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불타고 썩어도 다 훼손되진 않아요, 전통 건축 부재의 가치

2023. 1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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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물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부서진 기와, 썩은 기둥이 알려줍니다

우리 전통 건축 문화재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정치·기후·풍토 등에 의해 형성되고 이어져 왔습니다. 보편적으로 전통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전통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부속품을 ‘부재(部材)’라고 해요. 부재는 우리 조상들이 어떤 재료를 사용해 건축물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역사적·예술적·사회적·과학적·교육적 가치도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서 전통 건축 부재와 그 보존까지 알아봤습니다.

조유나·심예준·추승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서 전통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부재에 대해 알아봤다.

‘문화재보호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 지정문화재, 문화재자료로서 건조물문화재를 구성하는 목재·석재·기와·철재 등을 ‘전통 건축 부재’라고 합니다.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부재보존부 부재조사팀 손창일 팀장은 “사람 몸에 팔·다리·머리·척추 등이 있듯 전통 건축에도 건축물을 구성하는 부재가 있어요. 지붕 무게를 견디는 수직 구조물인 ‘기둥’과 기둥 위에서 지붕 무게를 전달하는 수평 구조물인 ‘보’, 지붕을 덮기 위해 사용되는 ‘기와’,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는 돌인 ‘초석’ 등이죠”라고 했어요. 이런 부재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부재와 부재 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조사·연구·전시하는 곳이에요.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로 문화재 관리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2017년 산하 기관인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내에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를 설치했죠. 올해 8월 1일에는 센터 내 전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강선혜 부재보존부 부장은 “오래 전에 지어진 한옥·사찰·궁궐·서원 등은 언젠가 한번은 수리해야 할 때가 와요. 수리하다 보면 사용할 수 없는 부재들이 나오죠. 못 쓰게 된 부재들 중 연구 가치가 있는 경우 버리지 않고 센터로 가져와 보존해요”라고 했죠.

D 전시관에서 전통 건축 부재로 사용되는 나무들을 직접 만져 본 조유나 학생기자.


전통 건축 부재와 재료

심예준·조유나·추승찬 학생기자가 한자연 부재조사팀 주임연구원과 함께 센터 1층에 있는 전시관을 둘러봤어요. A·B 전시관에서는 기둥·기와 등 전통 건축물 수리 과정에서 교체된 다양한 부재를, C 전시관에서는 2008년 불탄 숭례문에서 수습한 부재를 재사용해 숭례문 상층 구조부를 일부 재현한 것을 볼 수 있죠. D 전시관은 전통 건축에 사용된 재료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D 전시관으로 향했죠.

목재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공도 쉬워서 인류 초기부터 사용된 건축 재료예요. 우리 전통 건축에 사용된 목재는 소나무(육송)·잣나무·느티나무·참나무류가 주를 이뤄요. 궁궐 건축에는 소나무, 사찰에는 소나무·느티나무·참나무류, 민가에서는 규격이 작은 소나무를 많이 썼죠. “시대별로 보면 삼국시대까지는 참나무류가 많이 사용됐으며, 고려시대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조선시대에는 대부분의 건축물에 소나무가 사용됐죠. 소나무는 북부 아고산지대(고산대와 산지대 사이)와 산 정상부를 제외한 전국 산지에 자생·식재하고 단단해서 건축 재료로 알맞습니다.”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 북서 귀잡이주(사진 왼쪽)와 동측 중앙 내진고주를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유나 학생기자가 전시된 소나무·잣나무·느티나무 등을 만져보면서 “전통 건축물에 어떤 나무가 사용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보존을 위해 센터에 가져온 목재 부재는 육안 관찰과 현미경 분석 등을 통해 ‘수종분석(樹種分析)’을 해요. 육안 관찰은 색·질감·냄새 등을 비교해 나무 종류를 알아내는 겁니다. 단, 전통 건축물에 사용된 나무는 여러 과정을 거쳐 가공·조립돼 육안 관찰만으로는 종류를 알기 힘들죠. 그래서 현미경 분석을 통해 나무 조직·세포를 살펴 종류를 알아내요. 목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아주 적은 양만 채취해 쓰죠.”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은 주로 나무로 만들었지만 초석·계단 등 내구성이 요구되는 요소에는 석재를 많이 사용했어요. 성곽·석탑 등 석조건축물도 있죠. 석재는 목재와 달리 불에 타지 않지만, 가공하기는 목재보다 어렵죠. 우리나라 석조건축물은 지질 특성상 화강암으로 축조한 경우가 약 80% 이상입니다. 화강암은 경기도 포천과 전북 익산, 경남 거창 등에 많이 분포하며 화강암으로 만든 대표적인 석조건축물로는 경북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분황사 모전석탑, 강원도 양양 낙산사 칠층석탑, 경남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 등이 있어요.

