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성의가 묻혀있었다는 대성당에 가 보니
[이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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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와리 수도원 |
ⓒ 이상기 |
즈와리 수도원은 즈와리산(656m) 정상에 있다. 그러므로 꽈리강에서 산길을 돌고 돌아 올라가야 한다. 수도원 밖으로 담이 성처럼 높이 쌓여 있고, 들어가는 문도 남쪽으로 나 있다. 수도원으로 들어가기 전 남쪽을 바라보면, 두 강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삼각지 안쪽으로 도시가 하나 보인다. 한 때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던 므츠헤타다. 므츠헤타는 337년 기독교가 국교로 받아들여진 후 조지아 정교회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6세기 초 수도가 이웃 트빌리시로 옮겨지면서 쇠퇴하기 시작해 지금은 인구가 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로 변했다.
그렇지만 므츠헤타에 있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과 즈와리 수도원이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들 두 문화유산은 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지아 종교의 역사를 증거하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건축과 파괴, 수리와 재건을 반복하면서 조지아의 종교를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녀 니노 등 종교적인 성인들과도 연결되어 있어 수많은 이야기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 성당과 수도원은 성녀 니노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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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승천을 상징하는 십자가상 |
ⓒ 이상기 |
4세기 기독교가 조지아의 국교로 채택되기 전까지 즈와리 수도원 자리에는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성녀 니노가 그곳에 포도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기독교 수도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수도원의 이름이 성 십자가 교회로도 불린다. 그 후 이곳에서 기적이 일어났고,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로 변하게 되었다. 545년경 순례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작은 교회가 만들어졌고, 600년경 현재와 같은 크기의 교회로 확장되었다. 즈와리 교회를 세우는데 기여한 세 명의 왕족으로 데메트리우스(Demetrius), 스테파노스(Stephanos), 아다르나제(Adarnas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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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단과 십자가 |
ⓒ 이상기 |
이 출입문을 들어서면 수도원 한 가운데 둥근 제단 위에 십자가를 만날 수 있다. 성녀 니노 십자가로 불리지만, 현재는 근래에 세워진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다. 십자가 위로 8각형의 돔이 있고, 사방에 창문이 있어 빛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동쪽으로 제단과 지성소가 위치한다. 서쪽에는 왕과 여성을 위한 기도실이 위치한다. 벽에는 프레스코화와 성화가 그려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성녀 니노의 나무 기둥 기적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것은 즈와리 수도원 이야기가 아니고,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건축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다.
스베티츠호벨리, 살아있는 나무 기둥
'스베티츠호벨리'는 살아있는 나무 기둥이라는 뜻이다. 스베티츠호벨리라는 단어는 스베티와 츠호벨리라는 두 단어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다. 스베티는 나무기둥(pillar)을 말하고, 츠호벨리는 살아있다(living)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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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티츠호벨리 성화 |
ⓒ 이상기 |
엘리아스는 그녀를 매장하기 위해 성의(聖衣)를 그녀의 손으로부터 떼어내려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성의와 함께 매장되었고, 그 무덤에서 백향목 나무가 자라기 시작해 큰 나무로 성장했다. 그 성스러운 자리에 성당을 짓기 위해 성녀 니노는 백향목 나무를 자르기로 결정했다.
나무를 기둥으로 쓰기 위해 일곱 토막으로 잘랐는데, 일곱 번째 나무토막이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해 하늘나라까지 올라갔단다. 이에 성녀 니노가 밤을 새워 기도를 했고, 다음날에야 땅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 나무 기둥으로부터 성유(聖油)가 흘러나왔고, 병든 사람들 모두를 치유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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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 니노 |
ⓒ 이상기 |
즈와리 수도원에는 나무기둥 성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개별적으로 그린 작품들도 여럿 있다. 사도 안드레아, 성녀 니노, 미리안 왕과 왕비 등이 나온다. 남쪽 출입문으로 수도원에 들어간 우리는 이제 북쪽 문으로 나온다. 그리고 사방을 한 바퀴 돈다. 즈와리 수도원이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해 사방으로 조망이 아주 좋다.
