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실 절반이 '김빅○○아'…56개 시군구 다문화 초등생 10% 넘었다

최민지, 장윤서 2023. 11.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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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봉명초등학교 한 교실 앞 신발장. 하교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각자 이름이 적힌 흰색 실내화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16켤레의 실내화 중 절반은 세글자 이름이 붙어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빅○리아, 김사○나, 김이○르' 등의 네글자, 다섯글자 이름이 붙었다.

충북 청주 봉명초등학교의 한 교실 앞 신발장에 이름표가 붙어있다. 봉명초는 전교생 538명 중 절반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학교다. 장윤서 기자


봉명초는 전교생 538명 중 288명(53.5%)이 다문화 학생이다. 봉명동에는 '고려인 타운'이 있다.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 등에서 온 봉명동 고려인들은 한국인이 떠난 인근의 소규모 공장이나 건설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기자가 찾은 봉명초 1학년 교실에서는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동시에 들렸다. 교사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라고 묻자, 한 학생이 “미역국”이라고 답하고, 다른 학생은 러시아어로 “수프(суп·국물요리)”라고 답했다. 봉명초에 온 지 2년째라는 이 교사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러시아어를 따로 공부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얘기할 땐 파파고 같은 번역기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문화 학생 비율 10% 이상인 시·군·구 56곳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지난 7월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이주배경 학생들의 한국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교실 모습은 봉명초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다문화 학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4년 6만8000명에서 올해 18만1000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다문화 학생 비율은 1.1%에서 3.5%로 늘었다. 통계청은 이주 배경 인구가 2020년 218만명(4.2%)에서 2040년 323만명(6.4%)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문화 학생 수도 이에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교육통계 시스템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시군구별 다문화 초등학생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10% 이상인 곳이 229개 시군구 중 56곳(2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구별 다문화 초등학생 비율. 김영옥 기자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함평군(20.5%)이었다. 뒤이어 경북 영양(20.2%), 전남 신안(20%), 전북 임실(19.5%), 전남 영암(19.3%) 순이었다. 모두 신규 인구 유입이 적은 농어촌 지역이다. 결혼 이주 여성이 낳은 아이는 늘고 내국인 출생률이 낮아지며 다문화 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1%가 되지 않는 곳은 전국에서 3곳 뿐이다. 서울 강남(0.7%), 경기 과천(0.7%), 서울 서초(0.9%) 등이다.

시도 내에서도 특히 다문화 학생이 집중된 곳이 있다. 서울에서는 남부교육청 소관인 금천(12.6%)·구로(9.4%)·영등포(8.8%)에 전체 다문화 초등생 3분의 1 가량이 집중됐다. 경기에서는 시화·반월공단 근처인 안산(15.2%)의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구로구와 금천구에 걸쳐 조성된 공단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정착하며 타운이 형성됐다”며 “최근엔 광진구에 베트남인 타운 등이 형성되며 해당 국가 다문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국적 구성도 차이가 나타난다. 서울·경기·인천은 중국 출신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다. 나머지 14개 시도는 베트남 국적의 다문화 학생이 최다였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은 “농어촌은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이, 수도권은 중국 등 인근 국가에서 온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다문화 학생, 정책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다문화 학생이 대폭 늘어난만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소장은 “국내 출생률이 떨어지는 만큼 다문화 학생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에 동화되길 강요하기 보다는 우리도 그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특히 다문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 등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사범대나 교대에 특별 전형을 만들어 바이링구얼(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예비교사로 선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다양한 국적 배경의 다문화 학생이 산발적으로 분포돼있다.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을 위한 언어, 심리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이 개선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경은 경기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 장학관은 “경기도가 개교를 지원한 군서미래국제학교(경기 시흥시)는 여러 국적 학생이 모인 대안학교인데, 교육과정을 대부분 팀 프로젝트나 발표로 진행한다”며 “다문화 학생을 위해 수업에서 어렵지 않은 생활 언어를 주로 쓰도록 해 학습 장벽을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도 체험, 토론 위주로 짜여져 누구도 낙오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혜와 복지 수준에서 이뤄졌던 다문화 학생 지원 정책이 바뀔 때가 됐다”며 “이제는 이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내국인만큼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장학·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송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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