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JG 메이첸의 ‘기독교와 자유주의’ 100년

2023. 11.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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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의 신학자 JG 메이첸이 '기독교와 자유주의'(1923)를 출간한 지 꼭 100년 되는 해다.

메이첸은 이 책을 통해 진화론과 성경 비평을 받아들인 20세기 초 자유주의로부터 역사적 기독교를 수호하려 했다.

필자는 역사적 기독교와 자유주의의 구분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둘째,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메이첸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수호할 뿐 그 외의 교리적 차이에 대해서는 관용적 입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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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의 신학자 JG 메이첸이 ‘기독교와 자유주의’(1923)를 출간한 지 꼭 100년 되는 해다. 메이첸은 이 책을 통해 진화론과 성경 비평을 받아들인 20세기 초 자유주의로부터 역사적 기독교를 수호하려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에 잘 드러나듯이 자유주의는 기독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독교는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가르치는데 자유주의는 원죄론을 부정한다. 기독교는 예수의 십자가 대속을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가르치는데 자유주의는 예수의 신앙과 선행을 본받으라고 한다. 기독교는 성경이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데 자유주의는 성경이 과학적·역사적으로 오류가 많은 인간의 신앙고백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는 기독교와 상반된 사상 체계이기 때문에 이 둘이 한 교회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미국 교회 안에서 찬반양론의 큰 파장이 일었다. 메이첸 자신도 분리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결국 장로교회를 떠나야 했다. 이후 100년에 걸쳐 이 책이 전 세계 기독교계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멀리 태평양 건너 한국의 교회는 메이첸의 참기독교 구분법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격렬하고 철저하게 받아들였다. 필자가 신학생이었던 시절 거의 모든 수업이 자유주의를 감별하고 비판하는 데 바쳐졌다. 어떤 목사의 설교나 신학자의 이론을 ‘자유주의’라고 말하면 그는 ‘빨갱이’라는 말을 들은 것과 같은 모욕감과 위협을 느껴야 했다.

이 책의 가치와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메이첸이 구분한 기독교 대(對) 자유주의는 ‘복음주의’ 대 ‘에큐메니컬’ 혹은 ‘보수주의’ 대 ‘진보주의’라는 이름으로 한국교회 교리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성경의 성격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예컨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가, 성경에 역사적·과학적 오류가 있는가, 성경의 초자연적 사건을 믿을 수 있는가 등이다. 교리적 논쟁은 곧 분열로 이어졌다. 1953년과 1959년의 장로교 분열, 1961년 성결교 분열, 1970년대 말 신복음주의를 둘러싼 분열이 모두 성경관을 둘러싼 논쟁의 산물이다.

필자는 역사적 기독교와 자유주의의 구분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성경이 초자연적인 하나님 말씀이며 우리의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외에는 없음을 믿는 것이 기독교다. 세상 모든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우리 시대, 메이첸이 제기한 질문을 비켜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째,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메이첸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수호할 뿐 그 외의 교리적 차이에 대해서는 관용적 입장을 가졌다. 예를 들어 당시 기독교계를 분열시키던 천년왕국설, 루터파와 칼뱅파를 구분하던 성례의 본질에 관한 문제, 교회 정치 제도의 차이, 칼뱅의 예정론에 관한 견해, 심지어는 로마가톨릭에 대해서도 포용적 태도를 보였다. 기독교의 본질을 수호하는 데는 양보하지 않았지만 비본질적인 데는 너그러웠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비본질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정통보수 기독교라는 이름에 온갖 것을 덕지덕지 붙여 이를 수호하는 것을 강한 믿음이라고 착각한다. 교리와 전통, 이데올로기, 애국심, 반(反)동성애, 자기계발, 은사주의, 창조과학 등이 복음주의 기독교에 붙어 있거나 혹은 심하면 기독교를 대체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둘러싸고 다투고 분열한다.

기독교 세계의 오래된 경구다. “본질적인 데는 통일을, 비본질적인 데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일에 사랑을.”

장동민 교수(백석대·흥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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