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물가 비싼 울릉도, 폭등할 판"…운송지원 예산 삭감 비상

김정석, 황희규, 안대훈 2023. 11. 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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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항 전경. 연합뉴스

울릉도처럼 수백㎞ 먼바다에 떨어져 있는 섬 지역 물가는 육지보다 훨씬 비싸다. 각종 생활필수품을 배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년 동안 지원해 오던 생필품 해상운송비 예산을 내년부터 전액 삭감하기로 하면서 섬 물가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9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해운법에 따라 2018년부터 도서지역 주민이 사용할 목적의 유류와 가스·연탄·목재펠릿 등을 옮기는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해운법에 따라 생활필수품을 육지에서 도서지역으로 운송하는 내항화물운송사업자·도선사업자·생활필수품 판매사업자가 대상으로, 8개 광역단체에 올해 기준 총 16억원을 배정했다.


섬마을 생필품 해상운송비 예산 ‘싹뚝’


이 돈은 최근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해상운송비 지원과 내용이 행정안전부 연료운반선 건조사업과 중복된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행안부는 교통여건이 열악한 섬에 가스·석유 등 인화성 연료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연료운반선 건조사업 예산을 주고 있다. 2018년에는 충남 보령시와 전북 군산시, 2019년엔 경남 통영시와 제주특별자치도, 2020년엔 인천 옹진군과 전남 신안군 등에 지급했다.

경북 울릉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문제는 연료운반선 건조지원 대상에서 정기 민간화물선이 운항 중인 섬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울릉도나 인천 백령도, 제주 추자도, 전남 홍도와 흑산도 등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은 100~200t급 연료운반선으로는 정기 운항이 불가능하다. 파도가 높아 500t급 이상 대형 여객선도 자주 결항한다.

섬마을 주민은 해상운송비 예산 삭감이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거라며 걱정하고 있다. 울릉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식 저동상인연합회장은 “20kg짜리 용기에 든 LP가스 가격이 경북 포항에서 5만원 정도 하는데 울릉도에서는 6만5000원 정도로 1만원 이상 비싸다”며 “만약 해상운송비 지원까지 끊기면 가스비 폭등으로 이어져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지원 끊기면 물가 폭등 걱정”


해상운송비를 받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이수도 주민도 가스비가 오를까 노심초사다. 이수도는 행정안전부 선정 ‘2021년 찾아가고 싶은 섬’에도 선정,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이어서 가스를 많이 쓴다.

이수마을 신경철 이장은 “주말에는 하루 1000명, 주중에도 200~300명씩 와서 ‘1박3식’을 하고 간다”며 “요즘 물가도 올랐는데 운송비 지원이 없어져 가스비까지 오르면 주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 운항을 개시한 충남 보령시의 연료운반선 동백호. 사진 보령시

경남도·거제시에 따르면 육지에서 약 600m 떨어진 이수도까지 LP가스 운반에 1회에 250만원씩 지원비를 준다. LP가스는 연간 총 15차례(3750만원) 운반한다. 이 중 국비가 50%, 시비가 50%다. 해상운송비 국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거제시는 이를 자체 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외딴섬 사실상 지원 중단…예외 둬야”


전남도와 신안군도 추경을 통해 모자란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흑산도와 홍도 등에 해상운송비를 지원해왔다.

신안군은 행안부 지원 사업을 통해 연료운반선을 만들어 운항하고 있지만, 현재 병풍도에만 운항하고 있다. 흑산도·홍도 등은 정박 시설이 없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전경. 중앙포토

LP가스뿐 아니라 휘발유 가격도 크게 뛸 것으로 우려된다. 주유소가 세 곳뿐인 울릉도의 9일 현재 휘발유 가격은 L당 1989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276원 비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같은 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713원으로 나타났다. 해상운송비 삭감이 현실화하면 더욱 오를 전망이다.

비상이 걸린 해당 지자체는 일단 국회를 찾아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관계자는 “울릉도 등 외딴 섬에 들어가는 생필품 해상운송비 지원 사업은 섬 주민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연료운반선이 오갈 수 없는 섬만이라도 해상운송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울릉·신안·거제=김정석·황희규·안대훈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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