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아더스토리즈의 스톡홀름 아틀리에를 제집처럼 드나든 사연

강민지 2023. 11.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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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스토리를 근간으로 둔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가 10주년을 맞았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직접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아틀리에.
앤아더스토리즈의 아틀리에.
연말을 앞두고, 약속은 많아지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늘어난다. 연락은 반갑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런 모임일수록 아무렇게나 입고 나갈 수만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생각 없이 족족 사들일 수도 없는 일. 그럴 때 당신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기준이라면 앤아더스토리즈가 답이 될 것이다.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 스킨케어, 메이크업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브랜드. 합리적인 가격대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브랜드. 특별한 약속에 차려입을 옷과 매일 꺼내 입기 좋은 베이식한 아이템을 두루 찾을 수 있는 브랜드. 합리적인 가격대에 정작 입어보면 품질까지 괜찮은 브랜드. 여러모로 우리를 구원할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가 올해로 탄생한 지 꼭 10년째 됐다.
Prologue: And The Story Begins
앤아더스토리즈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 여성의 날이기도 한 3월 8일, 앤아더스토리즈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첫 스토어를 오픈했다. 그리고 2023년 10월 기준으로 이제는 유럽과 미주, 호주, 아시아, 중동에 걸쳐 총 72개의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브랜드의 10주년을 기념하며 8개국의 에디터에게 스톡홀름의 아틀리에를 활짝 개방했다. 10월 중순, 창밖에는 벌써 하얀 눈이 폴폴 내리고 있었지만 큰 창마다 빛이 쏟아지는 아틀리에에선 커피 향의 따뜻하고 향기로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스톡홀름과 파리, 로스앤젤레스 3개의 도시에서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디자인을 완성하는 앤아더스토리즈가 회사나 사무실 대신 ‘아틀리에’란 명칭을 쓰는 이유는 방문해서야 체감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가 예쁘고 채광이 좋은 카페 혹은 아티스트 친구의 작업실을 방문한 듯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엔 매 컬렉션의 영감이 되는 무드 보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한편엔 물감이나 미술도구가 늘어져 있어 크리에이티브한 바이브를 물씬 풍겼다. 옷감의 스와치와 작업 중인 각종 샘플이 걸려있는 옷걸이, 미니 스튜디오를 옮겨 놓은 듯 조명부터 가벽까지 있을 건 다 있는 스튜디오 공간까지. 정녕 그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아틀리에’인 편이 정확했다.
브랜드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앤아더스토리즈의 매니징 디렉터 리나 쇠데르크비스크.
중성적인 스타일에 볼드한 주얼리를 즐기는 앤아더스토리즈의 디자인 총괄, 말린 소네.
Chapter 1: 당신과 나의 이야기
“이름 그대로 스토리텔링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앤아더스토리즈를 이끄는 매니징 디렉터 리나 쇠데르크비스크(Lina Soderqcist)는 브랜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토리를 복수형으로 표현한 것은 당신과 나, 현실을 직접 대면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총괄을 맡은 말린 소네(Malin Sone)의 말도 브랜드의 철학을 뒷받침한다. “앤아더스토리즈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건 한 명의 스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소비자예요. 옷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선 전체적인 그림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지만 간혹 누군가 그 옷을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입고 나타날 때 놀랍고 즐겁습니다. ‘이렇게도 입을 수 있구나!’ 하고 말이죠.” 무수한 대중과 스타일을 아우르기 위한 노력도 세심하다. 브랜드의 키 비주얼을 제안하는 룩북에는 1년에 총 80~90명에 이르는 모델을 섭외한다. 그들을 통해 폭넓은 인종과 피부색, 체형을 담아낸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리터치 가이드에서 드러난다. “촬영 후에 제품의 색감이나 질감 등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사진 편집 과정을 거칩니다”고 스튜디오 매니저인 에리카 버그룬드(Erika Berglund)는 스튜디오 옆에 자리한 편집실을 소개하며 말했다. “그러나 사람은 절대 건드리는 법 없죠. 흉터든 몸매든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대로 아름다우니까요.” 라고 덧붙이는 그의 목소리는 친절하지만 단호했다.
앤아더스토리즈가 지난 10년 동안 진행했던 협업 컬렉션 중 기념비적인 10벌을 모아 전시했다.
앤아더스토리즈가 지난 10년 동안 진행했던 협업 컬렉션 중 기념비적인 10벌을 모아 전시했다.
사디 윌리엄스(Sadie Wiliams)와의 협업.
로다테(Rodarte)와의 협업.
레지나 표(Rejina Pyo)와 진행했던 협업.
어웨이크 모드(A.W.A.K.E. Mode)와 진행했던 협업.
