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우리금융그룹…임종룡 리더십 괜찮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1.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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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우리은행 트레이딩부는 요즘 분위기가 심상찮다. ELS 상품 관련 파생 거래에서 시장 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최근 인지하고 이를 수정하면서 962억원의 회계상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은행은 통상 증권사 대상으로 주식 옵션 상품을 팔 때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헤지 포지션을 설정한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해당 헤지 포지션에 대한 평가 방법을 잘못 적용해 약 10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평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해당 부서는 뒤늦게 이를 인식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했고, 이에 금융감독원은 자체 검사를 지시했다. 금감원 측은 “은행이 파생상품에 대한 헤지에 나선 만큼 평가손실은 고객이 아닌 은행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은행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장면 2. 지난해 70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은 홍역을 앓았다. 재발 방지, 시스템 강화 등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후속 조치에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불구 올해 3월부터 8월 사이 우리은행 서울권 지점 직원이 고객 공과금 약 5200만원을 횡령했다. 또 다른 직원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9100만원을 빼돌렸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는 직원 A씨가 2015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회삿돈 2억3400만원을 횡령, 금감원이 우리금융저축은행에 ‘기관주의’를 통보했다.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지주가 임기 1년도 안 돼 각종 구설에 바람 잘 날 없다. 임 회장은 기재부 관료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NH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때도 금융권에서 쌓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성과로 인정받기 전에 계속 뒷목 잡을 만한 악재가 터지면서 임 회장이 곤혹스러워한다는 전언이다.

임종룡 회장(박스 사진) 취임 후 우리금융그룹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악재 빈발 왜?

내부 징계 5대 은행 중 꼴찌

51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이뤄진 우리은행 임직원 내부 징계 건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임직원 내부 징계 현황·사유’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주요 징계 사안도 직원 관찰감독 소홀, 자점검사 소홀, 시재관리 소홀, 문서관리지침 위반,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불건전영업행위, 여신심사·채권보전 소홀, 거래처 통장 임의 보관 등 다양하다.

게다가 여타 은행과 비교해 임직원 비위 행위가 도드라지게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17건, 국민은행 16건, NH농협은행 12건, 신한은행은 5건에 그쳤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보다 올해 비위 행위로 징계받는 임직원이 더 많았다. 김한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징계 건수는 연간 21건이었다면 올해는 10월까지만 집계했는데도 이미 30건이다. 여타 비교 대상 은행은 지난해보다 징계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올해 3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조직 정비를 해왔다. 취임사에서는 “ ‘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로 신뢰받는 금융이 돼야 한다”면서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탄탄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시각에서 좀 더 면밀하게 근무 기강을 다잡다 보니 징계 건수가 늘어났다는 해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700억원대 횡령 사고를 낸 우리은행 입장에서 계속 징계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단순 해프닝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금융가 인식이다.

의아한 의사 결정 빈축

전직 회장, 행장 고문 위촉 놓고 논란

최근 전직 회장과 행장 고문직 위촉을 놓고도 시끌시끌하다.

물론 임 회장 임기 중에는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 회장 시절 일어난 각종 비위 행위로 이미 금융지주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이런 위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 손태승 전 회장과 이원덕 전 행장을 고문으로 위촉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을 빚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연봉 4억원, 업무추진비 월 1000만원, 이 전 행장은 연봉 2억8000만원, 업무추진비 월 50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알려진다. 두 사람의 억대 연봉 고문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시민연대가 문제제기를 했다.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 손 전 회장을 고문으로 채용한 것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이라며 우리금융을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문제는 실적이야

올해 실적, 전년 대비 마이너스 예상

임 회장 입장에서는 잦은 내부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엇보다 경영 실적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그가 추진했던 M&A 행보를 놓고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 판단이다. 일단 PF 부실, 고객 확장 어려움 등으로 별다른 매력이 보이지 않는 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검토한다는 얘기가 꽤 설득력 있게 돌았다. 특히 매물로 나온 상상인저축은행은 실사 단계까지 갔다가 최근 인수를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저축은행 계열사가 있고 이 업태가 성장 산업이 아닌데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총평했다.

그런 와중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3.5%)을 보였다.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평균 추정치) 역시 그리 좋지 않다. 2023년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3조13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4%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만 놓고 보면 우리금융 연결 기준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44% 증가한 8994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8392억원을 7.2% 웃도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면서도 “아쉬운 점은 주요 비(非)은행 자회사의 실적 개선 속도다. 2분기 대비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2022년 실적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임기 1년도 안 채운 임종룡 회장에게 외부 비판이나 평가는 물론 시기상조일 수 있다. 임 회장 취임 후 개선된 부분도 사실 꽤 많다. 3분기 기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성장이 전분기 대비 2.9% 증가하는 등 임 회장이 강조한 기업 금융 경쟁력이 회복되는 측면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잦은 금융 사고, NH농협금융지주에도 종종 실적 기준 순위가 역전되는 현상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은 것 또한 사실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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