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인건비 인상에 고금리까지…재건축이 멈춰선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당초 올해 안에 진행하기로 했던 일반분양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2678가구를 짓는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8월 재건축조합에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공사가 요구한 추가 공사비는 총 2168억원으로 이는 조합원 1가구당(1507가구) 1억4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다. 시공사는 또 공사 기간을 9개월가량 연장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아파트 준공예정일은 2025년 6월이었다.
시공사 측은 문화재 발굴 등으로 지연이 발생했고, 공사원가 급등, 설계변경 등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높은 공사비 인상 등을 받아들일 수 없어 집행부에 시공사와 강력한 협상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모든 인상 요인을 조합원에게 떠넘기는 건 황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 조합도 최근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입장 차이로 지난 2월부터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협상이 길어지자 조합장 해임을 원하는 조합원이 나오는 등 조합 내부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피스 빌딩 건설 현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30여 명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쌍용건설은 KT 측에 수차례 공문을 통해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171억원 증액 요청을 호소했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 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분쟁이 잇따르는 건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더해지면서 시공사의 공사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기준점 100)는 9월 153.67(잠정치)로 3년 전(119.87)보다 28.2% 올랐다.
추가 부담금 명세표를 받아든 조합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이 폭등했고, 물가상승분 외에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사비 검증 현황’에 따르면 이달까지 도시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32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정비사업 추진 중인 조합이 공사비 적정 여부 검증을 요청한 사례는 총 23건이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현장에 공사비 분쟁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공사 계약서에 포함해야 하는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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