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패션 브랜드 100억 뚝딱 ‘이 교수’ ... 본인 브랜드 성적표는?[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1.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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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 패션 디렉터, 교수, 신진디자이너 멘토 ...

그의 직함은 수없이 많았다. 어깨가 무거울 법했지만 결과물을 숫자로 성과로 증명하다 보니 일이나 직책이 더 늘어났다. 2019년 홈앤쇼핑과 손잡고 론칭한 여성의류 브랜드는 단숨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자기 브랜드만 없을 뿐 패션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이런 세평에 자극받았을까. 드디어 본인 브랜드를 들고 나타났다. ‘커뮨더웨어’ 공동대표란 직함으로 말이다. 교수로 더 유명했던 간호섭 대표 얘기다.

사진 오른쪽이 ‘커뮨더웨어’ 창업자 간호섭 대표(커뮨더웨어 제공)
간 대표는 “예전에 신진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해 많은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했던 시절과 달리 이제 소비자의 날카로운 회초리를 맞을 때가 됐다 싶어 창업에 나섰다”라고 운을 뗐다.

그가 직접 브랜드를 내놨다 하자 배우 봉태규, 가수 김완선, 이상민, 개그우먼 박나래, 허안나, 모델 이소라, 강희, 휘황, 방송인 홍석천 등 친분있는 연예계 인사들이 앞다퉈 본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옷 입은 사진을 올려주는 등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걸그룹 ‘블랙스완’은 해외 투어에 아예 대놓고(?) 의상은 커뮨더웨어와 함께 하고 있다고 인증샷을 연일 올리고 있다.

그덕에 출시한지 3주도 안 돼 주력 제품인 빅로고 후드티, 커뮨 오프너 자수 후드티 등은 완판했다. 여세를 몰아 커뮨오프너 심볼 후드 티셔츠 등 후속 스타일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는 등 밤낮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음은 간호섭 대표와 일문일답.

커뮨더웨어는 출시하자 마자 3주만에 빅로고후드티가 완판되기도 했다.(커뮨더웨어 제공)
Q. 이미 업계 유명인사인데 직접 창업에 나선 이유가 궁금해진다.

국내 귀국 전까지는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귀국 후에도 아모레퍼시픽, 루이까또즈 등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자본과 재능이 만난 덕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실질적인 결과물도 낼 수 있어 멋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변에도 대형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결국에는 힘들더라도 본인 브랜드를 만드는 걸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Q. 브랜드명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커뮨(KOMMUN)이라는 단어는 독일어로 ‘일상의, 평범한’이란 뜻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 이 단어는 ‘K(한국)-COMMUNITY, 한국적인 커뮤니티)란 해석도 가능하다. 일상에서 입고 싶은 시크(Chic, 멋있는)한 스트리트 웨어, 즉 시크리트 웨어(Chicreet Wear)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

Q. 그간 고급 여성복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스트리트웨어를 선택한 건 좀 의외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패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스트리트 문화를 담아낸 컬렉션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요즘은 20대를 넘어, 중장년층도 넥타이나 정장,구두를 멀리한지 오래다. 일상복으로 자리잡고 있는 스트리트패션에 약간의 고급스러운 요소를 담아 차별화하고자 한다. 핵심 타깃 고객은 2035세대지만 젊은 감성을 갖고있는 골드머니 층까지 폭넓게 흡수할 예정이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3세대 K팝 걸그룹 블랙스완의 해외투어에 의상을 협찬한 커뮨더웨어(커뮨더웨어 제공).
Q. 교육자로 컨설턴트, CD로 활동하던 때와 직접 사업을 하면서 확연히 다르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교수 생활을 할 때도 실무를 놓아본 적이 없다. 또 여러 국내외 기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컬래버 작업을 해보면서 남들이 못해본 경험을 많이 해봤다. 그때는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기획을 마음껏 했다. 대신 그에 따른 결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고, 다행히 좋은 실적으로 이어져 꾸준히 또다른 시도, 제안이 빗발쳤다. 하지만 유통·판매 등 경영 실무는 늘 관심을 갖고 임했지만 내 능력 밖이라고 솔직히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서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금융권 출신 김두식 공동대표와 의기투합,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해외에서도 인지도 있는 셀럽들이 많이 입고 또 노출하고 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 없나?

현재 K팝은 1단계로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해외 공략, 2단계는 한국인과 외국인을 섞어해외 공략을 시도하고 그게 또 먹혔다. 3단계로 현지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현지 공략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커뮨더웨어도 이 공식을 따르려고 한다. 미국, 인도, 세네갈 태생의 벨기에인, 독일 태생의 브라질 멤버로 구성된 3단계 K팝 그룹 ‘블랙스완’에 의상 협찬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서부 4개 도시 투어를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우선 미국이란 큰 나라에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나.

요즘은 브랜드의 콘셉트나 타깃에 따라 이탈리아 브랜드가 파리패션위크에 진출하기도 하고,미국 브랜드가 밀라노 패션위크에 진출하기도 한다. 이젠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지, 브랜드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또한 스트리트패션 트렌드가 럭셔리 브랜드에 영향을 준지 이미 오래다. 점점 더 그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교수 시절부터 줄기차게 입기 좋으면서도 새로운 패션을 만드는 ‘WC(웨어러빌러티·크리에이티비티) 공식’을 조화롭게 타배한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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