북쪽 카프카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아라그비강이 서쪽 튀르키에서 발원한 꽈리강과 만나는 지점 안쪽으로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이 보인다. 수도원 밖으로는 성벽처럼 높은 담장이 둘러처져 있었다. 그러나 세월 속에 무너져 일부 잔해만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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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벽과 종탑 |
ⓒ 이상기 |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역시 성채처럼 높은 담으로 둘러처져 있다. 그 담장을 돌아가면 서쪽 성벽에 커다란 출입문이 만들어져 있다. 아치형 문의 2/3쯤 까지 철문이 올려져 있고, 그 위로 두 개의 소머리(牛頭) 장식이 출입자를 맞이한다.
출입문 왼쪽으로는 종탑이 세워져 있다.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동서로 긴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서문이 나타난다. 서문 위로 4단 정도의 층위가 있는 성당이 보인다. 문, 입구, 본당, 돔의 형태로 높아진다. 전체적으로 붉은 벽돌로 지은 비잔틴 양식의 성당이다. 출입문 안쪽 위에는 천사의 호위를 받는 성모자상이 그려져 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미사가 열리고 있어서 내부를 자유롭게 살펴보기가 어렵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이 핸드폰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왼쪽 세 번째 기둥에는 성녀 니노와 나무 기둥 성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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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계시록의 짐승들 |
ⓒ 이상기 |
성당에서 가장 오래된 프레스코화는 별자리 인물도와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요한계시록(Apocalypse)의 짐승들(beast: 野獸)'이다. 그 중 요한계시록의 짐승들모습이 인상적이다. 요한계시록 13장에 보면 바다와 땅에서 짐승들이 나타난다. 요한계시록에서 이들 짐승은 용과 거짓 예언자와 동맹을 이뤄 인간세계를 파멸시키려 한다. 기독교 종말론에서는 이들 짐승과 용 그리고 거짓 예언자를 불경의 삼위일체(The Unholy Trinity)라 부른다. 성당 안에는 또한 박탕 고르가살리, 에렉크레 2세, 조지 11세 같은 위대한 왕의 무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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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당 북쪽면의 조각: 독수리, 공작 꼬리, 장인의 손이 보인다. |
ⓒ 이상기 |
대성당 북쪽에서 보면 성당은 큰 틀에서 좌우 대칭으로 보인다. 벽 한 가운데 작은 문이 있는데, 문을 막아 출입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돔과 연결되는 벽 부분이 4단으로 이루어졌고, 상단 아치에 날개를 펼친 독수리와 공작 꼬리 장식이 있다. 특이한 것은 꼬리장식 위에 있는 장인(Master)의 손과 기역자(ㄱ) 자다.
이것은 성당을 지은 장인의 상징으로, 그 옆에 "하느님의 종 아르수키제(Arsukidze)의 손을 용서해달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성당의 사제가 장인을 미워해서 왕과 공모해 그의 오른손을 잘라 죽였다고 한다. 대성당은 그가 죽은 후인 1029년 축성되었다. 이를 안타까워한 사람들은 성당 동쪽 벽면에 그를 위로하는 명문을 새겨 넣었다.
"이 성스러운 성당은 끔찍하게 죽은 하느님의 종 아르수키제에 의해 지어졌다. 위대한 장인, 당신의 영혼이 평안히 잠들기를."
동쪽벽에는 또한 아치형 상부에 공작 꼬리 장식이 있고, 그 위 왼쪽에 날개를 편 독수리와 사자가 보인다. 독수리는 하늘을, 사자는 땅을 대표하는 동물로 보인다. 그리고 창문 아래에는 멜키체덱 1세에 의해 이 성당이 만들어졌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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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왼쪽 산위로 즈와리 수도원이 보인다. |
ⓒ 이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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