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하나님은 왜 시련 주셨을까… ‘동병상련 아픔 통해 탈북민에 큰 위로자 돼라’ 뜻일 것”

윤중식 2023. 11.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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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자녀를 통일 주역으로 남윤정 임마누엘교회 목사
남윤정 목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월정로 임마누엘교회 2층 예배당에서 탈북민 초청 부흥회를 인도하기 전 천직으로 여기던 교직을 떠나 왜 목회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윤정(54) 목사는 불혹의 나이 때 장래가 촉망되는 수학교사였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공동 주최로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과학 성취도와 창의력 신장, 흥미도 재고에 공헌한 과학교사를 발굴해 시상하는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을 정도였다. 성균관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받은 남 목사는 전남 여수 부영여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순천대 일반대학원 수학교육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수학교육에 관련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 교육계 안팎으로 시선을 끌었다. 순천대에서 미적분학을 가르치고 중국 북경한국국제학교와 부영고, 화수고, 화정중, 서울예술고, 상명여자부속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일본과 중국,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파견교사 생활도 했다.

천직으로 생각하던 교직을 그는 왜 돌연 떠난 것일까. 2010년 중국 베이징에 파견교사로 근무할 때였다. 유방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은 것이 계기였을까. 암 투병 중 남 목사는 단둥 지역을 방문하면서 북한선교에 첫발을 내디뎠다. 2년 후인 2012년엔 교사직을 그만두고 북한소망선교원 훈련원장을 하며 개척한 북한이탈주민 목사 교회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넘어온 탈북청년들에게 수학, 영어, 과학을 가르치며 검정고시를 도와주면서 본격적으로 탈북사역을 시작했다. 남 목사는 현재 남한에 사는 3만5000여 명의 탈북민들의 자녀세대를 통일의 주역으로 양성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월정로 임마누엘교회 2층 한쪽 주방에서 탈북민 초청 부흥회를 인도하기 전 이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만드느라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삼매경에 빠진 남 목사를 만났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미자립 개척교회로서 일꾼이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매주 금요일 탈북민초청부흥회를 지난 3월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도 월 2~4회 예배와 사랑나눔 행사를 통해 탈북민 회원들이 성령 충만한 믿음 생활을 하도록 예배와 기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우리 교회와 단체가 하나님 기뻐하시는 뜻대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탈북인 구출기금과 사역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넘치게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

남 목사는 오래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측에서 신학 공부를 했지만 2020년부터 3년간 대전침례신학대학원 목회연구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친이 49년간 목회를 했지만, 딸인 자신이 목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가난, 고문, 감옥생활 등의 역경을 헤치며 북에서 온 이들이 트라우마가 많아 영육으로 아픈 이들을 말씀으로 치유하며 잘 양육하기 위해 신학 공부를 한 것이지 목사가 될 목적으로 목사안수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나님이 주신 교사의 은사와 신유의 은사를 활용해 영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탈북민들을 더욱 잘 돕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삼각산 보현봉에서 150일 밤샘기도를 하는 중에 부르심을 받았다고 했다. 마침내 2020년 2월쯤 하나님은 임마누엘교회의 이름을 주시고 탈북민 3000세대가 사는 양천구에 교회를 개척하도록 하셨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헝가리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딸과 함께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구출자금을 끌어오는 재무담당 상임이사의 직책을 맡고 있다. 미자립교회 담임 목사로 재무담당이라는 큰 역할을 맡은 이유가 궁금했다. 남 목사는 남한 분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장애인이나 노숙자에 대한 인식보다 낮을 때에 속상하고 힘이 든다고 했다. 예를 들면 탈북민들에게 주는 후원 물품으로 한국 사람은 안 먹는 기름이 반 이상인 고기를 가지고 가라고 한다든지, 해어진 중고의류 등을 여러 상자 줄 때는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오지만 가져와서 버려야 할 때가 많아 속으로 눈물 흘릴 때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산 탈북민들에게는 내가 좋아하고 아끼던 것을 주어야 상처 많은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데 못 먹고 가난하게 살았으니 유통기한 넘은 음식을 줘도 된다는 가벼운 생각을 남한 사람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사랑나눔행사를 통해 생필품을 나눠주고 북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혈육을 넘어 한 형제자매처럼 도우며 서로의 고충을 함께 짊어지고 나간다고 했다.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강원도 홍천 농장에서 탈북민 회원들이 주 1~2회 농사지으며 김장, 꿀, 북한식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탈북민 회원들과 나누고 있다. 또 탈북난민인권연합의 회원 자녀들의 학업과 진로를 도우며 매월 30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늘(4일) 오후에도 1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고 했다.