Chapter 2: 그들과의 이야기
협업은 앤아더스토리즈가 스타일 스펙트럼을 넓히는 사적이면서도 친밀한 방식이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지금까지 10팀의 브랜드 혹은 아티스트와 기념비 같은 협업을 진행했다. 그 인연엔 민주킴, 레지나 표, 로다테, 자나 베인 등과 같이 패션 디자이너가 있고, 신디소 쿠말로(Sindiso Khumalo), 하우스 오브 해크니와 같이 텍스타일 혹은 인테리어 브랜드도 있고, 킴 고든(Kim Gordon), 이나리케 리(Lykke Li, 스웨덴 출신의 뮤지션) 같은 아티스트도 있었다. “비즈니스로만 접근한 협업은 결코 단 한 번도 없어요. 그 모두가 앤아더스토리즈의 특별한 친구입니다. 가령 스웨덴 출신의 뮤지션의 리케 리는 공연 때 입고 싶은 옷이 없다고 토로했던 게 계기가 돼 협업으로 이어졌죠.” 안더스 록스트롬(Anders Roxtrom)은 감상에 젖은 표정으로 지난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앤아더스토리즈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징과 매장 관리 부서(Head of Visual Merchandising and Store Experience)의 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레지나 표는 정말이지 친절해요. 그가 제작한 이 볼륨 있는 원피스는 너무 아름답고요.” 그는 10개의 협업으로부터 총 10벌의 아카이브 피스를 아틀리에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옷을 한 벌씩 소개하면서 마치 새어나가면 안 될 비밀이라도 되는 양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스인데요.”라고 속삭이곤 했다. “오, 이 호랑이가 그려진 슈트는 하우스 오브 해크니와의 협업으로 탄생했어요. 하우스 오브 해크니는 프린트가 정말 멋진 인테리어 브랜드예요. 어때요? 그들이 추구하는 집이 곧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거 같지 않나요?” 그렇게 소개한 뒤엔 바로 다음 의상을 보면서 “아, 이거야말로 제일 좋아하는 건데…” 라고 말을 잇는 것이었다. 반짝이는 눈빛에서 거짓말은 찾을 수 없었다. 10개의 협업이 그에겐 열 개의 손가락과도 같고,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을 뿐이다! 그가 진짜 ‘비밀’을 발설한 건 아카이브 투어가 끝난 시점이다. “11번째 협업의 주인공은 런던을 베이스로 하는 디자이너 ‘수잔 팡’(Susan Fang)이 될 거예요!” 각국의 에디터가 모인 장내가 흥분으로 술렁였다.
앤아더스토리즈의 작업실.
앤아더스토리즈의 작업실.
Chapter 3: 끝나지 않는 이야기
환경과 순환에 대한 고민은 이제 패션계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다.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앤아더스토리즈는 부서까지 만들었다. 이 부서의 장(Head of Sustainability)인 세실 맥닐(Cecile McNeil)은 이렇게 주장한다. “패션브랜드는 미래를 위한 소재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자원을 소중히 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죠. 혁신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소재를 생산하는 공급자와 단단한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이미 잘하고 있다. 현재 앤아더스토리즈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거나 지속가능성한 소재를 사용하는 비율은 90%에 달한다. 거기에 만족하진 않는다. 2030년까지 10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 올가을, 앤아더스토리즈는 버려진 옷감으로 만든 재생 원단인 서큘로스를 활용한 데님 제품을 론칭하는 것으로 신소재에 대한 관심과 탐구심 역시 증명한 바 있다. 또한 ‘스파 브랜드는 한 번 입고 말 옷을 만든다’는 비판엔 영국의 의류 렌탈 서비스인 허(HURR)와의 지속적인 협업으론 그들의 옷을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이 만든 앤아더스토리즈의 사부아르 컬렉션 피스 중 하나인 뮬을 소개하는 콘셉트 디자이너 프리다 빌레그렌(Frida Billegren).
자신이 만든 앤아더스토리즈의 사부아르 컬렉션을 소개하는 콘셉트 디자이너 프리다 빌레그렌(Frida Billegren).
Epilogue: 아직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
터놓고 말하자면 스톡홀름의 아틀리에에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앤아더스토리즈에 몇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스파 브랜드라면 표정 없는 회사원이 영혼 없는 디자인을 찍어내지 않을까? 그런 곳에서 크리에이티브란 게 존재는 할까. 옷은 한 시즌 지나면 방전된 배터리 마냥 디자인도, 품질도 하루도 입고 싶어지지 않을 만큼 떨어지지 않을까. 환경에 대한 고민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수준이 아닐까. 언제든 눈을 흘길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 모든 질문에 ‘No’를 외치게 돼서 기쁘다. 헤드 디자이너는 꽃 사진을 잔뜩 내보이며 그 꽃에서 힌트를 얻은 색감과 실루엣, 패턴으로 내년에 공개될 봄 컬렉션을 어떻게 완성했는지 신이 나서 설명하는 걸 들었다. ‘디자인은 트렌디해도 입어보면 영 따갑고 불편하겠지’ 생각했던 앤아더스토리즈의 캐시미어 니트톱은 귀국해서도 매일 같이 입고 출근해 벌써부터 올해의 ‘교복템’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에 대한 자세는 이미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매니징 디렉터 리나 쇠데르크비스크는 “다음 챕터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앞으로도 더 나은 것, 더 바른 것을 향해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고. 앤아더스토리즈의 다음 10년이 기대되는 건 그 때문이다.
어린이집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미술용품으로 가득한 요한 스벤손(Johan Svensson)의 자리. 그는 패키징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캠페인 등 앤아더스토리즈가 생산하는 모든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이다.
어린이집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미술용품으로 가득한 요한 스벤손(Johan Svensson)의 자리. 그는 패키징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캠페인 등 앤아더스토리즈가 생산하는 모든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이다.
어린이집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미술용품으로 가득한 요한 스벤손(Johan Svensson)의 자리. 그는 패키징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캠페인 등 앤아더스토리즈가 생산하는 모든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이다.
어린이집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미술용품으로 가득한 요한 스벤손(Johan Svensson)의 자리. 그는 패키징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캠페인 등 앤아더스토리즈가 생산하는 모든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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