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12억 됐다…입주 폭탄에도 계속 오르는 아파트 전셋값, 왜

김원 2023. 10. 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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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사철인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2년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월세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로 나온 물량은 줄면서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3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가격동향조사(23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8% 오르며 23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5.3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 비중 역시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31일 신고건수 기준) 1만2349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7848건으로, 전체의 63.6%를 차지했다. 이날까지 신고된 건을 기준으로 하면 8월(60.8%)과 9월(60.9%)보다 전세 비중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20년 8월 68.9%에 달했으나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월세 비중이 점차 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이자 상승 등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이 47.6%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셋값이 크게 하락한 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3~4%대로 낮아지면서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졌다.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 시 적용하는 비율)이 5%에 육박하는 등 은행 금리보다 높아진 것도 전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또 전세 사기 등으로 빌라, 오피스텔 등에 대한 전세 기피 현상이 일어난 것도 아파트 전셋값에 영향을 미쳤다.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량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5만4666건에 달했지만, 31일 기준 3만3009건으로 39.6% 줄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물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셋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20일 12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 1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전용 59㎡도 지난달 18일 7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종전 거래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도 올해 초 6억원까지 떨어졌던 전셋값이 이달 12억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초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역(逆)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전셋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집주인의 부담도 줄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을 멈추고 반등으로 돌아선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를 찾은 관광객들이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대단지 입주도 이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많이 나와 전셋값이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다르다.

다음 달 서울에서 강남구 내 단일 단지로 가장 큰 규모인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데 오히려 일대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 7월 11억원에서 이달 13억원대로 뛰었다. 2019년 입주한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래미안블레스티지의 동일 면적형 전셋값도 13억~14억원이다.

내년 이후 서울 입주물량이 많이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1만1376가구로 올해보다 63%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역은 학군·교통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고 내년 강남권 입주물량이 감소할 예정이라 새 아파트 입주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최근 고금리 기조와 불투명한 경제 상황 등으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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