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기 신도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짓겠다고 ‘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3기 신도시’ 사업에 연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SH야말로 3기 신도시 시행의 적임자”라며 SH의 3기신도시 사업 참여 의지와 역량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사업 주 시행자인 LH가 ‘철근누락’과 ‘전관예우’ 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틈을 파고든 것이다.
문제는 3기 신도시 90% 이상이 경기도에 공급된다는 점이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가 경기도에서 주택 사업을 하려면 법 개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 해도 서울시·서울시의회·경기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시가 설립한 지방공기업 SH가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지방자치법·지방공기업법에 위반되지 않는지를 두고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는 지난 9월 SH가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설치·경영하는 공기업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때 ‘주민’은 해당 지자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만약 행안부에서 ‘SH의 사업참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면 별도의 법 개정 없이도 국토부장관 동의 하에 SH를 3기신도시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유권해석 결과는 빠르면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권해석 결과와 상관없이,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부터 난관이다. 신도시 조성사업은 최소 수조원의 초기 비용을 빚을 내 조달한 뒤, 이를 15~20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다. 토지보상과 관련한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인데다 분양가도 민간 사업자들처럼 높게 받을 수 없어 ‘적자 위험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SH의 부채비율은 185% 수준이다. 같은 기간 LH의 부채비율은 218.7%로 이보다 높다. 김 사장은 “SH 자산이 50조원이며 동원 가능한 자금은 20조원이라 신도시 보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막대한 부채를 더 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서울시의회 내부에서도 ‘당장 SH 자체 매입임대 사업 물량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데 무슨 3기신도시 사업 참여냐’는 질의가 나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와의 협의도 난관이다. 김 사장이 참여 의사를 밝힌 3기 신도시는 과천, 하남교산, 광명시흥, 남양주 왕숙이다. 이들 지구에서는 이미 LH가 70~80%, GH가 나머지 지분(약 20%)을 가져가는 것으로 사업구조가 정해진 상황이다.
만약 SH가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LH와 GH의 동의 하에 지분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GH는 반대입장이 이미 확고하다. SH가 연일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자, 김세용 GH 사장도 “부채비율을 400%까지 완화해줄 경우 3기신도시 참여 비율을 50%까지 늘릴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인·허가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SH 입장에선 마곡 이후 서울에서 개발할 수 있는 택지가 없어 사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기존에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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