충해와 부식으로 속이 썩은 완주 화암사 극락전 서측면 뒤쪽 고주 하부.

“석재나 석조건축물을 보면 겉이 어떤 건 매끄럽고, 어떤 건 울퉁불퉁하죠. 이는 가공 방법에 따라 달라져요. 돌을 건축 재료로 만들기 위해선 돌에 구멍을 뚫거나 다듬는 정, 틈새에 박아서 벌어지게 하는 쐐기와 매(망치) 등을 사용하는데요. 돌 표면을 정으로 쪼아 평평하게 다듬는 ‘정다듬’, 돌의 튀어나온 부분이나 모서리의 불필요한 부분을 거칠게 다듬는 ‘메다듬’, 정의 방향을 일정하게 줄을 이루도록 다듬는 ‘줄다듬’, 한 변에 5~10개의 돌기가 있는 도드락망치로 다듬질하는 ‘도드락다듬’ 등의 방법이 있죠.”

우리나라에서 철재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돼요. 철재는 부재 간 결속력을 강화하는 등의 효과를 얻기 위해 궁궐·관아·사찰처럼 권위 있는 목조건축물에 사용됐죠. 철재는 크게 구조용·의장용·기능용으로 구분합니다. 구조용에는 못의 형태로 제작해 목재에 박아 부재를 고정시키는 정, 결구부를 보강하기 위해 얇고 넓은 형태로 감아 싼 띠철(띠 모양으로 된 이음철물) 등이 있죠. 노출된 곳을 장식하는 의장용은 방환(박공판에 박은 못의 머리를 가리기 위한 장식철물)·국화정(국화꽃 모양의 작은 못) 등이 대표적이에요. 기능용 철물은 부시(새가 앉지 못하게 처마에 둘러치는 철망)·문고리 등 특정한 기능을 위해 설치했죠.

용 머리 모양을 한 숭례문 취두의 도식화(왼쪽 사진)와 실제 모습. 취두는 지붕 맨 위 좌우 끝에 놓는 장식기와다.

A 전시관으로 이동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높이 약 5~6m 기둥 4개를 보고 놀랐어요. 각각 전북 완주 화암사 극락전 동·서측면 뒤쪽 고주, 충북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 북서 귀잡이주와 동측 중앙 내진고주였죠. 한 연구원이 그중 완주 화암사 극락전(1425년) 동·서측면 뒤쪽 고주에 대해 설명했어요. “고주는 건축물 내부에 있는 큰 기둥을 말해요. 완주 화암사 극락전 서측면 뒤쪽 고주는 하부에서 상부로 갈수록 얇아지는 민흘림 기둥 형태로, 수종은 잣나무죠. 수피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벌채연대는 알 수 없지만 나이테 패턴을 분석해 절대연대를 부여하는 연륜연대측정 결과 1586년도의 잣나무라는 걸 알아냈어요.”

