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녹취록 150분 재생... 특수교사측 "혼잣말"- 판사 "들리니 문제"
[복건우 기자]
A씨 쪽 변호인 : "혼잣말이었다."
판사 : "안 들리면 문제가 아니지만 들리니까 문제다."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의 공판에서 문제의 녹음파일을 재생하던 도중 판사와 A씨 쪽 변호인이 주고 받은 대화다.
B군 :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A씨 : "너야 너,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얘기하는 거야."
이는 B군이 받아쓰기 급수표에 적힌 내용을 읽자 A씨가 한 말이다. 이어 A씨는 "종이를 찢어버렸다"는 문장을 "한 번에 읽어요"라는 말과 함께 B군에게 읽게 했다.
A씨 : "한 번에 읽어요."
B군 : "종이를 찢어... 종이를 찢어버려서..."
B군이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자 A씨가 말했다.
A씨 :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4시간 공판, 꽉 찬 방청석
▲ 수원지방법원(자료사진). |
ⓒ 김종훈 |
이날 방청석은 취재진을 비롯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등 30여 명으로 가득찼다. 공판 중 녹음파일 속 논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얼굴을 감싸거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A씨는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판 내내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날 공판의 쟁점은 A씨가 한 말이 정당한 훈육인지 아동학대인지 여부였다. 검찰 공소장과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A씨는 B군에게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도대체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했다.
앞서 A씨 쪽 변호인 전현민 변호사(JS법률사무소 대표)는 "공소장에는 A씨가 연속적으로 말을 쏟아낸 것처럼 기재돼 있다"며 "녹음이 된 당시 전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려면 파일을 연속적으로 다 들어봐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날 주씨 아내가 제출한 USB 속 150여 분짜리 녹음파일을 끝까지 재생했다.
판사 : "(A씨 쪽 주장대로) 혼잣말이라 하더라도 (B군이) 들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A씨 쪽 전현민 변호사 : "피고인(A씨)은 오래돼서 정확한 내용을, 혼잣말이다보니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A씨 쪽 김기윤 변호사 : "다른 학생은 집중을 했고, 이 학생(B군)은 집중을 못하니까 선생님(A씨)이 수업시간에 혼잣말로 푸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 :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혼잣말이라 학대가 아니다'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 들리게 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들리게 하니까 문제가 된다."
녹음파일 49분께 등장하는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라는 발언을 두고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A씨 쪽 김기윤 변호사 :
"교육 차원에서 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있고, 말의) 끝이 올라가지 않는다."
A씨 쪽 전현민 변호사 :
"수업에 집중하라는 차원이다."
판사 : "많은 분들이 있어 뭐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법리적인 걸 떠나서 듣는 부모 입장에선 속상할 법한 표현이긴 하다."
A씨 쪽 김기윤 변호사 :"질문했는데 대답을 못 하니까 이 말이 나오는 것이다."
판사 : "피고인이 악한 감정을 갖고 이런 표현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문제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다."
피고인 측 "목소리 올라가기도, 부드럽기도... 훈육이었다"
방청석 장애인 부모들 "힐난 위한 것, 훈육 아니었다"
녹음파일 1시간 20분경부터 B군은 받아쓰기 급수표를 1시간여 동안 읽어나갔다. A씨는 B군에게 "아기염소 여럿이", "벽에 붙은 종이",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종이를 찢어버려요" 등을 따라 말하게 한 뒤 글자를 또박또박 쓰도록 했다.
녹음파일 2시간 20분께에도 급수표 읽기는 계속됐다. A씨가 B군에게 "벽에 붙은 종이"를 따라 말하게 하던 도중 B군에게서 돌발행동이 일어났다. 연음을 살려 "붙은"을 발음하지 못한 B군은 '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A씨는 B군에게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이러고 있어? (중략)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 가. 못 간다고"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검찰은 "피해 아동이 완벽히 말하지 못하더라도 수업에 참여했는데 수업과 관련 없는 발언들이 나왔다"며 "갑자기 이런 발언들이 나와서 피해 아동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A씨 쪽 김기윤·전현민 변호사는 "A씨가 반복해서 연음 읽기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한 번을 제대로 읽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아이는 중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말하며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고 했다.
▲ 27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 9단독(판사 곽용헌) 심리로 열린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4차 공판이 끝나고 A씨 쪽 법률대리인 김기윤(왼쪽)·전현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복건우 |
이날 법정에서 녹음파일을 들은 장애아동 부모들은 A씨의 발언에 우려의 의견을 내놨다.
현장에 있던 한 학부모는 "장애아동의 학업 수준과 장애 정도에 맞게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A씨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대로 일방적인 훈육을 진행한 것 같다"며 "특수학급에 분리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장애아동에겐 두려움으로 느껴질 텐데,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과 B군을 대하는 A씨의 태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아이들이 감각적으로 그러한 분위기를 습득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A씨의 방식대로 장애아동을 훈육하면 더 자극이 되고 각성이 올라와서 더 큰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A씨의 방식은 비장애아동에게도 장애아동에게도 적절하지 못했다"며 "연음 발음이 어떻든 그것이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동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 A씨의 발언은 아이를 비난하고 힐난하기 위한 것이지 적절한 훈육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씨 아들, 전학 못가고 홈스쿨링 중
현재 B군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전학을 가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월 검찰 기소에 따라 직위해제 됐으나, 경기도교육청의 처분으로 8월 1일 자로 복직됐다.
B군은 지난해 9월 5일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던 도중 같은 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돌발행동을 해 일반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처됐다. 이후 B군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자, 주씨는 지난해 9월 17일 등교하는 B군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취했다.
녹음 내용을 들은 주씨는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검찰은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오는 12월 18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리는 다음 공판 때는 A씨의 발언을 아동학대로 판단한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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