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희귀질환 극복 향한 이건희의 꿈, 희망이라는 씨앗 심다

이명환 2023. 11. 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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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심포지엄 개최
이건희 유족 기부금 3000억원으로 조성
치료비 및 소아암·희귀질환 연구 지원

김한석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장은 2021년 1월의 어느 날 걸려 왔던 한 통의 전화를 잊지 못한다. 당시 서울대어린이병원장으로 재직하던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족 측 대리인. 유족들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 데 서울대어린이병원이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유족이 사업단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3000억원. 소아의료 분야의 그야말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 기부금이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일러스트.

서울대병원은 8일 오후 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희망의 마음을 전달하고 전국 의료진 및 기관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2021년 5월 설립됐다. 사업단은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치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과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는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소아희귀질환 종류만 7000여가지 이상이기에 진단 및 치료법 마련이 절실하다. 하지만 소아 환자는 성인에 비해 질환이 다양한 데 반해 환자 수는 적어 사례 수집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표준치료법을 확립하기 어렵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크다.

이건희 회장 유족의 뜻을 이어받아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사업단의 목표다. 사업단에 따르면 유족은 생전 인간존중 정신으로 어린이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던 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소아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돕고 싶다고 전해왔다. 조건은 단 두 가지.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도록 하고 싶다는 것과 전국 모든 지역의 환아들에게 동일한 혜택이 가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에 사업단은 문제 해결형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다.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은 쉽게 정복되기 어려운데다 재발 가능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기부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설립된 사업단은 3개 사업부로 나뉜다. 먼저 소아암 환아들의 비급여 고액 유전체 검사비와 면역항암제를 지원하는 데 1500억원이 활용된다. 소아희귀질환 환아들의 희귀유전체 검사와 고액의 유전자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를 위해서는 600억원이 쓰인다. 마지막으로 소아암·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기술, 약제 연구·개발(R&D)을 위한 공동연구에 9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소아암·희귀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게 사업단의 설명이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의 사업 추진현황. [이미지제공=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의 사업 추진성과. [이미지제공=서울대병원]

사업단 출범 3년 차를 맞은 지금,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전국 각지의 의료진이 힘을 보탰다. 현재까지 소아를 진료하는 전국 160곳의 의료기관과 1071명의 의료진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사업단 차원에서 해결을 위해 선정한 과제는 176건인데, 분야별로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등 총 176건이다. 연구과제 선정과 의료진 동참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는 게 사업단의 설명이다.

질병 특성상 진단조차 어려웠던 희귀병의 진단과 치료도 다수 이뤄졌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소아 희귀질환의 진료를 할 수 있는 교수는 60여명에 불과하다. 이 탓에 환아와 가족들은 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여러 병원을 헤매는 '진단방랑'을 겪어야만 했다. 사업단 출범 후 모두 2984건의 진단이 이뤄졌고, 2336건의 치료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진단은 ▲소아암 1089건 ▲소아희귀질환 1746건 ▲공동연구 1149건이 이뤄졌다. 치료는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이 진행됐다.

사업단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공동 DB 구축을 위한 데이터도 다수 모였다. 사업단은 전국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누구나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환자 데이터가 분산돼 진단에 어려움이 있던 실정이다. 현재까지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반 치료 플랫폼을 통해 총 6193건의 코호트가 등록됐다. 사업단은 이를 통해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해 전국 환자 모두 동일한 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8일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참석자와 환우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뒷줄 왼쪽 1번째),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뒷줄 왼쪽 2번째),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장(뒷줄 왼쪽 7번째),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뒷줄 오른쪽 3번째),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뒷줄 오른쪽 2번째),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뒷줄 오른쪽 1번째).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희망정원'을 주제로 30여명의 어린이 환자와 가족이 직접 색칠한 꽃 도안 전시회가 진행됐다. 전시회는 기부자의 큰 뜻이 토양이 되고 환자 가족의 희망이 씨앗이 돼 꽃을 피운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사업단은 설명했다. 심포지엄 중간에는 사업단과 병원 관계자들이 환아들이 직접 그린 꽃 도안을 액자에 담아 전달하는 세리모니도 진행됐다. 환아들에게는 삼성전자의 최신 태블릿PC가 함께 전달됐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환아는 "아픈 사람 모두가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전해주고 싶다"며 "치료법이 없는 환자를 위한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돼 언젠가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은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 이건희 회장님의 유지"라며 "삼성의 모든 임직원들도 소아암 희귀질환 극복사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열린 교류의 장에서 전국 권역 기관과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궁극적으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최은화 소아진료부원장(어린이병원장), 김한석 단장 등이 참석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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