한자연(맨 오른쪽) 주임연구원은 “우리 전통 건축물과 부재를 잘 보존하기 위해선 훼손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옆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전북 완주 화암사 극락전 서측면 뒤쪽 고주 하부의 모습을 확인했죠. “고주 하부를 보면 속이 비어있죠. 충해와 부식으로 인해 속이 썩은 거예요. 기둥 속이 비어있으면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위험이 크죠. 이 고주는 선조 38년(1605년)에 중창(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서 다시 지음)됐고, 2002년 극락전 수리공사 때 교체됐습니다.”

B 전시관에는 기둥 이외에 다양한 부재들이 전시돼 있었어요. 배를 젓는 데 사용하는 노 같이 생긴 길이 약 8m 목재가 소중 학생기자단 눈에 띄었죠. “이 부재는 정조 23년(1799년) 중건된 전남 나주 불회사 대웅전의 추녀예요. 추녀는 지붕 모서리에 45도 방향으로 걸려 지붕을 받쳐주는 부재입니다. ‘몸통’과 ‘뒷뿌리’로 구성돼 결구(부재를 잇거나 맞춤)했죠. 몸통은 졸참나무, 뒷뿌리는 소나무로 만들어졌어요.”

단청 문양이 들어간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 대량. 당시 크기에 맞는 목재를 구하지 못해 2개의 목재를 상·하로 붙여 썼다.


“기와는 목조건축물 지붕을 덮는 직사각형 ‘암키와’와 반원통형 ‘수키와’, 지붕 아래 끝부분에 설치되는 ‘막새’ 등이 있죠. 이 기와는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막새로, 막새 중에서도 암막새예요. 암막새는 암키와 마지막 끝에, 수막새는 수키와 마지막 끝에 붙이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대장경판을 보관하는 건물인 해인사 장경판전은 창건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조 3년(1457년)에 크게 다시 지었고, 성종 19년(1488년)에 학조대사가 왕실의 후원으로 다시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이 암막새 중앙에 적힌 ‘戊戌年(무술년)’은 제작된 시기를 뜻하죠. 다만 어느 시대의 무술년인지 알 수 없어 정확한 시기를 추정하긴 어려워요. 그 양쪽에 글자 하나씩 ‘金(금)’과 ‘國(국)’이 적혀져 있어요. 금국은 ‘금인(金人)의 나라’라는 뜻으로 부처님의 나라인 ‘불국토’를 나타내죠.”

해인사 장경판전 암막새는 중앙에는 ‘戊戌年(무술년)’이라고 적혀있다. 이러한 연대 표기가 있는 경우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시 수습됐던 장식기와인 용두·잡상·취두도 볼 수 있어요. 취두(鷲頭)는 지붕 맨 위 좌우 끝에 놓는 장식기와로, 궁궐 등 격식이 높은 건물에만 사용되죠. 한자로는 독수리 머리를 뜻하지만 대부분 용 머리 모양입니다. 취두 상부에는 비룡이, 중간에는 눈·코·갈기, 하부에는 송곳니·갈기가 새겨졌죠. 용두는 취두 아래로 내려오면 있는 용 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이며, 용두 앞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는 잡상은 보통 3·5·7·9 등 홀수로 설치되고 화마를 제압한다는 벽사(귀신을 물리침)와 함께 길상적 의미를 지녀요.

2008년 화재로 불탄 숭례문 부재를 새 부재와 결합해 재현한 숭례문 상층 구조부 모습.

소중 학생기자단이 C 전시관에 들어서자 숭례문 상층 구조부를 일부 재현한 전시물이 눈에 띄었죠. “1398년 창건된 숭례문은 2층 구조인데 2008년 화재로 2층은 거의 전소됐어요. 다행히 1층에는 사용할 수 있는 부재들이 많이 남아있었죠. 상태가 괜찮은 부재들은 재건에 사용됐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부재들은 센터로 옮겨졌어요. 센터 수장고에서 보존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새 부재와 결합해 지금 보는 숭례문 상층 구조부 재현품에 사용됐죠.”

