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 무슨 일이…"에르메스가 에르메스했다"는 이 공간 [더 하이엔드]

윤경희 2023.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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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플리스 체크 인' 이벤트
8개 공간으로 대표 가방들 풀어내
제품 설명 대신 '경험' 시킨 접근법
버킨·켈리 등 상징 가방 재조명 해

지난 10월 말 SNS에는 "최고의 이벤트" "에르메스가 에르메스 했다"란 글이 달린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이벤트 '플리스 체크 인(Please Check in)'에 대한 평이다.

에르메스의 '플리스 체크 인' 이벤트. 각 방의 중심에 위치한 라운지다. [사진 에르메스]


플리스 체크 인은 에르메스 가방의 이야기를 브랜드 특유의 유머를 담아 공간과 퍼포먼스로 구현한 행사다. 버킨, 켈리와 볼리드, 린디, 막시모르, 콘스탄스 등 에르메스의 대표 가방들에 대한 이야기를 8개 공간에서 각각 풀어냈다. 귀여운 '볼리드' 백을 탑재한 RC카가 달리는 사막의 레이스 경기장, 깃털처럼 가벼운 '플룸' 백을 표현한 달나라, 파리-런던행 비행기에서 장-루이 뒤마와 여배우 제인 버킨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버킨' 백 스토리를 담은 항공기 등 인상적인 공간이 화정체육관을 채웠다.


보여주기보다 경험시키기


이외에도 회전목마 위에서 댄서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델라 카발레리아' 백, 놀라운 밴드 공연이 펼쳐지는 '막시모르' 백, 1920년대 스트리트 댄스 린디 홉에서 영감을 받은 '린디' 백, 1930년대 작은 영화관에서 만나는 '켈리' 백, 그리고 1970년대의 파리 클럽을 연상시키는 '콘스탄스' 백을 만날 수 있었다. 매장에서 보기 힘든 가방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경험인데, 각 가방을 위트있게 풀어낸 프로그램으로 '가방을 경험한다'는 의미가 더해지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입에선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볼리드 백(모형)을 얹은 RC카들의 사막 레이싱 경기장. [사진 에르메스]
깃털처럼 가벼운 플룸 백을 표현한 달나라 공간. [사진 에르메스]
파리에서 출발한 런던행 비행기에서 장-루이 뒤마와 여배우 제인 버킨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버킨' 백 스토리를 담은 항공기 공간. [사진 에르메스]

" "여러분, 태풍이 옵니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바다와 항해의 이야기를 담은 룰리 백에 대한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방. 실제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탄 것처럼 상판이 놀이기구처럼 좌우로 움직인다. [사진 에르메스]
3면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가자 노란 우비를 입은 직원이 이렇게 소리쳤다. 고요했던 스크린 속 바다가 갑자기 울렁이며 높은 파도를 만들자, 갑자기 바닥이 좌우로 움직였다. 마치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 탄 것처럼 연출한 퍼포먼스였다. 배 기둥 모양으로 만들어진 진열장에는 에르메스의 '룰리' 백이 들어 있어 퍼포먼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배의 닻 체인 링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룰리를 표현한 바다 위의 보트 이벤트였다.
다른 방에선 작은 볼리드 가방을 얹은 작은 RC카들의 경주가 열렸다. 또 다른 방에선 1970년대 유럽의 어떤 댄스클럽처럼 배우들과 관객이 하나가 돼 스윙 댄스를 추기도 하고, 비행기에 앉아 창밖으로 버킨백이 구름 위로 둥둥 떠가는 광경을 바라봤다.

가죽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


이번 행사는 에르메스의 가방을 소비자가 공간과 퍼포먼스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여느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나 프레젠테이션은 제품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소재나 기능,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행사의 목적 역시 가방에 대해 알리는 것이었지만, 에르메스가 선택한 접근법은 달랐다. 공간과 이야기를 경험한 사람들에겐 진열장 속 가방을 볼 때보다 그 가방을 더욱 강렬하게 각인하게 된다. 즐거운 경험을 준 가방에 대해서 궁금해지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노렸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버킨 백의 캠페인 이미지. ⓒJack Davison [사진 에르메스]

가죽 제품, 특히 가방에 대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에르메스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브랜드의 상징적인 가방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창조의 열정은 에르메스 백의 가죽, 그 아래에 살아 숨 쉬고 있다'라는 것을 모토로 켈리와 버킨, 콘스탄스, 린디, 인 더 루프, 델라 카발레리아, 게타, 에블린, 가든파티, 룰리, 피코탄, 볼리드 등을 새로운 캠페인으로 보여준다.

1837년 파리에서 설립된 에르메스는 언제나 가죽을 중심으로 뒀다. 파리의 가죽 디자인 공방에는 약 15명의 장인이 작품을 만든다. 크리에이터들은 장인들과 함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다듬고,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한다. 여성 컬렉션의 50여 개 모델 중, 매년 4~6개의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1~2년의 인내와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가방은 주문자의 취향에 따라 색상, 마감재, 안감의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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