교회의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 목사가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남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고 핀잔을 하기도 하지만 단 돈 1만원도 막 쓰기가 아까운 탈북민들에겐 생명줄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쌈짓돈을 모아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야하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 목사는 현재 중국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다람쥐 챗밧퀴처럼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수용소에 갇혀있는 북한 주민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는 것을 남한 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남 목사는 헤아리기 어려운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궁금하거나 이해되지 않을 때가 참 많다고 했다. 왜 하늘의 왕자이신 예수님이 (화려한 권세와 능력을 발휘할) 구원자를 기다린 유대 백성의 기대에 들어맞는 궁궐의 황세자로 오지 않고 천하디천한 말구유와 목수로 오셔서 결국 오해와 비방 속에 비참하게 돌아가시기를 선택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했다.

“불가능이 없으신 하나님이신데 왜 가난하고 천한 창녀와 세리 친구로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어울려 놀다가 거룩하고 의로운 바리새인, 신의 종인 제사장들의 손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까요.”

남 목사의 역설이다. 탈북목사교회를 섬기겠다고 찾아오는 남한 성도들은 왜 하나같이 돈이 없거나 아픈 이들을 골라서 보내시는 건지 참으로 하나님은 고약한 심보를 가지신 듯 하다면서 얼굴을 붉혔다. 자립도 못 하는 가난한 미개척교회 목사 대신에 믿음 좋고 돈 많은 사장 장로들만 고르고 골라 탈북민 재무이사로 세우셨으면 하나님도 덜 성가시고 편하실 텐데, 왜 매번 하나님께 무작정 돈 달라고 졸라대는 무능력한 자신을 재무이사를 세우는 실수를 하신 것인지 따지고 싶다고 했다.

남 목사는 주님의 의도와 계획은 항상 자신의 기대를 깨뜨리셨다고 했다. 20대 불치병을 기도원서 낫게 하고 30대 자궁적출수술 대신 3일 금식만으로도 깨끗이 낫게 해주신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신데 왜 40 초반에 유방암에 걸렸을 때는 독한 항암치료를 다 경험케 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중에 가슴을 치고 깨달은 사실은 간단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자만이 가장 큰 위로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 말이다. “예수님이 황세자복을 입고 왔으면 죄인인 창녀와 세리는 감히 옆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요. 힘없고 억울하고 외로운 홀로된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진정한 친구와 가족이 되어주시길 스스로 선택하신 것이 예수님이 영광의 보좌를 버리시고 천하디천한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이유와 같은 것이시겠지요.”

그녀가 상임이사로 섬기는 탈북난민인권연합은 2005년부터 6000여 명의 탈북민들을 구출해 온, 탈북민들이 자체 회비를 내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그녀는 남한에 사는 탈북민과 그 자녀세대를 통일의 주역으로 양성하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 탈북민 부모 세대와 6·25전쟁을 경험한 노인층들이 통일의 꿈을 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탈북 자녀 세대들이 남한의 청년들이 손을 잡고 미래와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탈북민은 남한의 낯선 체제 속에서 적응하기도 녹록지 않고 당장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요. 누군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고요.”

남 목사는 탈북민들에게 한결같이 주문하는 말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으며 고난의 역경을 헤쳐온 일사 각오의 정신과 초심을 잃지 않기를 말이다.

글·사진=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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