유나 학생기자가 “이 부재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센터에 왔나요?”라고 물었어요.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재연구원) 주도 하에 먼저 화재 현장을 수습했어요. 실측조사, 부재 정보 조사, 훼손 상태 조사 및 구분, 원 위치도 작성 및 고증 등을 실시해 개별 부재의 특성·피해 정도를 자료화했죠. 또한 재활용 가능성을 판정하고, 육안 조사를 통해 탄화·파손 등의 손상 유형 정도를 파악해 건전한 부재와 부분 파손·탄화돼 보수·보강이 가능한 부재는 재사용 부재로, 보수·보강이 어려운 경우 재사용 불가능 부재로 분류했어요. 재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더라도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부재는 보관해 향후 전시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했죠. 당시 3000점 이상의 부재가 국립문화재연구소·경복궁 부재보관소 등에 보관됐고, 2017년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설립 후 이관 완료했어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 재현된 숭례문 상층 구조부 앞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현재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전통건축부재 이송·관리 매뉴얼’을 시행합니다.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보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부재가 발생하면 담당자가 전통건축수리기술재단에 신고합니다. 재단은 현장을 방문해 부재 상태 등을 조사·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건축부재운영위원회 심의를 열어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 문화재 등록 여부 등을 판단해 보관 여부를 결정하죠. 이외에도 개인·단체 소유의 부재, 건축학·역사학 등 관련 학계 원로학자 소장 부재도 기증 신청을 하면 동일한 과정을 통해 보관 여부가 정해져요.

“부재를 이송하려면 먼저 보호하기 위한 포장 작업(보양)을 해요. 방역처리한 목재로 만든 살상자(겉면이 판이 아닌 격자살·세로살 등으로 된 상자)·팔레트 등에 부재를 넣어 문화재 운송 전문 업체 차량을 이용해 옮깁니다. 중요 부재의 경우 호송차량, 적정 온·습도가 요구되는 부재 운송 시엔 항온항습차량도 함께 가죠. 이송이 완료되면 분류체계를 만들어 기본정보·이력정보를 정리해 통계를 내고 전자태그(RFID) 기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정확성·안정성을 도모해요.” 이관이 끝나면 보존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목재의 경우 가는 붓이나 대나무 칼 등을 이용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훈증·방부·방충처리를 해요. 기와·잡상류는 메스와 알코올을 이용해 세척한 뒤 소실된 부분을 보강·성형해요. 철재는 녹을 제거하고 강화 처리하죠.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수장고에 보관된 부재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자연(맨 오른쪽) 주임연구원.

전통 건축 부재를 보존하려면

보존 처리된 부재들은 지게차에 실려 센터 내 일반 1·2수장고와 항온항습이 필요한 부재를 보관하는 항온항습수장고로 옮겨집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 연구원을 따라 수장고로 향했어요. 수장고는 수장고 개방행사, 대학교·문화유산 관련 기관 등의 방문 요청 시 제한적으로 개방하죠. 입구에는 ‘수장고 보존관리시스템 현황판’ 모니터가 있어요. “이 현황판은 각 수장고의 온도·상대습도·기상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나타내요. 이상이 있으면 수장고 보존관리시스템을 통해 부재관리관에게 문자가 전송되죠. 부재관리관은 1일 3회 이상 수장고를 점검해요.”

10월 24일 오전 10시 42분 기준 1수장고는 온도 16도·상대습도 60%, 2수장고는 온도 17도·상대습도 60%였어요. 수장고 내 적정 온도는 16~25도, 적정 상대습도는 40%~75%예요. 여름철에는 정기적으로 내부로 유입된 충·균을 모니터링하고, 공기가 정체되면 부재 표면에 곰팡이 포자 등이 떨어져 미생물로 성장할 수 있어 지속적인 공기순환을 유지합니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내부 온·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대형 팬과 조습장치 등을 이용하죠.

