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없는 LCK구단,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본사에 2000억 송금

이승진 2023.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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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프로구단 만년 적자
적은 리그 분배금, 외부 스폰서십도 줄어
마땅한 수익 모델 없고, 선수 연봉이 구단 운영비 80%
게임사가 IP보유…인기 높아지면 게임사만 수혜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간판스타 이상혁(페이커) 선수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e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있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게임 IP(지식재산) 제공자가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지속되며 e스포츠 구단은 만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수 년 안에 스포츠로서의 게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3-0으로 우승한 T1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롤드컵 경제효과 2000억원…구단은 만년 적자

지난 19일 한국에서 5년 만에 롤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의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300만원에 달하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광화문 광장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1만5000명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의 T1이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중국의 WBG(웨이보게이밍)를 꺾자 함성이 쏟아졌다. 이후 이번 롤드컵이 가져온 경제효과가 20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롤 프로 1군 리그인 ‘LCK' 소속 구단은 만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롤드컵에서 우승한 T1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66억원에 달한다. 그 외 모든 구단도 수십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회를 이끌고 있는 LCK 역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계권을 구입해 대회를 무료로 실시간 중계한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역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롤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관련 산업 전반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운영 정책 때문이다. 구단은 LCK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00억원의 가입비를 5년 분할로 내야한다. 신세계그룹이 프로 야구에 뛰어들면서 KBO에 지급한 가입금인 60억원보다 많다. 한국 법인인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수익의 일부를 각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하는데, 지난해 총 분배금은 83억원이다. 페이커 선수의 추정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선수의 연봉도 구단에겐 부담이다. T1의 지난해 구단 운영비는 183억원이다. 이 가운데 선수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지난 몇년간 중국 리그 구단들이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몸값을 크게 불렀고, 국내 구단들은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연봉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상당수이지만, 이들이 치르는 경기 수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적은 것도 문제다. LCK 정규리그는 ‘스프링’과 ‘서머’ 2개 시즌으로 운영된다. 각 팀은 한 시즌에 18번의 경기를 뛴다.

라이엇게임즈는 자사의 지식재산(IP)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리그 및 대회 운영을 직접 총괄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오프라인 대회를 열어 부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모두 온라인으로 무료 중계된다. 라이엇게임즈가 IP를 소유하다 보니 구단은 추가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데 제약이 있다. 결국 구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외부 스폰서십뿐이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스폰서십 규모도 줄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상황이다.

구단의 경영난은 전 세계적인 상황이다. 미국 롤 리그인 LCS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게임 팀들의 의견을 수용해 2부 리그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을 바꿨다. 이에 지난 5월 10팀 중 7팀이 2군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139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이다. 2021년 산업 규모는 1048억원으로 2년 사이 300억원 넘게 축소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딜런 자데자 라이엇게임즈 대표이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법인이 본사에 돈 2000억원

라이엇게임즈의 ‘짠물 운영’에 e스포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라이엇게임즈는 매년 차곡차곡 수익을 쌓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롤', '발로란트' 등을 국내에 퍼블리싱하고, 그 대가로 로열티를 내고 있다. 본사에 송금한 로열티는 2020년 901억원, 2021년 922억원, 2022년 927억원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는 미국 본사에 1116억원을 배당했다. 이로써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지난해 미국 본사에 보낸 돈은 2000억원이 넘는다. 현재 라이엇게임즈 본사는 중국 기업인 텐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e스포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자 라이엇게임즈는 뒤늦게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LCK는 2024 시즌부터 균형지출제도(샐러리캡)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선수단의 연봉 총액이 상한선을 넘으면 사치세를 지불해야 한다. 상한선은 연말께 공개할 전망이다.

스포츠토토에 정식 종목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스포츠토토로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크게 프로스포츠 활성화, 유소년 아마추어 저변 확대, 프로스포츠 정책 및 공통사업 등 세 가지로 분류돼 활용된다. 구단은 마케팅 사업, 선수 육성 등 비용을 지원받아 구단 운영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국을 찾은 제레미 리 라이엇 게임즈 롤 총괄 프로듀서는 “라이엇은 (e스포츠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며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지적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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