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6> 대마초는 괜찮다고?

2023. 11. 2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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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운하 박물관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 렘브란트와 고흐의 나라, 고풍스러운 중세 성곽과 도시 경관, 1만3800에이커에 달하는 국립공원, 현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밀물과 썰물 제어 시스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튤립으로 유명한 나라가 네덜란드다.

하지만 1976년 대마초를 합법화한 네덜란드가 유럽 마약 산업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으며, 대낮 길거리에서 마약으로 인한 살해사건이 일어나는 등 각종 범죄가 범람하는 위험한 나라가 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21년 네덜란드가 마약과 살인의 나라가 됐다는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대마초 합법화였다. 2021년 7월 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식당과 카페, 커피숍이 즐비한 번화가에서 범죄 전문 탐사기자가 마약 범죄 고발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암살당했다.

거기에다 마약밀매조직 관련 사건 재판의 주요 증인의 국선 변호사와 증인의 형이 암살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연쇄 암살이 네덜란드 최대 마약밀매조직에 의해 계획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 조직의 청부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마저 은폐됐다. 결국 암살에 직접 가담한 2명만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일단락됐다. 이에 마약 카르텔이 사법부와 경찰마저 장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회자했다.

독일의 한 주간지는 네덜란드에서 현재 마약밀매조직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은 가명으로 활동해야 할 만큼 위험해졌다고 폭로했다. 이 주간지는 마약 범죄를 취재하는 언론인들과 마약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판·검사들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마약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마약밀매조직 간 이권 다툼으로 도시 한복판에서 대놓고 총격전이 벌어지거나, 주택가에서 토막 난 시체가 나뒹구는 일까지 일어났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89명이 마약 관련 범죄로 살해되는 등 대마초가 합법화된 이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왜 마약류인 대마초를 1976년 합법화했을까. 마약 중독자가 급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비교적 중독성이 약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대신 대마초의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 공급해 음지에 숨어 있던 마약밀매조직들의 수익률을 낮추고 마약 중독자들이 헤로인, 코카인, 모르핀 등 더 위험한 약물에 손대는 것을 막아 보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대마초 합법화 시행 이후 몇 년간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 중독자들이 감소했다. 그러나 대마초는 마약의 입문이라고 불리는 마약류다. 그나마 헤로인이나 코카인보다 비교적 중독성이 약한 마약류인 대마초를 상용하던 중독자들은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됐다.

타국에서 생산된 마약을 네덜란드를 거쳐 유럽에 유통하는 것에 주력하던 마약밀매조직은 2010년대부터는 직접 코카인, 암페타민, 헤로인, 필로폰 등 중독성 강한 마약을 생산, 유통했고 이로 말미암아 마약 카르텔 안에서의 이권 다툼으로 살해사건 등 사회불안이 이어졌다. 그리고 국민의 마약 중독화는 더 심각해졌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마초가 합법화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마초를 허용하면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더 심각한 마약을 손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었음이 대마초 합법화 국가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마약 범죄를 연구해온 피터 톰슨 박사는 “마약의 유통이 허용되면 마약 유통만 하던 사람들이 마약 제조에도 손을 대게 된다”고 말했다.

마약의 생산과 유통의 경로가 넓어지고 그 카르텔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금단 증상의 끝판, 죽음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대마초는 착해 보이기까지 하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입문 마약’이라 불리는 대마초에 현혹되지 말고 네덜란드와 같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의 영·혼·육을 송두리째 망치는 마약의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지 않도록 기도하고 행동하며 입법자들에게 전하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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