화재로 불탄 숭례문 부재들은 전통건축보존센터에서 붓 등을 이용한 건식 세척 과정을 거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2수장고에 들어가자 나무 냄새와 숭례문 화재 부재들로 인해 불에 탄 냄새가 코를 자극했어요. “전시관에 재현된 숭례문 상층 구조부도 이곳에 보관됐던 부재들을 사용해 만든 것이죠. 이외에도 경복궁 근정전·덕수궁 등 전국의 전통 건축물 수리 현장에서 가져온 부재들이 가득하답니다.”

예준 학생기자가 “수집한 부재는 소장고에 평생 보관되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꼭 그렇진 않아요. 더 이상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똑같은 부재의 수가 너무 많고, 보존 처리를 해도 훼손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재단에서 소장 부재 폐기 목록을 작성해 전통건축부재운영위원회를 열어 폐기 여부를 심의해요. 센터에서 보존 중인 부재를 폐기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부재가 뭔지 눈으로 확인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부재보존부 관계자를 인터뷰했습니다. 한 연구원과 강 부장, 손 팀장을 비롯해 부재분석팀의 차현석 주임연구원과 신재혁 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나섰죠.

대나무 칼을 이용해 숭례문 취두를 건식 세척하는 모습.

승찬 전통 건축 부재를 수집·보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 전통 건축 부재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를 담고 있는데,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버려지거나 사라질 수 있죠. 전통 건축물 수리 시 훼손된 부재들을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서 수집·보존하고 연구하면,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앞으로 전통 건축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죠. 또한 전통 건축물을 재건하거나 복원할 때 그 원형이 되는 부재가 있다면 충분히 다시 지을 수 있죠. 그렇기에 전통 건축 부재를 수집·보존하는 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예준 전통 건축 부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신: 전통 건축 부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썼어요. 자연에서 나오는 나무‧돌‧철 등을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전통 건축물들을 보면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다만 나무의 경우, 숭례문 화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불에 잘 타며 습한 환경에 약하고 벌레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 있죠. 돌은 풍화작용으로 표면이 깎이는 단점이 있지만 오래 가는 게 장점이에요. 철 역시 습한 환경에서 부식될 수 있죠.

부재로 쓰인 목재의 종류를 알아내기 위해 육안 관찰과 현미경 분석 등을 통해 수종을 분석한다.

유나 전통 건축에서 부재만큼 중요한 게 있나요.

강: 가장 중요한 건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이에요. 고려시대 불교와 조선시대 유교 사상은 한옥·궁궐·사찰 등 그 시대 건축에 엄청난 영향을 줬어요. 고려시대가 불교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건축 양식을 보였다면, 조선시대는 유교 영향으로 소박하고 간소한 건축 양식을 드러내죠. 이렇게 전통 건축은 사람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문화를 향유하는지 그 정신에 따라 달라져 왔답니다.

예준 지역마다 부재 재료에 차이가 있나요.
손: 지금 우리나라 영토를 기준으로 나무를 예로 들면, 중부와 남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중남부·남부는 활엽수인 느티나무를 주로 사용했고, 중부에서는 침엽수인 소나무·전나무를 많이 사용했죠. 우리 조상들은 주변에 있는 재료로 건축물을 만들었는데, 환경에 따라 나무의 서식 분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먼 지역에서 좋은 재료를 가져다 쓰기도 해서 지역별 부재 재료에 큰 차이는 없어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해체된 운현궁 아재당 부재를 수집·보존해 오다가 새 부재를 더해 2022년 5월 센터 건물 앞에 재건했다.

유나 전통 건축 부재를 현대 건축에 쓸 수는 없나요.

강: 센터 밖에 있는 운현궁 아재당처럼 전통 건축 부재를 활용해 재건‧복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대 건축물에 직접 사용하지는 않아요. 전통 건축 부재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있잖아요. 전통 건축 부재를 함부로 사용하면 그 가치를 잃을 수 있죠.

