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어머니, 메뉴판 못 읽으시더라" 영어 필기체 메뉴판에 당황한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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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모르는 사람은 시키지 말라는 건가 싶었다. 한국에 있는 카페인데 내가 해외에 있나 싶고."
또 다른 방문자인 B씨 또한 해당 카페를 방문했다고 밝히며 "나이 드신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는데 어머니께서 메뉴판을 전혀 읽지 못하셨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어 메뉴판은 없냐 물었더니 오직 영어 메뉴판만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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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링·철자 오류 많은 '외계어 메뉴판'
"영어 사용하면 세련된 느낌 준다 착각"
"영어 모르는 사람은 시키지 말라는 건가 싶었다. 한국에 있는 카페인데 내가 해외에 있나 싶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핫플'로 불리는 유명 가게들이 한글 표기 없이 오직 영어로만 된 메뉴판을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손님이 메뉴판을 알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영어 스펠링에 오류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
2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번에 간 카페는 말문이 턱 막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자신이 방문한 카페의 메뉴판을 공개했는데, 모두 영어 필기체로 작성되어 있었으며 메뉴 설명 또한 전부 영어로 되어 있었다.
A씨는 "영어 모르는 사람은 시키지 말라는 건지, 이것도 못 읽나 하고 놀리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심지어 정자체도 아니라 필기체라 더 못 읽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자인 B씨 또한 해당 카페를 방문했다고 밝히며 "나이 드신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는데 어머니께서 메뉴판을 전혀 읽지 못하셨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어 메뉴판은 없냐 물었더니 오직 영어 메뉴판만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모든 메뉴가 영어로 적혀 있었는데 '1인 1 메뉴' 안내만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던 게 웃겼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르신들은 주문도 하지 말라는 거냐", "정자체로 썼으면 알아볼 수 있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뭐 하는 짓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퍼듀대 약학대학 박치욱 교수 "필기체 알아보기 힘들다"
이에 퍼듀대학교 약학대학 박치욱 교수는 해당 내용을 인용하여 "영어 필기체를 못 써서 알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메뉴판에 스펠링 틀린 거 찾아서 올리고 있다"며 "나도 하나 찾았다. 얼 그레이 티에서 그레이(Grey)는 대문자로 써야 한다. 그레이가 사람 이름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얼 그레이 티는 영국 귀족인 로드 그레이(Lord Grey)의 이름과 연관이 있다. 영어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작성할 때 맨 앞 글자 스펠링을 대문자로 작성하기 때문에 'Earl Grey·earl Grey'가 되어야 하는데, 해당 카페 메뉴판은 'Earlgrey'라고 표기해 놓았다는 것이다.
스펠링이 다르게 적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환상'을 뜻하는 판타지(fantasy)를 fantage로, 아메리카노(Americano)를 'Americcano'로, 카페라테(Caffe latte)를 'cafe latte' 등으로 작성했다.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어 표기법이 사용된 메뉴도 있었다. 이를 이른바 '한글 외계어'라 부르는데, 카페인이 적다는 뜻인 디카페인(Decaffeinated·Decaf·caffeine-free)은 한국어 표기법을 따라 Dicaffeine으로 작성됐고, 초콜릿(chocolate)은 'Choco'로 작성됐다.
한·영 섞인 외계어 메뉴판, '배제' 문화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정체불명 한글, 영어 남용에서 더 나아간 '영어 외계어 메뉴판'은 이해하는 사람만 즐기라는 '배제'의 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범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외국어, 특히 영어를 쓰면 고급문화,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카페든 공공장소든 영어를 남용하면 고령자 소외 내지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 가급적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표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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