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되는 길 막연해요”…후배 고민에 선배가 답했다 [가봤더니]

신대현 2023. 11. 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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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에서 젊은의사협의체가 주최한 제10회 젊은의사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은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명맥이 끊겼다가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사진=신대현 기자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겠지만 막상 이 길을 생각하면 막막해요.” 지난 18일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에서 만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2학년생인 정민서(22·가명)씨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같은 대학 동기인 강연주(22·가명)씨도 “대학에서는 질병에 대해서만 배우고 정작 의사로서 어떤 살아가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의대생들이 적지 않다. 어디서 누구에게 고충을 터놓아야 할지 막연한 후배들을 위해 선배 의사들이 손을 내밀었다.

18일 젊은의사협의체가 주최한 제10회 젊은의사포럼에서 의대생들은 의료현장에서 활약 중인 의사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명맥이 끊겼다가 4년 만에 개최됐다.

지난 2011년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연합(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공동 주최로 시작된 포럼은 매년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서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젊은 의사와 의대생의 인식을 제고하는 장으로써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강성지 웰트 대표, 남궁인 작가 등이 연자로 나섰다. 

특히 이번 포럼에선 30분간 각 전공과별 선배 의사의 강연을 듣고 소통하며 의대생의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한 ‘전공박람회 무엇이든 물어보살’이 진행돼 주목을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우연히 행사장에 들렀다는 학생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어 선배 의사들의 조언을 구하러 왔다는 학생까지. 의대생들이 이번 포럼에 참가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선배들과 마주한 뒤 가진 반응은 동일했다. 이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며 “이런 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제10회 젊은의사포럼에서 이비인후과 강연자로 나선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의대생들에게 돈에 휘둘리지 말고 환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돼주길 당부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전북의대 1학년생인 이강우(20·가명)씨는 “졸업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많을 것 같아서 오게 됐다”며 “어떤 전공을 택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강연을 들어보니 얻어 가는 게 많았다. 특히 신경외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졸업과 함께 의사 국가시험을 앞둔 인하의대 장현수(26·가명)씨는 “현장에 있는 선배들의 실질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30분씩 각 과별로 강연이 이어졌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포럼은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됐다. 정민서씨는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없다”면서 “이번 포럼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의사가 돼야 할지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선배 의사들도 값진 경험을 얻었다. 외과 강연자로 나선 박상협 서울특별시의사회 총무이사(소중한유여성외과의원 원장)는 “의대생들이 학업에 쫓겨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여러 경험을 해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여러 의료 현안이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을 예측해 잘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비인후과 강연자로 나선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명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환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돼주길 당부했다. 문 회장은 “의료인의 자세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의사가 된다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환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된다면 필수의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18일 제10회 젊은의사포럼에서 추성일 헤스티아여성의원 신사본점 대표원장은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 모두를 쓸 수 있는 의사, 분만부터 사람이 죽을 때까지 환자를 보는 의사가 바로 산부인과 의사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의대생들이 필수의료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나왔다. 산부인과에 대해 강연한 추성일 헤스티아여성의원 신사본점 대표원장은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 모두를 쓸 수 있는 의사, 분만부터 사람이 죽을 때까지 환자를 보는 의사가 바로 산부인과 의사다”라며 “산부인과는 교수님한테 혼나도 전공의들이 악착같이 버티는 인기과였지만 언제부턴가 비인기과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산과와 부인과로 나뉘는데 요즘 난임 전문병원의 인기가 높다”면서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진취적인 의사가 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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