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셰프처럼 고기 척척 구워주네 ... 네이버 구내식당 로봇 누가 만들었지? [내일은 유니콘]
맛은?
고기 맛집에서 먹는 것처럼 근사하단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며 정신 무장을 하는 한편 ‘그런 로봇은 누가 만드나’ 궁금해 수소문해봤다. ‘비욘드허니컴’이라는 스타트업이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회사지만 대외 평가는 아주 좋았다. CES혁신상 단골손님인데다 투자 혹한기라는데 각종 투자회사로부터 누적 기준 90억원 이상 투자도 유치했다.
삼성전자 본사 연구소인 삼성리서치에서 10년간 근무하며 VR 4D실감 헤드셋 ‘Entrim 4D’ 개발로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 사내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그밖에 AI(인공지능), 로봇 개발 등으로 사내 임직원에서 수여하는 상 중 권위있는 ‘SEC Annual Award’에서 혁신기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재원이었다.
그러면 계속 삼성전자에서 승승장구하면 되지 않았을까. 왜 엄동설한에 창업의 길을 택했을까.
그는 푸드테크 분야 연구를 하다 보니 이 시장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지금은 “비욘드허니컴 솔루션이 적용된 급식 사업장에서는 비싸지 않은 고기 부위를 로봇이 잘 구워 높은 품질의 그릴 메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활짝 웃었다. 본사 사무실에 가보니 한쪽은 식당, 또 한쪽은 공구상, 철공소 같은 느낌인데 직원들이 둘 사이를 오가며 시식하고 다시 로봇을 고쳐 만들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 대표와 의기투합한 창업 멤버며 그의 비전에 동감한 직원들이었다. 또 외부 전문 셰프도 로봇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 시장이 원하는 조리로봇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비욘드허니컴, 생소한데 어떤 회사인가.
AI(인공지능), 로봇 회사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조리 상태를 수치화 하는 AI모델(Chef AI)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리중인 고기가 얼마나 구워졌는지, 탔는지, 육즙 손실이 일어났는지를 숫자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조리 과정에서는 객관적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셰프가 눈으로 보거나 눌러보면서 감에 의존하게 된다. 때문에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힘들고, 신입 셰프에게 노하우를 가르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게 현실이다. 비욘드허니컴은 조리 분석 AI 모델 구현에서 더 나아가 로봇도 함께 개발, 셰프가 요리한 결과를 수치화해서 로봇은 축적된 데이터 셰프와 최대한 비슷한 맛을 재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욘드허니컴’ 뜻은 허니컴, 즉 ‘Honeycomb(벌집)’ 구조가 가지는 안정성, 효율성, 확장성을 ‘Chef AI’를 통해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우리 실생활의 조리 환경에 비욘드 허니컴 솔루션을 적용,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도 동시에 담았다.
Q. 주요 사업모델은?
‘Chef AI’가 적용된 자동 조리 로봇을 월 80만원에 구독하는 B2B(기업용) DaaS(Device as a service) 모델이 주력이다. 현재 자동 조리 로봇은 그릴 조리에 특화돼 있어,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 생선 등을 최상급으로 균일하게 조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접점은 꽤 있다. 현재 네이버, 네오위즈 등 여러 회사의 급식, 안다즈 등 호텔&리조트, 고기집에서 실제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안다즈 청담 호텔과 샤로수길에 있는 삼겹살 팝업스토어(직영점 ‘특이점삼겹살연구소’) 매장에 가면 일반인도 메뉴 체험이 가능하다.
Q. 조리로봇 회사는 이미 꽤 많이 나와있는데 여타 로봇 회사와 차별점이 있다면.
맛, 특화된 그릴, 도입 편의성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맛 부분에서 자신감이 있다. 경쟁사도 조리 로봇은 많이 만들고 있다. 그런데 맛, 최종 요리의 품질 균일화를 수치로 제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Chef AI’는 분자카메라 센서를 통해 조리 상태를 분석하고 수치화 하는 만큼, 높은 품질로 일정하게 자동 조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업용 주방에서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실제 ‘자동화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문에 로봇 도입을 주저하는데 비욘드허니컴 제품을 체험해보고는 즉시 도입하는 사례가 정말 많다.
조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할 때 장벽은 여럿이다. 조작이 쉬워야 하고, 동작의 신뢰성도 높아야 한다. 무엇보다 실전에서는 청소가 쉬워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게다가 공상만화에서처럼 다양한 조리를 척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려다 보면 현실적으로 구조가 복잡해져 고장에 취약하고, 청소가 힘들고 공간 차지가 큰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고기 구이 시장만 해도 엄청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릴 자동화 로봇은 그릴 조리에만 최적화, 설계하는 걸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기업용, 식당용을 염두에 둬서 높은 품질로 그릴 조리가 되는 것뿐 아니라 8인분까지 동시 조리가 가능하도록 조리 속도성능을 높이고 청소도 쉽게 할 수 있게 고안했다. 대신 그릴용 메뉴를 다양화했다. 고기, 가금류(치킨), 생선에 모두 적용 가능하고, 고기 부위와 양념 유무에 관계없이 조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최근에는 곱창 구이 업체에서 도입 의뢰가 들어와서 테스트 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가스 그릴, 전기 그릴 뿐만 아니라 숯불에도 적용이 가능, 식당 점주 입장에서 종전 조리 기구에 이 로봇만 더할 수 있게 소형으로 만들었다. 로봇이 스스로 주방의 다양한 환경에 맞도록 세팅값을 적용, 알아서 동작하게 설계했더니 식당 사장들이 ‘별도 설치 공사가 필요 없이 220v 전원 연결만으로 사용이 가능해 좋다’는 평을 많이 해줬다. 이런 때 뿌듯함을 느낀다.
Q. 사업장은 국내만 있나.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제품의 성능, 신뢰성, 시장성을 검증한 후 2025년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스테이크하우스, 호텔, 그릴 기반 캐주얼 레스토랑을 주요 타깃 고객으로 보고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 2027년에 유니콘이 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국내 상장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조리 자동화 기술 분야에서 ‘오픈AI’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인적 자원, 시스템, AI 데이터 구축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고도화하여 글로벌 ‘No.1’ 조리 AI 기술 기업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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