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목련’… 카터 전 美대통령 부인 로잘린 여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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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잘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플레인스에서 1927년 태어났다.
로잘린 여사는 78년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도록 카터 전 대통령을 설득하기도 했다.
로잘린 여사는 79년 카터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개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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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잘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6세.
카터 센터는 성명을 내고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잘린 전 영부인이 오후 2시 10분에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았고, 지난 17일부터 호스피스 케어(돌봄)에 들어갔다. 피부암을 앓아온 남편 카터 전 대통령(99)도 지난 2월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플레인스에서 1927년 태어났다. 46년 카터 전 대통령과 결혼해 77년을 함께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잘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며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잘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로잘린 여사는 ‘강철 목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야심 차고 단호한 성격을 지닌 남부 지방의 강인한 여성을 상징한다. 그의 별명처럼 로잘린 여사는 77~81년 영부인 때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 내 영부인실도 그가 처음 창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잘린 여사는 의례적인 영부인 역할에 머물지 않기로 결심했고, 대통령과 그의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로잘린 여사는 77년 남편을 대신해 남미 7개국을 홀로 순방하며 인권, 소고기 수출, 무기 감축, 비무장화, 마약 밀매, 원자력 에너지 등 문제를 협의했다. 로잘린 여사는 각료 회의에도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발언했다.
로잘린 여사는 78년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도록 카터 전 대통령을 설득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서 중동 평화협정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성사됐다. 로잘린 여사는 79년 카터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개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로잘린 여사는 84년 출간한 회고록 ‘평원에서 온 영부인’에서 “나는 정치적인 아내라기보다 정치적 파트너였다”며 “남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며 인기과 재선 승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적었다. 카터 전 대통령도 평소 “로잘린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터를 조지아주 시골에서 백악관으로 데려가는 데 도움을 주고, 엘리너 루스벨트 이후 가장 정치적으로 활동적이었던 영부인”이라고 평가했다.
고인은 영부인 때부터 정신건강 및 노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 앞장서 왔다. 그녀는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상원 소위원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설립한 카터 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련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았고,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모금 행사도 진행했다.
로잘린 여사는 회고록에서 “정신적 문제를 인정해도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을 염려가 없도록 정신 질환과 정서 장애를 옷장에서 꺼내고 싶었다”며 “정신 질환을 신체 질환만큼 솔직하게 다룰 수 있다면 개방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는 성명을 내고 “영부인으로서 그녀는 사회의 가장 큰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모든 사람의 정신 건강을 옹호했고, 소외된 아이들과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들의 후원자였다”고 애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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