 아래 K리그2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안산 시절에는 많은 활동량, 측면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는 멀티 능력이 주목받은 반면 김포에서는 중앙에서 위아래로 폭 넓게 움직이며 장윤호, 최재훈과 함께 공수 조율을 맡았다. 순간적인 2선 침투, 세컨드볼을 이용한 슈팅으로 공격적인 성향까지 마음껏 발휘했다. 시즌 중 1부 리그 팀들의 영입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 박민서(경남FC, 23세) ■
2022시즌: 15경기(893분) 3득점 1도움
2023시즌: 36경기(3100분) 2득점 5도움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지 2년 차에 박민서는 전 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팀 내 비중이 높아졌다. 많은 스프린트와 전진을 요구하는 경남의 풀백 운용 특성상 체력이 강해지며 경기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그러면서 왼발을 활용한 본인의 공격적인 장점도 본격적으로 빛났다. 올 시즌 심플하지만 빠른 트랜지션 게임을 하는 설기현 감독의 축구는 박민서가 성장하며 마지막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 김범수(안산그리너스, 23세) ■
2022시즌: 15경기(472분) 1득점, K리그1 제주
2023시즌: 34경기(2799분) 4득점 4도움
K7, K4 무대를 거쳐 K리그1까지 진출하며 큰 화제가 됐던 김범수는 반년 만에 제주를 떠나야 했다. 안산으로 가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금세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좋은 탈압박 능력과 전진성, 큰 활동폭을 지닌 김범수는 안산을 상대하는 팀들의 거의 유일한 골치거리였다. 후반기 들어 임관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윤주태, 정재민 등 다른 공격수들이 살아나며 김범수의 장점을 더 돋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뒤에는 수준급 연계와 날카로운 침투 패스 능력까지 선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