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봐야 해! 부국제 화제작 개봉 시기 총정리
어떤 관계는 연인이라는 이름 없이도 사랑하고, 원하고, 그리워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래된 인연에 대한 담담하고 애틋한 이야기.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생 때 서로 좋아했던 나영과 해성은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 간 12년 후,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닿는다. 그러나 각자의 상황 때문에 만나지 못한 둘은 12년 후에야 뉴욕에서 재회한다.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데뷔작으로, 차분하게 써 내려간 누군가의 내밀한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켄 로치 감독이 늘 잘하던 것을 잘했다. 영국의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들이 집단 이주를 한다. 주민들과 난민들 사이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술집을 운영하는 남자와 난민 여성 사이에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너무 낙천적인가? 적대의 시대에 연대만이 유일한 희망임을 되새기게 하는, 노령 감독의 꾸준한 발화가 반가울 뿐이다.
홍상수 감독의 30번째 장편영화. 배우로 일했던 여자와 배우가 되고 싶은 여자, 시인과 다큐멘터리 감독, 그들의 교차하는 어느 하루를 세밀하고 투명하게 그려낸다. 믿음과 의심, 순간과 지속, 사소하고 거대한 쾌락들, 그리고 한 마리 살찐 고양이가 스크린을 유유히 가로지르며 삶의 지혜를 전한다. 제76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지금,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젊은 여성 감독 카밀라 안디니와 그의 남편 이파 이스판샤가 공동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1960년대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의 성장 속에서 잊을 수 없는 담배의 맛을 구현하려 노력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여자가 손대면 담배 향이 망가진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다시야는 꿈과 열망, 사랑을 꿋꿋하게 좇는다. 영웅처럼 나아가는 한 여자의 서사시.
한국이 싫은 여자 계나는 한국에 직장도 가족도 오랜 연인도 있지만 더 이상 이 사회에 소속감도 애정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뉴질랜드로 훌쩍 떠난다. 2030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지금 한국 사회의 한 풍경.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올해 부국제 개막작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실어증에 걸렸지만 노래할 때만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리의 가수 키리에, 매니저로 나선 이코,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 방황하는 세 청춘이 만나고 엇갈리며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와이 지 감독의 신작으로, 특유의 서정적인 미장센이 전작들에 오마주하듯 펼쳐진다.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들과 섹스하는 여자, 안. 카메라는 그녀의 욕망에 거침없이 다가간다. 젊음에의 동경, 부나방 같은 감정, 그러나 기득권으로 남아 있는 위선이 스크린을 마구잡이로 교차한다. 파격적인 이야기와 리드미컬한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들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 〈니키타〉 〈레옹〉을 비롯한 뤽 베송의 초기작을 사랑했다면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영화. 안티 히어로가 활약하는 하드보일드한 다크 스릴러로, 부모에게 학대받고 개들만을 가족으로 여기는 더글라스가 차가운 세상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다. 수많은 개들이 명배우로 활약하며 좌충우돌 존재감을 뽐내는 가운데, 영화 〈쓰리 빌보드〉(2018)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선과 악을 팽팽히 오가는 연기가 일품이다. 보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 영화다.
교권 추락이라는 불이 지펴진 지금 한국 사회에도 뜨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 싱글맘 사오리는 초등학생 아들이 교사에게 학대를 받았다는 말에 학교를 찾아간다. 교사 등 여러 입장을 교차하며 사회의 계급적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루고, 진짜 괴물은 무엇인지 파고든다. 고레에다의 최근작에 실망했던 관객이라면, 다시 그를 좋아할 수 있을 것.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이한 재능이 프랑켄슈타인적 상상을 펼친다. 해부학 교수 고드윈 백스터는 자살한 여성의 신체에 그녀가 가졌던 아기의 뇌를 이식해 벨라라는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고드윈의 제자 맥스는 벨라에게 사랑을 느끼고, 20대 여성인 동시에 아기인 벨라는 점차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란티모스 특유의 기묘한 상상이 만들어낸 잔혹 동화.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쯤 되면 란티모스와 엠마 스톤의 만남은 필승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핀란드 헬싱키, 술밖에 낙이 없는 일용직 남자와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고독한 여자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라디오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들리고, 부당한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남녀는 짐 자무쉬의 〈데드 돈 다이〉가 상영되는 낡은 극장에 앉아 감정을 키워간다. 우울과 고독, 그럼에도 사랑. 202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마지막에 채플린에게 바치는 소소한 헌사를 놓치지 말 것.
예상치 못했던 조우, 판빙빙과 이주영의 만남만으로 흥미를 돋운다. 통각의 에로티시즘이라 부르고 싶은 영화. 사회 안전망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독한 투쟁을 하는 두 여자가 만나 서로에게 이끌린다. 아픔이 맞닿아 사랑으로 번지고, 불친절한 세상에 오직 서로뿐인 두 여자는 뜨거운 질주를 시작한다. 사이버펑크 속 가상 도시처럼 보이는 인천과 서울의 디스토피아적 풍경, 감각적인 음악, 버석하게 말라붙은 판빙빙의 지친 얼굴과 깊은 한숨, 영리한 소동물처럼 장난기와 생기로 반짝이는 이주영의 연기가 만나 번쩍이는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행복한 라짜로〉(2019)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쥔, 빛나는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의 신작.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을 배경으로, 고고학자와 유적 도굴꾼 집단, 사라진 옛 연인과 키메라 조각상을 둘러 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화와 신화 사이 어딘가, 신비롭고 낭만적인 작품.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로마〉(1972)에 헌정하는 장면이 있다.
작가 산드라는 남편과 시각장애인 아들과 함께 조용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사체로 발견되고, 산드라는 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다. 오직 아들의 증언만이 그녀의 무고를 밝혀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세간은 산드라의 무죄 여부보다 양성애자이자 잘나가는 작가인 그녀의 사생활에 더 관심이 많다. 오토 프레밍거의 〈살인의 해부〉(1959)를 연상케 하는 치열한 법정 영화이자, 한 여성의 추락에 환호를 보내는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는 씁쓸한 뒷맛의 스릴러. 202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 중 한 명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도쿄 근교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고원에 위치한 미즈비키 마을. 타쿠미와 그의 딸은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어느 날, 한 건설사가 마을에 글램핑장을 건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한다. 고원의 자연 풍광과 인물들의 심리, 감독의 전작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이기도 한 이시바시 에이코의 음악이 절묘한 리듬으로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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