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신작 ‘TL’ 엔씨의 구세주 될까…엔씨소프트 사운 걸린 ‘운명의 두 달’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1.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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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신작 ‘TL’ 엔씨의 구세주 될까

게임 명가 ‘엔씨소프트’에 운명의 날이 밝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한 신작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의 서비스 예정일을 11월 2일 공개했다. TL은 12월 7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TL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신작 흥행으로 떨어진 주가와 실적을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엔씨소프트가 회사의 사운을 건 대작 ‘쓰론 앤 리버티’의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좌). 최근 엔씨소프트는 ‘퍼즈업’ 등 MMORPG 장르를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우). (엔씨소프트 제공)
신작 게임 TL 사전예약 시작

돌아선 게임 이용자들 마음 돌릴까

엔씨소프트는 11월 2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신작 ‘TL’을 공개했다. 동시에 사전예약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날 영상에는 TL 개발을 총괄한 안종욱 PD가 등장, TL의 게임 구조와 형식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TL은 엔씨소프트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회심의 신작’이다. 이용자가 서버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와 함께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 게임이다. 엔씨소프트가 2021년 리니지W를 내놓은 뒤 오랜만에 내놓는 ‘대형 신작’이다. 올해 9월 퍼즐 게임인 ‘퍼즈업 아미토이’를 내놓기는 했지만 ‘대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신작 부재로 인해 부진을 거듭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려줄 신작 공개가 지연되면서 회사 매출과 주가가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서비스 시작 후 6개월이 지나면 매출이 ‘하향 안정화’된다. 게임 초기 몰려들었던 이용자들이 떠나고 일부 충성고객만 남는 현상이다. 매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이 주력인 회사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신작을 공개한다. 신작을 내는 주기가 길어질수록 회사 실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본래 엔씨소프트도 이와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리니지M → 리니지2M → 블레이드&소울 2 → 리니지W 등 작품을 기간에 맞춰 공개해왔다. 이 기간 동안 엔씨소프트는 소수 이용자의 막대한 소비에 의존하는 과금 모델을 활용해 선두 주자로서 승승장구했다.

잘나가던 엔씨소프트는 2022년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데 최소 수백만원은 써야 하는 ‘리니지’ 시리즈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떠나면서 리니지IP를 활용한 게임 매출이 급감했다.

경쟁작도 대거 등장했다. 리니지와 유사한 ‘리니지라이크’ 장르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웹젠의 R2M,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등은 아예 엔씨소프트가 ‘표절작’이라고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R2M의 경우 법원이 1심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서비스사인 웹젠이 엔씨소프트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리니지M’을 표절했다고 인정한 것. 이들 유사 게임이 리니지 이용자층을 뺏어가면서, 리니지 시리즈 수익은 급격히 악화일로를 걸었다.

회사의 ‘믿을 구석’이었던 리니지 시리즈 인기가 떨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황급히 개발 중이던 게임에서 ‘리니지 IP’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TL 역시 ‘더 리니지’라는 이름으로 공개 예정이었던 작품이다. 게임 제작 방향을 급하게 수정하면서 예상보다 개발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 이는 곧 신작의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엔씨소프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실적 부진 여파로 주가는 급락했다. 2020년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2023년 11월 23만원으로 주저앉았다. 현재는 20만원도 위태롭다.

게임업계에서는 비(非)리니지 신작이 흥행해야 엔씨소프트가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위기 탈출을 위해 엔씨소프트는 이번 신작 ‘TL’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5월 사전 테스트 때 이용자 반응을 일일이 청취하고 의견을 반영했다. 이용자 건의를 받아들여 과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과 ‘자동 사냥’ 시스템을 폐기했다.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을 개발할 때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후에도 게임 개발 진행 단계를 내내 공개하며 이목 끌기에 나섰다. 올해 11월 열리는 게임 전시회 부산 지스타도 8년 만에 참가를 결정했다. 오로지 게임 홍보를 위한 목적이다.

다만, 엔씨소프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11월 2일 공개된 영상을 본 게임 이용자들 평가는 반으로 갈렸다. ‘TL 인벤’을 비롯한 게임 커뮤니티는 ‘영상을 보니 기대된다’는 의견과 ‘기존 리니지와 다를 바 없다’는 글이 동시에 올라왔다.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온라인 쇼케이스가 끝난 직후 엔씨소프트 주가는 장중에 일시적으로 5% 급락했다.

엔씨소프트 반등 위한 조건은

TL 외 다른 신작도 성공해야

증권가는 엔씨소프트 반등을 위한 조건으로 2가지를 제시한다. TL의 흥행과 TL을 받쳐줄 다른 신작 ‘배틀 크러시’ ‘프로젝트 LLL’ 등의 성공이다.

우선 당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TL 성공이 절실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는 현재 20만원 대를 벗어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TL이 서비스 시작 1년간 한국·대만에서 26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국내 성과가 2024년 아마존을 통해 선보일 글로벌 지역 흥행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12월 (국내 성적이) 주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TL이 성공한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다른 신작들도 함께 성공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게임업계 트렌드는 ‘다양화’다. 잘되는 게임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다수 게임을 만든다. 그중 성공한 게임이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캐시카우’가 된다. 개발사는 캐시카우가 확보되면 인원과 장비를 더 충원한다. 보강된 자원을 활용해 개발하는 프로젝트 수를 늘린다. 이어 다른 개발 프로젝트 중 ‘대박’을 치는 게임이 또 등장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 가짓수가 많아야 한다. 닌텐도, 블리자드, EA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인기 게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개발 인력과 회사 매출 대비 충분한 수의 신작을 만들지 않았다. 넓은 인력 개발 풀과 자본력에 비해 게임을 내놓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직원 1인당 매출·이익도 급속도로 줄었다. 최근 들어서야 ‘퍼즈업’ 등을 내놓으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MMORPG 장르의 PVP 콘텐츠(게임 이용자끼리 게임상에서 대결하는 콘텐츠)와 과금 유도 수익 모델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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