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익선동, 일본인은 동묘…외국인이 사랑한 서울 명소는?
143억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여의도를 방문한 외국인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액수다(하나·BC카드 합산).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소비 규모가 30% 이상 늘었다. 서울관광재단이 방한 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 패턴과 통신사(LG유플러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울시 주요 상권 외국인 소비분석 보고서’를 냈는데, 그 보고서에서 수치를 인용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9월 공개된 서울관광 홍보영상 ‘서울 에디션23’의 주요 촬영지 10곳의 외국인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방탄소년단(BTS) 뷔가 출연한 ‘서울 에디션23’ 영상은 2달간 누적 조회 수 5억5000뷰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영상이 광화문광장·남산공원·여의도·북촌 등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촬영돼, 이들 지역의 소비 행태 분석을 통해 방한 외국인의 서울 여행 트렌드를 살필 수 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토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외국인의 서울 여행법을 짚었다.
청와대 찍고 북촌 갔다
청와대가 외국인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인근의 북촌·서촌 상권도 덩달아 살아났다. 요즘은 외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말보다 영어나 일본어가 더 흔하게 들린다. 방한 외국인 타깃의 K-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북촌·서촌 일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콘텐트는 ‘한복 대여’였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지난해보다 한복 대여 건수가 50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코로나 여파로 한복 대여점 대부분이 문 닫는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전보다 상황이 좋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성장도 눈에 띈다. 여의도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의 월평균 신용카드 지출액이 143억원으로 2019년보다 31.7% 증가했다. 백화점(75억원)과 숙박(53억원) 분야에서 소비가 많았다. 여의도는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가 이미지가 강했으나, 2021년 2월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 특급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등이 잇달아 개관하면서 글로벌 MZ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더현대 서울에 따르면 외국인 구매 고객의 72.5%가 20~30대 젊은 세대다. 특히 전체의 3%에 불과했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올 6월 이후 12%까지 뛰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이브·뉴진스 등 인기 아이돌의 팝업 스토어, 젊은 K패션 브랜드의 지속적인 인기로 글로벌 MZ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래드 서울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는 비즈니스 목적의 투숙객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재는 외국인 여행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익선동, 일본은 동묘시장 앞으로
흥미로운 건 국가별로 선호하는 명소가 달랐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은 익선동(33.7%)을 제일 많이 방문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이 줄지은 익선동은 몇 해 전 ‘뉴트로’의 인기를 타고 서울의 새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요즘은 ‘물 반 외국인 반’이라 할 정도로 외국인이 비중이 부쩍 늘었다. 주말이면 가득 찬 인파로 진입이 쉽지 않을 정도다. 인사동과 북촌한옥마을에 찾은 외국인인 대부분이 익선동을 거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수당 베이커리’ ‘자연도 소금빵’ 같은 인기 한옥 카페는 외국인이 문밖까지 줄을 선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페 ‘한옥랑솜’의 종업원은 “외국인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때도 잦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의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은 요즘 청와대(20%) 관람 열기가 뜨겁다. 6년 전 사드 배치 후 사실상 중단됐던 단체 관광도 지난 8월 재개됐다. 청와대 관리활용기획과 박진헌 서기관은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오전 9시 입장 전부터 청와대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한류 패션과 음식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동대문 일대를 찾는 일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이른바 ‘힙스터의 성지’ ‘구제 시장’으로 유명한 동묘 벼룩시장은 일본 관광객(15.3%)이 유독 많이 찾는 신흥 명소다. 동묘시장에서 만난 미우라 아야노(33)는 “싼값으로 보물을 건질 수 있는 시장으로 일본 젊은 층에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 권혁빈 글로벌1팀장은 “대도시 서울에서 가장 레트로한 동네로 알려지면서 유니크한 관광지를 선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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