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상징' 피아노의 굴욕…동네서 '띵띵띵' 소리 사라졌다, 왜
" 10년 넘게 아이들 가르쳤던 피아노인데…. " 지난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있는 피아노 학원. 성인 남성 4명이 피아노 10여 대를 계속해서 계단 아래로 옮겼다. 한 대에 250㎏에 달하는 피아노가 힘겹게 트럭에 실려 학원을 떠났다.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했다는 학원장은 이를 지켜보며 “마음이 좋지 않다. 주변에 초등학생 수가 계속 줄어서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원장은 피아노 13대를 처분하고 오히려 100만원을 업체에 지불해야 했다. 그랜드 피아노 한 대는 돈을 받고 팔았지만, 일반형 피아노는 대당 8만원씩의 처리 비용을 냈다.
과거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피아노가 이제는 버리기도 어려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1980~1990년대에 붐이 일었을 때 불티나게 팔렸던 피아노들이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문 업체를 통해 피아노를 처분하려면 보통 10만 원 안팎의 처리 비용을 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고 피아노로 팔 수 있었지만, 이젠 쓰레기와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최근 피아노를 폐기 처분한 김모씨(51)는 “유치원생 딸에게 사줬던 가장 비싼 선물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쓰레기 취급받으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 “한 마디로 피아노를 팔겠다는 공급은 어마어마한데 수요는 없는 상황이에요. 1년 전만 해도 30만 원을 받고 팔 수 있었던 쓸만한 피아노를 이제는 되려 돈 내고 버리라고 하니 피아노 주인들도 황당해하죠.” "
30년 넘게 피아노를 판매한 이우희 포리피아노 대표(57)도 이렇게 급격히 피아노의 가치가 추락한 건 처음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쳐서 다시 팔 수 있었던 피아노도 이제는 팔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부숴서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관할 자리도 없다…“10대 중 8대는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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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직격탄 맞은 피아노 학원…“대신 영어·수학 학원 생겨”
서울 노원구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64)는 “인근에 피아노 학원이 4개나 있었는데 우리 학원 빼고 모두 폐업했고, 없어진 자리엔 영어·수학 학원이 들어왔다”며 “아이들이 없어진 것도 맞지만, 그나마 있는 아이들 마저 영어, 수학 학원으로 빠진다”고 했다.
한국산 피아노 사 가던 중국 판로 막혀
층간소음 갈등에…“더는 집안 필수품 아냐”
천권필, 최민지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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