승찬 전통 건축 부재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한: 전통 건축물 수리 현장에서 교체된 부재를 가져와 보존하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이외에도 문화재청은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전통 건축물을 관리‧정비 등을 하는 ‘문화재돌봄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각 지역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상시로 전통 건축물을 모니터링하죠. 일반인들은 일상에서 여행‧견학 등을 통해 다양한 전통 건축물을 만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는 겁니다. 낙서를 하거나 날카로운 것으로 긁는 행동 등은 하지 말아야 하죠. 자연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의 부주의로 소중한 부재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해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건물 밖에 있는 아재당을 둘러보고, 아재당 재건에 사용된 부재들을 살펴 본 심예준·조유나·추승찬(왼쪽부터) 학생기자.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 연구원과 센터 밖 운현궁 아재당(我在當)으로 향했어요. ‘내가 있는 곳’이란 뜻의 아재당은 조선 말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사랑채로 알려졌죠. “흥선대원군은 굉장히 자존심이 세고 권위 의식도 높았다고 하는데, 아재당 이름만으로도 그의 위세를 알 수 있죠.” 180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고 알려진 아재당은 1969년 운현궁 권역이 축소될 때 개인에게 매각돼 서울 종로구 부암동으로 이전됐다가 2002년 해체돼 경기도 화성시 자재 창고에 보관됐어요. 문화재청은 2008년 아재당 부재를 매입해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보관하다가 2018년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로 옮겼죠. “센터로 옮겨진 아재당 부재들에 새 부재를 더해 2022년 5월 재건했어요. 자세히 보면 목재들 색깔이 다른데, 진한 색 목재는 기존에 보관되던 것이죠. 기둥도 썩은 부분을 떼어내고 새 부재를 결합하는 ‘동발이음’을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아재당 내부도 둘러봤어요. 좌우측은 방, 중간은 대청마루가 있고 대청마루 위엔 방과 마루 사이에 있는 문을 접어들어 위로 걸게 하는 들쇠(등자쇠)가 있었죠. 현재 아재당은 관람객에게 외부는 개방하지만, 내부는 지역축제 연계 행사, 관련 기관의 견학·답사 및 대관 등에만 제한적으로 공개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대청마루 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답니다. “여러분이 철거됐던 조선시대 아재당을 현재 다시 만날 수 있는 건 부재가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오래 보존하려면 부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겠죠? 친구들에게도 항상 우리 전통 건축물과 전통 건축 부재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요.”

소년중앙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는 역사적·문화적으로 귀중한 전통 건축 부재를 보존하는 곳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 이렇게 많은 부재가 있는 줄 몰랐어요. 전시관에서 천장이 닿을 것처럼 높이 솟은 기둥과 불탄 부재들을 재사용해 재현한 숭례문 상부 구조부를 보면서 다양한 부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궁금한 점을 인터뷰하며 부재가 나무·돌·철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깨달았죠. 센터 밖에 있는 운현궁 아재당은 편안한 쉼터 같았는데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미래를 위해 우리의 전통 건축 부재를 보존하는 것에 감사함도 느꼈어요.

심예준(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전통 건축 부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숭례문에 화재가 일어난 후 전통 건축 부재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숭례문 화재 때 저는 태어나지 않았지만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 재현돼 전시된 숭례문 상부 구조부를 보니까 불타는 숭례문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수장고서 다른 부재들도 봤는데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한 부재들을 만들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보존이 잘되어 현재 제가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조유나(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가 있다는 것과 숭례문 등 훼손된 전통 건축물의 부재가 어디로 가는지 알게 돼 좋았습니다. 센터에 전시된 숭례문 상부 구조부를 불탄 숭례문 부재를 활용해 재현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수장고에도 숭례문 화재 때 불탄 부재들이 가득해서 놀랐답니다. 또한 수장고엔 생각보다 훼손된 부재들이 많았어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가 올해 8월 1일 전시관을 개관했는데요. 많은 소중 친구들이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여러 부재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추승찬(서울 역촌초 5) 학생기자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동행취재=심예준(서울 을지초 5)·조유나(서울사대부초 5)·추승찬(서울 역촌초 5) 학생기자, 자료=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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