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로또는 없다? 금리 올려줘도 '청약통장' 인기 뚝, 왜

김원 2023. 11. 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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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주택청약저축 안내문. 뉴스1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15개월 연속 가입자 수가 줄었고, 이 기간에 가입자가 122만명 감소했다. 분양가 상승에 따라 ‘로또청약’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80만2550명으로 8월(2581만5885명)보다 1만3335명 감소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줄었다.

이 기간 줄어든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22만9361명으로, 매달 평균 8만1957명씩 이탈한 셈이다. 비교적 긴 4년 이상~5년 미만 가입자도 지난 15개월 동안 11.8% 감소(251만8284→222만380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올해 들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611만724명에서 601만9183명으로 9만1541명(1.5%) 줄었다.

2015년 9월 1일부로 시행된 청약통장 일원화에 따라 현재 신규 가입은 주택청약종합저축만 가능하며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은 기존 가입자만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청약통장 잔고도 2년 연속 감소세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약통장 잔고는 청약 열풍이 불었던 2021년 90조4251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 9월 기준 88조4167억원으로 줄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로또청약’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최근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청약 무용론’까지 퍼지고 있다.

청약 시장 활황기에는 당첨만으로 수억원 대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 규제지역에서 해제하자 신축 분양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주변 시세를 뛰어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HUG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969만7000원, 3.3㎡당 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4.05%나 올랐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올해 하반기 서울 강북, 경기 주요 지역에서 청약에 나선 단지들의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대기업에 취업한 20대 김모씨는 “취업하면 당장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청약 통장 가입이라고 알고 있었다”라면서도 “서울 집값이 너무 높은 데다 최근 분양가도 치솟고 있어 당장 청약 통장에 가입한다 해도 집을 저렴하게 사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 청약 통장 가입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청약통장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20~30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인기 지역은 청약 경쟁이 치열하지만, 지방 등 비인기 지역은 미달이 속출하는 등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도 이유다. 미분양이 쌓인 지역의 경우 굳이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무순위 청약 등을 통해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반짝 반등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냉각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9월 분양한 동작구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는 최초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구로구 개봉동 ‘개봉호반써밋’도 지난달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접수했지만 낮은 계약률에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여기에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낮은 것도 청약통장 가입이 줄어든 요인이다.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8%에서 2.1%로 인상했고, 지난 8월 다시 2.8%로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대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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