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한동훈은 긁지 않은 복권…경쟁상대로 보지 않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전 대구를 찾아 동대구역 2맞이방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선 한동훈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시나리오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한 장관의 정치적인 모습을 벌써부터 폄훼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이 이날 이 대표가 앞서 출마를 시사한 대구를 찾은 것을 두고 ‘이준석 견제’라는 평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저는 한 장관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한 장관은 저와 다른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분”이라며 “오히려 재밌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장관이 매력적인 정치 캐릭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앞으로 한 장관에게는 법무부 장관의 영역을 넘어서는 많은 방면에서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며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서 떨어져 나갈 지지층도 있고 더 지지해 나갈 지지층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대구에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구의 정치가 정체돼있다는 생각에 대구의 많은 시민이 공감할 것”이라며 “적어도 제가 판을 한 번 휘저을 수 있는 메기 역할은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전 대구를 찾아 동대구역 2맞이방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표는 이달 초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며 “신당을 한다면 중심인물이 되는 사람들은 어려운 도전을 해야 한다”며 대구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앞서 노원구 병에 3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는데, 자신의 정치적 토대로 삼아 온 노원을 등지고 보수 텃밭인 대구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 장관이 이날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하는 한편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공개 봉사활동에 나서자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 전 대표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9일 이 대표의 노원 병 출마를 두고 “당에서 이준석을 얼마나 만신창이로 만들었나. 지금 노원에 가본들 이준석이 100%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노원구 병의 내년 총선 가상 대결 결과 이 전 대표가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체 피플네트웍스 리서치(PNR)가 폴리뉴스와 경남매일 공동의뢰로 지난 6~7일 노원구 병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역인 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49.7%, 국민의힘으로 출마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는 26.9%를 얻었다. ‘투표 대상이 없다’는 18.0%, ‘잘 모르겠다’는 5.5%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100% 무선전화 가상번호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5.6%였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